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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한국을 대표하는 남, 여 배우 각 1인이 심사위원으로 나서는데 올해는 엄정화와 조진웅이 그 역할을 맡게 됐다. 간담회를 가진 조진웅은 다수의 연극과 뮤지컬 무대를 시작으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2004)를 통해 충무로에 데뷔, 이후 강렬한 악역 연기를 선보인 '끝까지 간다'(2014), 천만영화 '명량'(2014)과 '암살'(2015), 황금촬영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블랙머니'(2019) 등의 작품을 통해 최고의 배우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대외비'와 '경관의 피' 두 작품의 개봉도 앞두고 있어 계속해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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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데믹 상황에서도 어렵게 열리는 영화제이니 만큼 이번 영화제 참석 자체가 더 감동적이라는 조진웅. "부산국제영화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영화제고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 돋움하고 있지 않나. 그리고 대한민국 콘텐츠의 힘이 난리가 났지 않나. 그건 그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노고도 있지만, 지금까지 이어온 많은 선배님들의 피와 땀이 일궈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코로나가 창궐했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제를 굳건히 지켜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기뻤다. 여느 때와 다름 없는 감동을 느꼈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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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시기에 오히려 한국 콘텐츠들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제야 알아보는 거야? 우리는 매년 보고 확인하고 있었는데!'라는 마음이다"며 웃었다. 이어 "영화 '기생충'이 최근에 정말 큰 업적을 남기지 않았냐. 영화상 시상식을 보면서 혼자 쾌재를 부르면서 펄쩍펄쩍 뛰었던 건 처음인 것 같다. 그리고 '우리도 할 수 있네!'라는 생각이 들더라. '오징어 게임', 'D.P', '킹덤'도 마찬가지다. 이런 콘텐츠의 힘이 남달라진 것 같아 굉장히 고무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같은 꿈나무에게는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조진웅은 올해의 배우상 심사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심사의 기준에 대해 묻자 "다른 기준은 없지만, 우리 선배들의 해왔던 발자취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심사숙고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심사위원으로서의 무게감은 있지만 영화를 즐기는 관객의 입장이 되야 할 것 같다. 사실 다른 영화 평가할 때가 가장 재미있지 않나. 하나의 관객으로서 즐길 생각이다"라며 "배우들이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진심은 제가 체크하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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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단편영화 '력사'의 메가폰을 직접 잡아 배우 뿐 아니라 감독 데뷔도 앞둔 조진웅은 이에 대해 묻자 "카메라 앞에서 서다가 카메라 뒤에서 스태프의 동선을 처음 보게 됐다. 두달 정도 찍었는데, 그 동선을 확인하며 매일 밤 숙소에서 울었다. 스태프들의 동선을 보고 나니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연출을) 한번 해보길 정말 잘했구나 싶기도 하더라"고 전했다.
지난 8월 역사적인 봉오동·청산리 대첩의 영웅 홍범도 장군의 유해 송환에 참여하기도 했던 조진웅. 유해 송환의 과정과 소감에 대해 묻자 "홍범도기념사업회에서 같이 갈 수 있겠느냐고 물어오셨고 저로서는 아주 영광스러운 일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헌신하시다가 외국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신 그 분의 유해를 송환하는데 함께 하는 것만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건 인간이 가진 깜냥의 문제는 아니것 같다. 이건 인간이라면 해야 할 일이었다.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와 고려인분들에게도 모두 정말 감사했다. 그저 늦어서 죄송한 마음이 컸다. 이게 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일인가 생각해봤을 때, '이제 대한민국은 제대로 된 나라이다'라는 걸 느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더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6일 개막해 열흘간의 축제를 마친 후 15일 폐막한다. 70개국에서 출품한 223편의 작품(장편·단편)이 6개 극장 29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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