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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 '미나리' 감독 "골든글로브 악마화 대상 아냐"…, 후보 불발 논란에 내린 우문현답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1-02-04 15:16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국계 미국 감독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이 전 세계 공분을 일으킨 제78회 골든글로브 후보 결과에 우문현답을 내놨다.

'미나리'는 3일(현지시각) 발표된 골든글로브 후보 발표에서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은 '미나리'를 포함해 덴마크의 '어나더 라운드'(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 과테말라·프랑스 합작 '더 위핑 우먼'(자이로 부스타만테 감독), 이탈리아의 '자기 앞의 생'(에도아르도 폰티 감독), 프랑스·미국 합작 '우리 둘'(필리포 메네게티 감독)이 노미네이트됐다.

골든글로브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 HFPA)에서 주최하는 시상식이다. 매년 영화와 드라마에서 최고의 작품, 배우를 선정해 시상하는 미국 내 권위있는 시상식 중 하나다. 무엇보다 골든글로브는 미국의 또 다른 대표적인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한 달 앞서 개최돼 '아카데미 전초전' '아카데미 바로미터'라고 불리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기생충'(봉중호 감독)이 한국 영화 100년 역사 최초로 외국어 영화상, 각본상, 감독상 부문의 후보로 이름을 올렸고,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물론 '기생충'의 골든글로브 수상 결과를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도 상당했다.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과 감독상 수상 불발을 두고 '인종 차별' 논란이 불거졌고 올해 역시 이런 '인종 차별'은 '미나리'를 통해 발발했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쫓아 미 아칸소주(州)의 농장으로 건너간 한인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을 주축으로 국내 배우로는 한예리와 윤여정이 가세했고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미국 배우 윌 패튼, 앨런 김, 노엘 케이트 조 등이 출연했다.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녹여낸 '미나리'는 미국 이민자의 삶을 다루면서 주요 출연진으로 한국계 배우 배치했지만 실상은 미국 국적의 미국 독립영화다. 한예리와 윤여정을 제외한 대부분의 스태프, 출연진이 미국 국적을 가졌고 투자 역시 '문라이트'(17, 배리 젠킨스 감독) '플로리다 프로젝트'(18, 션 베이커 감독) '유전'(18, 아리 에스터 감독) 등을 만든 A24가 맡았다. 또 '노예 12년'(14, 스티브 맥퀸 감독) '월드워Z'(13, 마크 포스터 감독) '옥자'(17, 봉준호 감독) 등을 제작한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영화 제작사 플랜 B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했다. 미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미국 영화지만 영화 속 주 언어가 한국어로 사용됐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어 영화로 간주돼 골든글로브에서는 외면을 받게 된 것.

골든글로브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정한 규칙 중 하나인 '대사 50% 이상 영어로 이뤄진 작품만이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있다'는 이유로 '미나리'를 작품상 후보에서 배제했다. 애초 후보 지명을 기대하게 했던 작품상, 각본상, 여우조연상 등에서 모두 장벽을 넘지 못한 것. 더구나 골든글로브는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를 발표하면서 '미나리'의 국가 출처를 'USA'라고 표기, 자국의 영화를 외국어영화상으로 올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직접 드러내 웃음거리가 됐다.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외신은 이런 골든글로브의 인종 차별적인 후보 선정에 분노했고 '올해 가장 황당한 후보 선정' '골든글로브 사상 최악의 실수' '바보같은 골든글로브' 등의 혹평을 받았다.


시대를 역행하는 골든글로브. 정이삭 감독도 아쉬운 마음을 털어놨다. 미국의 월간지 베니티 페어를 통해 골든글로브 사건에 대해 입을 연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 규정에 따라 외국어 영화 부문 후보로 자격이 주어졌다. 내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사람들이 느끼는 분노와 고통을 나 역시 이해한다. 나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자랐고 외국인이 아니지만 외국인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미국)가 바로 내 집인건 사실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를 악마화 대상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협회는 영화를 시상하고 축하하는 단체다.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다. 미국에서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제작되는 자국 영화가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이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다"고 덤덤히 결과를 받아들였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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