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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2020년 실적이 이번 달 일제히 공개됐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이른바 '3N'사는 각자 이정표를 세웠다. 우선 넥슨은 국내 게임사 가운데 최초로 연매출 3조원 시대를 열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엔화로 표기한 매출은 2930억 24000만엔으로, 이를 원화로 계산하면 3조 1306억원이다. 영업이익은 1114억 5000만엔(약 1조 1907억원)으로 두 항목 모두 전년 대비 18%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38%로 역시 선전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모바일게임 덕분이다. 그동안 온라인게임 의존도가 높았던 넥슨은 2020년에 'V4'와 '바람의 나라: 연',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등 신작을 연달아 성공시키는 등 모바일게임이 전년 대비 60% 성장했고, 매출 대비로는 33%까지 확대됐다. 이로 인해 중국 의존도를 줄인 것도 상당한 성과다.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를 앞세워 중국에서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거둬들였는데, 이 비중이 28%로 줄어든 반면 국내 매출 비중을 56%까지 늘렸다. 다만 지난해 중국 출시를 앞두고 있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한한령'의 여파 때문인지 서비스를 목전에 앞두고 무기한 연기되는 등 중국 리스크를 빨리 해결해야 현재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올해 온라인과 콘솔에서 함께 대응 가능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마비노기 모바일' 등 또 다른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넷마블은 넥슨에 이어 2번째로 많은 2조 4848억원의 매출과 272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 대비로는 각각 14%와 34.2% 증가한 수치다. 2017년부터 이어온 연매출 2조원대를 4년 연속 이어갔고, 해외에서만 1조 7909억원을 거둬들이며 전체 매출의 72%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23.3% 성장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굳건히 유지한 것은 의미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영업이익률은 10.95%로 전년의 한자릿수와 대비해 개선되긴 했지만, 주로 타사의 IP를 가지고 성공시키면서 많은 라이선스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 여전히 영향을 미쳤다. 그나마 'A3: 스틸 얼라이브'와 '세븐나이츠2'와 같은 자사의 IP가 지난해 가세하며 영업익을 개선시킨 것처럼 올해도 이 기조를 이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올해는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마블 퓨처 레볼루션', '제2의 나라' 등 올해 출시할 대형 신작들은 자사와 타사 IP가 고르게 섞여 있다.
이들 3개 회사의 뒤를 이은 게임사는 놀랍게도 모바일게임 전문인 컴투스이다. 컴투스는 5089억원 매출과 112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매출은 8.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 조금 넘게 감소했다. 글로벌 히트작 '서너머즈 워'에 주로 의존하는 약점을 타파하기 위해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을 4월에 정식 출시하고,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을 연내 공개하는 등 다양한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또 공격적인 M&A를 통해 다수의 IP와 인력을 확보하고, 중국에서 판호가 발급되는 '서머너즈 워'의 현지 매출을 더해 다소 정체된 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코스닥 상장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좋은 분위기를 보여줬다. 4955억원 매출로 전년 대비 27%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666억원으로 역시 전년 대비 90% 증가한 호실적으로 상장사 중 매출 상위 5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출시된 온라인 MMORPG '엘리온'이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르지는 못한 상황이지만 올해 기대작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성공할 경우 매출 5000억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펄어비스는 2019년 5000억 매출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지만 지난해는 4888억원으로 9% 하락하며 성장세가 주춤거렸다. '검은사막' IP만큼의 캐시카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은 '붉은사막'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재도약이 기대된다.
이밖에 웹젠은 모바일 MMORPG 'R2M'을 성공시키며 전년 대비 67%나 상승한 2940억원의 매출과 109% 오른 108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자사의 장수 IP 'R2'의 확장 전략이 성공하며 '뮤' IP 의존도를 줄인 것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위메이드는 '미르4' 출시에 힘입어 전년 대비 11% 증가한 126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여전히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미르4'의 중국 진출, 그리고 '미르M' 출시 등 '미르' IP에 올해도 성과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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