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만약 현빈이 없었다 해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괜찮았을까.
2회 말미 1년 전과는 달라진 유진우가 열차 총격전을 벌였던 장면을 살펴보자. 총격전으로 난잡해진 열차 칸 안에서도 평안하게 잠에 빠졌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는 등 자신만의 일상에 젖은 캐릭터의 모습은 극명한 대비를 선사한다.
3회에서 등장한 카페 알카사바 앞의 날씨 변화도 마찬가지다. 최양주(조현철)에 따르면 '항상 비가 오는 설정'이라는 게임의 설정은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 중 오직 진우만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안길호PD는 게임에 접속한 진우의 시선에서 현실과 게임 속 날씨 변화를 직접 조명, AR 게임의 특별함을 한 눈에 보여줬다.
이런 안길호PD의 표현 기법은 현빈을 만나 날개를 달았다. 현빈은 낯설고 어색할 수 있는 AR 게임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장르 특성상 CG 작업이 많이 필요하다. 그 얘기는 연기자로서는 실물을 대면하지 못한 채 오로지 상상력에 근거해 감과 촉으로 표현해야 할 분량이 절대적으로 많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기존 드라마 속 CG 장면에서는 기술력 뿐 아니라 배우가 어색한 연기를 펼쳐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빈은 이 어려운 과업을 너무나 훌륭히 소화하고 있다. 날아오던 화살이 멈추는 신 등 난이도 높은 연기까지 디테일하게 그려내며 시청자 몰입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박훈과의 대립, AR게임으로 인한 흥분과 혼란, 박신혜와의 로맨스 예감 등 복잡다난한 캐릭터의 감정 연기까지 차곡차곡 그려나가며 시청자의 이입을 돕고 있다. 만약 현빈이 없었다면 안길호PD의 디테일한 연출도, 송재정 작가의 시공간을 무단횡단하는 대본도 무게를 잡지 못하고 표류했을 터다.
이처럼 현빈은 '논스톱' '내 이름은 김삼순' '시크릿 가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업그레이드 된 연기로 극을 지배하고 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2018년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ilk781220@sportschos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