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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내가 왜 싫어요? 난 여러분 좋은데"(산이)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 그 중 일부가 '산하다 추이야(산이야 추하다)', 'SanE the 6.9cm boy' 등의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있었다. 급기야 한 관객은 산이가 랩 퍼포먼스를 하고 있을 때 무대로 (죽으라는 메시지가 담긴) 돼지 인형을 던졌다.
산이는 곧바로 대응했다. 무대를 마친 뒤 "여기 오신 워마드, 메갈 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다"며 "워마드는 독, 페미니스트 노(no), 너넨 정신병"이라며 자신이 공개했던 곡 '6.9cm' 중 일부를 불렀다.
지난 2일 열린 '브랜뉴이어 2018' 공연 말미에 있었던 일이다. 물론 공연 중 이 같은 마찰을 일으키고 감정적으로 반박한 것은 산이가 경솔했다. 자신의 콘서트가 아닌 브랜뉴뮤직의 레이블 공연이었기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작은 객석에서 야유를 보내며 죽으라는 메시지를 보낸 일부 관객들이라는 것 역시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마찰이 일어났을까. 왜 산이를 혐오하는 이들이 생겨난 걸까.
궁금증이 커진다. 애초 산이가 비판하고 꼬집었던 것은 패미니스트가 아니다. '페미니스트'라는 근사한 타이틀 뒤에 숨어 '젠더 혐오'를 조장하는 이들과 이 같은 문제점이 쉼 없이 불거지고 있는 사회현상들을 비판한 것이다.
오히려 이 같은 갈등을 키우고 조장하며 진정한 페미니즘의 의미를 훼손하고 있는 일부 커뮤니티들을 직접 언급하고, 전면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는 일은 연예인으로서 쉽지 않다는 일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용기라고도 볼 수 있겠다.
다시 한 번 의문을 제기해볼 만하다. 그럼에도 왜 산이를 혐오하는가.
최근 발매한 신곡 '페미니스트'가 일종의 오해를 불러온 탓일지도 모르겠다. 해당 곡은 이른바 '이수역 폭행 사건' 직후 발매한 것으로, 가사에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지칭, 여성을 존중한다면서 위선적인 태도를 보이는 남성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가사 속 화자를 산이로 인식하고, 가사 속 내용을 마치 산이의 이야기로 여기면서 혼란이 생겼고, 이 과정에서 그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반대의 이야기였다. 산이가 하고자 했던 것은 페미니스트인 척 여성을 존중한다지만 속은 위선적인 가사 속 화자를 비판하고, 이로써 '남녀 혐오'라는 사회적 문제점 자체를 지적하려 했던 것이다.
산이는 "남녀 혐오라는 사회적 문제점을 강하게 야기 하기 위해 이 주제를 선택했고, 곡의 본래 의도는 노래 속 화자처럼 겉은 페미니스트, 성평등, 여성을 존중한다고 말하지만 속은 위선적이고 앞뒤도 안 맞는 모순적인 말과 행동으로 여성을 어떻게 해보려는 사람을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화자는 남자를 대표하지 않고, 대부분의 남자가 이렇다는 이야기 또한 아니다. 이성적인 남녀는 서로 존중하고 사랑한다"면서 "메갈, 워마드의 존재를 부정하진 않지만 그들은 절대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성평등이 아닌 일베와 같은 성혐오 집단"이라고 덧붙였다.
산이는 멈출 생각이 없다. 오히려 본격적으로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건드리고 전면에 나설 생각이다. 곧 신곡 '웅앵웅'을 공개한다.
joonam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