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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스스로가 만든 틀을 깨부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야심작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이 올 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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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최초로 선보인 프린세스 시리즈인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 이후 다섯편 연속으로 백인 공주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왔던 디즈니는 1992년 '알라딘'에 등장한 자스민 공주 이후 계속해서 유색인종 프린세스 시리즈를 제작, 인종의 다양성을 확장시켜왔다. 동아시아인 여전사를 내세운 '뮬란', 최초의 흑인 공주 '공주와 개구리', 폴리네시아인 부족의 딸 '모아나' 등을 연이어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던 디즈니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을 통해 처음으로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강력한 프린세스인 라야를 처음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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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주인공의 성장을 담은 활기 넘치는 스토리와 화려하면서도 매력적인 그래픽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히 프린세스 시리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뮤지컬 시퀀스가 단 한장면도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직접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뮤지컬 스퀀스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로 꼽혀왔다. 디즈니는 뮤지컬 시퀀스를 통해 '겨울왕국'의 '렛 잇 고', '모아나'의 '하우 파 아일 고' 등의 명곡을 탄생시킨 바 있다. 하지만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서는 그런 뮤지컬 넘버를 과감히 삭제하고 오로지 스토리 전개에만 집중했다.
뮤지컬 시퀀스 부재의 아쉬움은 역동적인 액션신이 채웠다. 라야와 그녀의 아버지 벤자 족장, 라야의 라이벌이자 친구 나마리 등의 캐릭터들은 동남아시아의 무예를 기반으로 그동안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타격감 넘치는 맨몸 액션을 선보인다. 특유의 독특한 검술 액션도 그동안 서양 시대물이나 중국을 중심으로 한 무협 애니메이션에서 나왔던 액션과는 결을 완전히 달리하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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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왕자의 존재에 의존하는 수동적 성격의 공주 시리즈를 제작했던 초창기를 지나 점점 주체적이고 주도적으로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공주 혹은 여전사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캐릭터의 사랑이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남성 캐릭터를 포기하진 못했다. 가장 최근에 개봉한 '겨울왕국' 시리즈에서 안나의 연인으로 등장한 스벤과 '모아나'에서 모아나를 도와주는 영웅 마우이가 중요하게 등장한 바 있다.
하지만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서는 이런 남자 캐릭터의 존재가 완전히 부재한다. 라야의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 벤자 족장도 극 초반에 퇴장하고 라야가 모험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남성 캐릭터들 역시 아주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데 그친다. 오히려 라야는 라이벌이자 친구인 또 다른 여성 캐릭터 나마리나 마지막 드래곤 시수(이 조차 여성배우인 아콰피나가 목소리를 맡았다)를 통해 성장한다. 라야의 감정을 뒤흔드는 사랑이나 연인, 혹은 그를 구해주는 남성 영웅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젠더에 관한 최근 전 세계적인 시류를 그대로 반영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신뢰를 잃고 서로 분열돼 있던 쿠만드라의 부족들이 신뢰를 회복하여 하나의 부족, 하나의 나라로 나아간다는 중심 스토리 역시 작금의 시대에 꼭 필요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모아나'의 공동연출을 맡고 '빅 히어로', '곰돌이 푸' 등은 연출한 돈 홀 감독과 까를로스 로페즈 에스트라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켈리 마리 트란, 아콰피나, 산드라 오, 대니얼 대 킴, 젬마 찬 등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3월 4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월트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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