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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터맨' 출신 한의사 박미경→'이직의 고수' 진기주 ('유퀴즈')[종합]

조윤선 기자

기사입력 2021-03-10 23:03



[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유 퀴즈 온 더 블럭' 박미경과 진기주가 자신만의 이직 경험과 비결을 공개했다.

10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이직의 기술' 특집으로 꾸며져 박미경과 진기주가 출연했다.

어린이 드라마 '지구용사 벡터맨'에서 '메두사' 역할을 했던 박미경은 연예계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재학 당시 잡지 전속 모델 공고를 보고 친구가 찍어준 스냅 사진을 냈는데 바로 됐다. 그래서 모델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박미경은 한지민, 조여정 등과 함께 잡지 전속 모델로 활동했다고.

박미경은 이날 1990년대 후반 한 게임회사에서 개발한 가상의 사이버 가수, 일명 '아담 동생'으로 불린 류시아의 모델이 자신이었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그는 "아날로그 시대였으니까 정말 조소실 같은 데 가서 얼굴에다 석고를 올려서 본을 떴다. 그걸 토대로 CG 작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활동을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에이전시 같은 데서 연락이 오고 드라마가 있다고 하면 신인 연기자들은 오디션을 보러 가지 않냐. '벡터맨'도 당시 유명한 드라마였기 때문에 오디션을 봤다"고 말했다.

감독의 제안을 받고 메두사 역할을 맡게 됐다는 박미경은 "역할을 따로 두시지 않고 대본 리딩 시켜보고 '이 역이 맞겠다' 해서 추천을 하는데 내게 메두사를 주시면서 '공주보다 예쁜 애들이 악역 하는 거다'라고 좋은 말씀 해주셨다"며 "일본의 경우 스타가 탄생할 때 어린이 드라마의 악역 같은 거로 시작을 한다더라. 그러다가 스타와 팬이 함께 나이 들어가며 평생 사랑받는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박미경은 당시 인기에 대해 "극장판 개봉하는 날 사인회를 하는데 어린이 팬들이 너무 많이 왔다"며 "'메두사를 무찌르겠다'고 하기도 해서 (메두사처럼) ?려봐줬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또한 '벡터맨' 시절 연기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하기도 했다. 박미경은 "촬영 내내 메두사 투구를 쓰고 있는데 목디스크처럼 아프고 힘들었다. 근데 내가 제일 꿀이었다. 다른 배우들은 하루종일 탈 쓰고 야외 촬영을 했다. 하루종일 찍어도 한 회를 못 건졌다"며 "나는 그냥 그 자리에서 독백식으로 하루에 몇 회를 다 찍었다. 명령만 내리고 옆에 부하도 CG여서 허공 보면서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메두사' 활동 이후 MBC 주말드라마 '햇빛 속으로' 출연 제의를 받기도 했다는 박미경은 "그때 큰 고민에 빠졌다. 당시는 드라마 시청률이 어마어마하고 전 국민이 기다리는 시간이기 때문에 거기다 얼굴을 비치고 역할을 맡는다는 건 내 인생의 진로가 배우로 굳어지는 거였다"며 "배우로 뼈를 묻어야겠다는 생각까지는 못 해봤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사실 내 한계를 너무 많이 느끼고, 재능이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솔직히 얼굴이 너무 예쁘지도 않고, 그래서 명문대 출신 여배우 콘셉트를 내가 하면 될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서울대 출신 김태희가 나타났다. 그래서 내 그릇이 여기까지인 걸 인정하고 그만두겠다고 생각하고 학교로 돌아왔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를 들은 유재석은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 분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멈출 수 있는 용기도 용기"라며 감탄했다. 이에 박미경은 "배우 생활이라는 게 오디션 보러 다니는 게 대부분이다. 오디션 보고 떨어지고 좌절의 시간이 많다 보니까 이 길은 좀 어렵겠다고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다. 연기자 생활이 정말 녹록지 않다는 걸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배우를 그만둔 이후 복학해서 학교를 졸업했지만, IMF 직후라 경제가 어려워서 취업하기도 힘들었다는 박미경은 "너무 막막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내 인생을 세팅해보자고 생각해서 한의사를 해보기로 마음먹고 재수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26세 때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는 그는 "문과 출신이다 보니까 이과 공부부터 다시 배웠다. 다행스럽게도 1년 만에 한의대에 입학했다"면서도 "(공부할 때) 졸려서 울어봤다. 수학 문제 푸는데 머리도 안 돌아가고 너무 졸려서 껌 씹고, 안구 건조증 때문에 눈이 안 떠질 정도로 심해서 안과를 다니기도 했다. 별의별 질병을 얻으면서 공부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박미경은 한의사 이직 후 직업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비교가 안 된다. 훨씬 높다. 배우는 마음고생과 몸 고생이 심하다"며 "캐스팅도 내가 선택되어야 하고, 대중들한테도 내가 선택되어야 하고 사랑받아야 하는 수동적인 한계점이 있지 않냐. 근데 한의사를 직업은 내가 사람들을 이롭게 해주고 아픈 분들을 낫게 해주는 그런 주도적인 역할이기 때문에 훨씬 좋다"고 답했다.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배우 진기주는 '이직의 고수'로 등장했다. 유재석은 "진기주가 말 그대로 '이직의 고수'다. 졸업 후에 삼성 SDS에 취업한 후 그만두고 강원 민영방송에 기자로 취직한다. 그러다가 이걸 또 그만두고 슈퍼모델, 그리고 지금 배우가 됐다"고 소개했다.

기자 출신인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기자가 꿈이었다는 진기주는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모습이 멋있었다. 항상 뉴스보다 아빠가 알려주는 게 더 먼저였다. 아빠에게 먼저 소식을 듣고 나면 TV 뉴스가 나왔다. 그런 면이 되게 매력 있게 느껴졌다. 세상의 일을 먼저 알고 있고 내 눈에 아빠는 되게 멋있는 어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다니면서 공대생이 됐다는 진기주는 "슬픈 현실이긴 한데 점수 따라서 진학을 하지 않냐"며 "(공대에 가서) 잘못 선택했다고 느꼈다. 난 지금도 컴맹"이라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삼성SDS 입사했다는 진기주는 "신입 때는 사실 업무에 뛰어든다기보다 신입사원 연수도 많이 하고 동기들과 함께 하는 교육 받는 시간이 많아서 마냥 재밌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사 3년 만에 돌연 퇴사를 결심했다는 그는 "출퇴근할 때 내 표정이 점점 안 좋아졌던 거 같다. 얼굴에 어둠이 있었던 거 같다. 하루는 엄마가 '기주야, 너 힘들면 하고 싶은 거 해'라고 툭 했는데 그때는 사실 짜증 냈다. '취업이 힘들고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해서 이거 그만두고 새로운 거 하는 게 쉬운 게 아니다. 엄마가 날 응원해주기 위해 하는 말인 거 알지만 안 그래도 참고 다니고 있는데 그런 말 하지 마'라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진기주는 "하지만 엄마는 아직 어리니까 해보라고 했다. 그 당시 나는 26세였는데 전혀 어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뭐든 할 수 있는 나이인데 그때는 취업할 때의 고통이 내 안에 아직도 생생하니까 '또 한다고 될까?'라는 게 너무 컸다"고 털어놨다. 또한 취업 준비할 당시 고통스러웠던 서류 전형과 이유도 모르는 불합격 통지를 여러 번 겪는 게 너무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마음속에는 배우의 꿈을 품고 대기업을 퇴사했지만, 용기가 없었다는 진기주는 주변에 언론사 시험 준비하는 친구들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도 유년기 때 계속 꿈꿨던 일이니까 '진기주 기자'라고 불리는 게 너무 뿌듯했다"면서도 "수습기자 생활 때는 개인 시간은 머리 감는 시간밖에 없었다"며 "머리를 감다 보면 토가 나왔다. 너무 몸이 힘드니까. 계속 눈물이 나는데 왜 우는지 몰랐다. 내가 이걸 하려고 그때 힘들게 회사 그만둔 게 아니었는데라는 생각을 했다"며 힘들었던 기자 생활을 떠올렸다.


결국 수습 기간 3개월을 끝낸 진기주는 우연히 TV를 보다가 슈퍼모델 대회 광고를 보고 지원했고, 3등을 차지하면서 연예계에 데뷔했다. 2015년 드라마 '두 번째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처음으로 배우 생활을 하게 됐다는 그는 "합격하기 전까지는 모든 오디션이 다 1차 탈락이었다. 맨날 가면 듣는 말이 나이가 많다는 거였다"고 털어놨다.

진기주는 "연기는 나이가 상관없지 않냐면서 변론만 열심히 하고 다녔는데 그런 말 들을 때마다 상처는 많이 받았다"며 "오디션 시작할 때 날 의심하는 눈빛을 다 받고 연기하려면 주눅이 많이 든다. 그리고 계속 떨어지니까 그때부터는 조바심도 났다. 아예 시작도 못 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때 '두 번째 스무 살' 오디션에서 만난 감독님으로부터 "재능이 있는데 왜 이렇게 눈치를 보냐"는 말을 듣고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그는 "지금도 그 감독님은 연기를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은인이라고 생각한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진기주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 "그동안 거쳐왔던 직업들에 비해 가장 불안정적이고 가장 자존감도 많이 깎이고 상처도 가장 많이 받았다. 근데 흥미로워서 좋다. 더이상 다른 생각이 안 든다"고 밝혔다.

이날 진기주는 이직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이직은 좀 내려놓아야 가능한 거 같다. 내가 지금 있는 곳보다 좋아지리라는 보장이 훨씬 더 적지 않냐. 지금보다 많이 열악해져도, 내가 지금 가진 것을 훨씬 더 많이 잃어버린다고 해도 할 건지를 스스로한테 물어보는 게 좋은 거 같다"고 조언했다.

supremez@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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