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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국민 엄마' 고두심(70)의 새로운 얼굴이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고진옥은 '숨 오래 참기'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제주 해녀다. 뛰어난 물질 실력은 물론 불 같은 성격으로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자신의 평생을 바다에 바치며 살아왔던 그가 어느 날 자신을 취재하기 위해 서울에서 찾아온 다큐멘터리 PD 경훈을 만난 후 잊고 있었던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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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무엇보다 감독님이 저를 놓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하더라. '고두심의 얼굴이 제주도의 풍광'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기대치에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어느 누가 해도 그 무게는 달고 가야 하는거 아닌가. 하지만 나 만큼 해녀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라는 마음이 가장 컸다"라며 "해녀라는 건 제주도의 상징이다. 그분들이 있기에 오늘날의 제주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분의 정신이 제주의 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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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진옥과 경훈의 사랑에 대해 "흔치는 않지만 세상에 이런 사랑도 분명히 있을 수는 있지 않나. 못할 사랑이라는 생각은 없다. 물론 비슷한 연배의 사람과 비슷한 정서를 나누는 사랑과 만남도 좋지만, 30살, 20살 차이가 나는 사람과의 사랑도 정말 특별하지만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게 그런 경우가 오지도 않겠지만, 온다고 해도 거부감이 들고 그러진 않는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부터 멜로물을 하지 못한 '한'을 이번 작품을 통해 풀고 싶다며 미소짓기도 했던 고두심은 "이번 영화를 통해 그 한이 풀렸냐"는 질문에 "고작 한편 가지고 풀리겠냐"며 웃었다. 그러면서 "2탄 3탄이 나와야 하지 않겠냐. 그런데 일단 (지)현우 팬들이 쫓아 올 것 같다. 그런데 현우야 나도 팬 많다"고 장난스레 말했다.
로맨스 호흡을 맞춘 후배 33살 연하 지현우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어떤 젊은 친구가 이 역할을 하게 될까 했는데, 현우가 하게 됐다"며 미소 지은 그는 '상대배우로 지현우가 캐스팅 됐을 때 기분'을 묻자 "처음에는 저런 비리비리가 잘 할 수 있을까"고 답해 모두를 웃겼다. 이어 "현우를 처음 봤을 때 너무 마르고 비리비리하더라. 감독님께서는 그런 체형으로 경훈 특유의 센서티브한 느낌을 내고 싶었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라며 "그런데 영화 찍고 나서 시사회에서 오랜만에 만나니까 덩치도 좋아지고 어깨도 떡 벌어지고 남자가 됐더라. 이제야 남자로 보인다"고 장난스레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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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터뷰에서 고두심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제주도의 딸', '국민 엄마'의 이미지에 대해서도 솔직히 이야기 했다. "고두심하면 제주도, 제주도 하면 고두심이이라는 표현을 매스컴에서 많이 했는데, 그게 저에게는 굉장히 무거웠다. 내가 잘해야 제주도 사람이 욕을 안먹겠다는 생각에 무섭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전원일기' 22년 하면서 맏며느리 이미지가 강하게 남게 됐다. 그러다가 어머니 이미지로 넘어갔다. 어머니라는 건, 큰 우주다. 누구든 엄마를 생각하면 명치 끝이 찡하고 아픈거 아닌가. 모든 것을 내놔야 하는게 엄마인 것인데. 그런 이미지가 씌어지니까 사실 부담이 되기도 하고 쉽지 않았다. 어느 순간 내가 '어머니상'이 됐고 지금까지 오게 됐다. 그런데 그런 엄마가 연하남과 연애하는 영화를 하니 지금 내가 얼마나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듣고 있겠냐"라며 "국민 엄마 이미지만으로도 정말 어려운데, 나라에서 까지 훈장(2020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표창)까지 붙여주니까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런 이미지로 인해 내가 이렇게나 조심스럽게 살지 않았으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 싶긴 하다. 그런 걸 다 지키면서 살아오니까 오늘날의 고두심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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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빛나는 순간'은 '연지'(2016), '걱정 말아요'(2015), 'REC'(2011) 등을 연출한 소준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고두심, 지현우, 양정원, 전혜진 등이 출연한다. 오는 30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soun.com, 사진 제공=명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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