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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남 "동생 익사사고로 잃고 구조활동 시작"→21년전 유가족과 눈물 재회(TV는 사랑을 싣고)[종합]

정유나 기자

기사입력 2021-02-03 22:10



[스포츠조선닷컴 정유나 기자] 'TV는 사랑을 싣고' 정동남이 20여 년 전 사고현장에서 만난 유가족과 재회했다.

3일 방송된 KBS 2TV 'TV는 사랑을 싣고'에는 긴급한 재난현장에 꼭 나타나는 베테랑 민간 구조사이자 배우인 정동남이 의뢰인으로 출연했다.

올해 72세인 정동남은 대한민국의 각종 사건 사고 현장을 누비며 재난 구조 봉사활동에 앞장서 온 1세대 민간구조 전문가다. 대통령 표창 2회 수상,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받은 대한민국의 영웅인 그는 지난 46년 간 수없이 많은 사고 현장에서 안타까운 사연으로 목숨을 잃은 580여 명을 유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정동남이 찾는 사람은 21년전 선유교에서 자살을 해서 죽은 동생을 둔 유가족 누나 이정희씨였다. 정동남은 "구조한 동생의 시신을 싣고 있는데 다가와서 돈 봉투를 주더라. 그래서 '우리는 돈을 안 받고 봉사를 하는 단체이다'라고 말하며 돈을 거부했다"며 "그런데 얼마 후 전화가 걸려와서 자기도 구조대원이 되고 싶다고 하더라. 이후 실제로 구조대원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연락이 끊겼다. 지금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는지, 또 어떤 마음으로 구조 활동을 하고 있는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정동남은 친동생의 사고를 계기로 민간 구조 활동을 시작한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정동남은 "내가 20살때 16살이었던 남동생이 물에 빠져 세상을 떠났다. 동생에게 수영배우라고 했는데 끝내 배우지 않았다. 동생이 물에 빠졌는데,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망연자실하던 그때 조각배를 타고 정체모를 사람 두명이 와서 돈을 요구했다. 아버지가 어렵게 구한 돈을 건넸고, 3분 후에 그 사람들이 동생의 시신을 건졌다. 이후에 '물에 빠진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건져야겠다. 시신 수숩에 돈을 받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익사 사고로 동생을 잃었던 상처와 아픔을 밝혀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동생의 죽음을 계기로 무보수 인명 구조 활동에 뛰어든 정동남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등 사고가 발생할 때면 생업도 포기하고 누구보다 빨리 현장으로 달려 나갔다고. 하지만 차력 고수로 정평이 난 정동남에게도 구조 활동은 쉽지 않았다. 그 역시 첫 구조 활동에서 심장마비로 죽을 뻔한 경험을 하는가 하면 또 다른 사고 현장에서는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뿌연 강물 속에서 그물에 걸려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위기가 있었다는 일을 고백해 MC 김원희와 현주엽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정동남은 "구조 활동은 전부 다 사비로 한다. 수입을 모두 구조 장비 사는데에 썼다. 대원들의 숙식비까지 다 냈다"고 밝혔다. 또한 구조 활동을 하느라 소흘히 했던 가족에게 미안함을 전하며 "막내 아들이 20년전에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한쪽 팔을 잃고 2급 장애인이 됐다. 내가 조금만 더 신경쓰고 아빠로서 역할을 더 했다면 사고도 없지 않았을까 싶다. 가족에 대한 후회는 죽을때까지 할 것 같다"고 고백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정동남은 이정희씨에 대해 "동생이 죽었다는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있다. 그 마음을 잘 알기에 미안함과 고마움이 크다"면서 그녀와 만나기를 희망했다.

정동남은 양화대교를 찾아 21년 이정희씨의 동생이 세상을 떠난 곳인 선유교를 바라보기도 했다. 정동남은 시신을 수습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자살하기 전에 유가족을 한번쯤 생각했으면 좋겠다. 유가족은 평생 아픔을 가지고 살아간다"며 가슴 아파했다.

이후 제작진은 이정희씨를 찾아냈다. 정동남과의 인연으로 구조 활동을 시작한 이정희씨는 구조단체 부회장까지 됐다.

방송 출연을 고민했던 이정희는 고심 끝에 결국 정동남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정희씨는 "덕분에 잘 있었다.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사실 제가 너무 빚쟁이라 뵙고 싶어도 만나기 싫었다"라면서 정동남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을 쏟아냈다. 이에 정동남은 "빚진거 없고, 미안해 할 거 없다. 진심으로 봉사활동하는 이정희씨를 보고 내가 오히려 부끄러워졌다. 그동안 챙기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그녀를 꼭 안아줬다.

jyn20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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