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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콧대 높은 칸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영화 '헤어질 결심'이 극장가 관객들의 민심도 얻을 수 있을까.
'헤어질 결심'은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에게 감독상 트로피를 안겨준 작품으로, 관심이 높다. 이번 수상으로 칸에서만 3번째 트로피를 거머쥔 박 감독은 "트로피라고 말씀하시니까 생각나는 게, 그전에는 상장밖에 없었다. 영화제가 좀 바뀌었더라. 트로피가 생겨서 다행인 것 같다. 보기도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한국에서 개봉해서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지가 제일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전에 만든 영화들보다 좀 더 한국인만 이해할 수 있는 점들이 많다. 대사가 특별하다. 그런 만큼, 저에게는 외국 영화제의 수상보다는 기다리고 있는 한국 개봉에서 결과가 제일 궁금하다. 한국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긴장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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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는 "다 같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을 오랜만에 봐서 좋았다. 열기가 뜨거웠는데 박찬욱 감독님과 박해일 씨를 만나 즐거웠다"고 했고, 박해일은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는 자체가 오랜만이었다.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님과 탕웨이 씨와 칸영화제를 참여하게 돼서 기쁜 마음이었다. 그분들의 환대와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밝혔다.
2016년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 박찬욱 감독은 "3, 4년 전쯤 됐다. 고등학교 때 읽었던 스웨덴에서 나온 추리 소설을 오랜만에 읽었다. 소설 속 경찰관처럼 속이 깊고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신사적인 그런 형사가 나오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친절한 금자씨' 이후로 계속 함께 해온 정서경 작가한테 말하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배우를 염두에 두지 않고 극본을 만든다"는 박 감독은 "박해일의 해자를 따서 해준이라는 이름을 지었다"며 "정 작가와 여자 주인공은 중국인으로 설정하자고 했다. 그래야 탕웨이를 캐스팅할 수 있으니까라고 했다"고 박해일과 탕웨이와 함께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서스펜스 멜로 영화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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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 스타일을 매우 좋아하는 팬으로 이번에 작업한 것은 행운이라 생각한다. 배우들을 안심시켜주는 감독님이라, 내 일만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라며 박 감독에게 감사함을 나타냈다.
박 감독은 탕웨이의 한국어를 칭찬하기도 했다. "탕웨이의 한국어는 맞춤법이 정확하다. 잘 배운 한국어다"는 박 감독은 "그런데 억양과 발음이 우리와 아무래도 다르다. 한국인 관객들이 낯설 것이고, 묘하다는 인상을 받기 바랐다. 우리와 타자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면 좋을 것 같았다. 서래의 한국어는 정확한데도, 이런 표현을 쓰니 독특하고 신선하고 고상하고 우아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극드라마를 보면서 배운 한국어라 고풍스럽다"고 자랑했다.
박해일은 서래에게 의심과 동시에 호기심을 느끼는 형사 해준 역할이다. 박 감독의 연출작에 처음 출연하게 된 박해일은 "2000년대 초 'JS공동경비구역'을 하실 쯤, 감독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 영화 최전방에서 무거운 짐을 짊어 간다는 느낌이었다. 저한테도 마침내 기회가 왔다. 감독님의 영화 결과물과 색깔이 너무 훌륭하시지만, 개인적으로 '저라는 배우가 감독님 영화가 잘 맞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 있다"고 털어놨다.
그런 만큼 궁금해졌다는 박해일은 "그때쯤 제안해주셨다. 처음에는 30분 정도 쭉 줄거리를 설명해주셨다. 들으면서 호기심이 커졌던 것은 형사 캐릭터라는 것이다. 멜로 영화 장르를 언제쯤 해보냐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감독님께서 수사극 안에 멜로와 로맨스 사이 지점을 보여주신다고 하니 궁금해지더라. 시나리오를 읽어 보니, 감독님께서 해오시던 결보다 담백한 느낌이 들었다. 저 또한 너무 감사드리고, 감독님 수상 정말 축하드린다. 오랜만에 한국 관객분들께 개봉하게 된 입장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첫 형사 역할을 맡게 된 것에 "많은 배우분이 형사 역할을 하시는데, 해오면서 '왜 안 해봤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제가 소화하기엔 어색할 것 같고, 잘못할 것 같아서 미뤘나는 생각도 있었다. 근데 감독님께서 제안한 캐릭터는 저와 잘 맞는 것 같더라. 해준이 친절하고, 청결하고, 효율성을 중요시 여기는 멋진 장치들이 있다. 형사이면서도 우리와 같은 열심히 사는 직업군이다. 불면증도 있지만 승진도 빨리 올라간 친구다"라며 캐릭터 해준을 소개했다.
박해일과 탕웨이의 '케미'도 관심사다. 이날 제작 보고회에서도 탕웨이에게 인이어 문제가 생기자, 박해일이 먼저 도와 훈훈한 분위기를 자랑하기도 했다. 탕웨이가 캐릭터 서래 특징에 대해 "매력을 모르는 것이 서래 특징인 것 같다. 그래서 해준 역할의 박해일 씨가 서래 매력을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박해일에게 서래 매력을 물었다.
이에 박해일은 "탕웨이가 곧 서래다. 상대역이자 배우로 봤을 때 굉장히 잘 어울렸다는 생각이 들었고, 감독님께서도 잘 이식시켜주신 것 같다. 탕웨이 씨가 걸어온 작품은 다 챙겨보지는 못했지만 '색계' '만추'를 감명 깊게 봤다. 기본적인 이분의 매력은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알 수 없는 표정, 눈빛이 탕웨이 씨만 가지고 있는 매력으로 발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작품에서 최대치로 확장시킨 것 같다"며 탕웨이를 칭찬했다.
탕웨이 또한 "캐릭터 속에서 생활을 대하는 철학적인 분석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부분은 감독님의 계승자인 것 같다. 그 캐릭터를 봤을 때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이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지 못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수사 멜로극'이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해준의 눈빛을 돌아봤다. 해준은 수사에 강직한 형사의 모습이었지만, 점점 눈빛을 통해 제가 휘말리는 것 같았다. 굉장히 정제돼있고 디테일한 눈빛이다"고 맞장구치며, 박해일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박해일 씨의 영화를 '살인의 추억'을 비롯해 많이 봤는데,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바로 이 영화의 해준이다"고 했다. 박 감독 또한 "박해일 씨가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용의자다. 어떻게 보면 국가대표 용의자라고 할 수 있다. 눈빛이 맑아서 혼란스럽게 하기도 한다"며 '국가대표 용의자'에서 선한 경찰이 된 박해일을 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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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미에 대한 궁금증도 생긴다. 박 감독은 "'아가씨'는 실외 세트를 호화스럽게 지었는데, 이 영화는 멀리 떨어져 있는 로케이션을 찾아다니는 데 돈을 썼다. 눈, 비, 구름, 안개, 파도, 태양 등 자연현상을 물리적으로 만들기도 했고, 후반에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더하기도 했다. 그런 곳에 예산이 많이 사용됐다. 물론 우리나라 아름다운 곳들을 여기저기 보여주기도 한다. 특정한 한 곳은 아니다. 많은 특수효과가 더해져서 만들어졌다. CG하는 분들께 고생 많이 시켜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전작 '아가씨'에서도 바다에서 엔딩을 마치는데, '헤어질 결심'도 바다에서 마무리된다. 박 감독은 "영화마다 어떤 요소든 소재나 장소가 다르게 사용된다. 인간의 의지를 압도하는 그런 운명 같은 느낌을 좀 더 많이 필요로 했다. 안개가 중요하기 때문에 바다에서 밀려오는 해무를 형성시키는 원천으로 자연을 신경 썼다. 바다보다는 거센 파도가 중요했다. 파도가 가진 거대한 위력을 사용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의 전작들보다 비교해 자극적인 요소가 줄었다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박 감독은 "관객들이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스스로 다가가서 들여다보고 싶게 하게끔 하고 싶었다. 변화를 잘 봐야해서, 자극적인 요소를 낮춰야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음악으로 치면 섬세하고 여린 가수가 노래하는데, 반주나 드럼이 크거나 기타가 화려한 것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물론 그 음악은 훌륭할 수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것들을 낮춰야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탕웨이는 "감독님의 전작들은 무거운 맛인 것 같다. 삶의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표현했다. 이번엔 약간 달짝지근한 맛이 있다"며 박찬욱 감독의 새로운 맛을 기대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극장에서 '헤어질 결심'을 즐기기를 당부했다. 탕웨이는 "제가 '헤어질 결심'을 두 번은 작은 화면으로 보고, 한 번은 큰 화면으로 봤는데 너무 다르더라. 큰 스크린으로 또 볼 예정이다. 스크린으로 영화 보시면서 저희 세 명의 표현 방식을 봐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박 감독은 "코로나 시대에 영화관 출입을 못 하셨는데, 이제 거리낌 없이 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헤어질 결심'은 사운드와 이미지 양쪽 면에서 정말 공을 많이 들였다. 개봉을 못 하고 있어서 후반작업이 길었다. 언제 개봉한지 모르니 끝없이 만지다 보니, 제 영화 중 후반작업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됐다. 그래서 극장에서 더 볼 만하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영화 산업이 붕괴 직전에 있는 이 상황에서 '헤어질 결심'도 그렇지만, 송강호 씨의 '브로커'나 '범죄도시2' 등을 봐주시면 좋겠다. 미국 영화도 좋다. 영화관에서 보는 그 잊고 있던 감각을 다시 느끼시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오는 6월 29일 개봉한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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