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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K팝 1위 기획사 하이브에 빨간불이 켜졌다.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의 갈등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본사와 산하 레이블의 유례없는 갈등에 많은 이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 대표와 부대표 L씨 등이 대외비인 계약서 등을 유출하거나 하이브가 보유 중인 어도어 주식을 팔도록 유도하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하고, 인사 청탁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정황을 확인해 대응에 나섰다는 풀이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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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하이브는 어도어 부대표 L씨를 이번 사태의 중심인물로 지목했다. L씨는 민 대표와 SM엔터테인먼트 재직 시절부터 수년간 주요 프로젝트를 함께한 인물로, 하이브 재무부서에서 기업설명(IR)을 담당하며 하이브 상장 업무 등을 수행하다 올해 초 어도어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는 '민희진의 오른팔'로 불리는 인물이다.
하이브는 L씨가 하이브 재직 시절 하이브의 재무 정보와 계약 정보 등 핵심 영업비밀을 확보하고 이를 경영권 확보 계획 수립에 이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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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민 대표는 이번 사태가 '아일릿의 뉴진스 콘셉트 도용'이 문제가 됐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아일릿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에서 지난달 선보인 신인 걸그룹으로, 자신이 이끄는 어도어의 인기 가수 뉴진스를 음악적 특징이나 시각적 콘셉트 등을 따라 했다는 지적이다.
민 대표는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아일릿 데뷔 앨범의 프로듀싱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 출연 등 연예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이 입장에서 '아류', '이미지 소모' 등 강한 어휘를 선택해 눈길을 끈 바다. 민 대표는 "뉴진스는 현재 5월 컴백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아일릿이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뉴진스를 소환했다. 아류의 등장으로 뉴진스의 이미지가 소모되었고, 불필요한 논쟁의 소재로 끌려들어가 팬과 대중에게 걱정과 피로감을 줬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브에 문제 제기를 했다가, 하이브가 자신을 해임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 산하 빌리프랩 소속)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Copy)한 문제를 제기하니 날 해임하려 한다"며 "(하이브와 빌리프랩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을 하기에 급급했으며 구체적인 답변을 미루며 시간을 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항의가 어떻게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경영권 탈취 시도'라는 하이브 의혹에 "어이없는 언론 플레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또 "뉴진스가 일궈 온 문화적 성과를 지키고, 더 이상의 카피 행위로 인한 침해를 막고자 모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혀 사퇴할 뜻이 없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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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컴백을 앞둔 뉴진스도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진스는 당장 오는 27일 신곡 '버블 검'을 선공개하고, 컴백까지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예정된 활동이 정상 진행될 수도 있지만, 민 대표가 그간 뉴진스 프로듀싱과 활동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만큼, 여파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아일릿도 이번 사태의 피해자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데뷔 당시 콘셉트와 스타일링 등이 뉴진스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데뷔곡 '마그네틱'으로 음원 차트와 음악방송 1위 등 큰 성과를 거뒀다. 특히 K팝 데뷔곡 사상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핫 100' 1위에 오른 바다.
업계에서는 멀티 레이블 체제의 명과 암을 짚는 분위기다. 하이브의 성장 동력으로 멀티 레이블 체제가 꼽혔지만, 결국 모기업과 자회사 간 경영권 갈등으로 불거진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는 것이다. 또 관계자들은 독자적 경영권을 부여받은 멀티 레이블 체제지만, 각 레이블 간 소속 가수들의 활동 시기나 콘셉트 등이 겹칠 수 있다는 점도 시스템의 한계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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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