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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방송의 최종 승자는 MBC였다.
다른 방송사들도 이번 개표 방송을 탄탄히 준비했지만,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게 됐다. 역사적 상징성을 강조한 'K-큐브'를 내세운 KBS1 '내 삶을 바꾸는 선택2025'는 5.9%를 최고치로 기록했고, XR 토크쇼와 CG 기반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운 SBS '2025 국민의 선택'도 최고 시청률 3.7%에 그쳤다. TV조선, 채널A,JTBC, MBN 등 종편 4사는 모두 1% 안팎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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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측면에서도 MBC는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방송 역사상 최대 규모인 6면 LED 세트, 와이어캠·드론 중계, 초고화질 컴퓨터 그래픽을 총동원했고, 전국 주요 명소를 배경으로 한 러닝 콘텐츠와 요리·암벽 등반 등 40여 개의 다이내믹 포맷을 도입해 개표방송의 형식을 확장했다. 숫자만 보여주는 개표가 아니라,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 집중한 기획이었다.
정보 전달의 깊이도 놓치지 않았다. 유시민 작가와 정규재 전 주필, 조경태·박주민 의원 등이 출연한 정치 토론 코너는 진보와 보수가 날카롭게 충돌하며 '선거방송의 품격'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여기에 MBC 특허 기술인 당선 예측 시스템 '적중2025'는 실시간 개표 흐름과 높은 예측 정확도로 시청자의 신뢰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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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MBC가 이번 개표방송이 갖는 의미는 그저 '시청률 1위'에 그치지 않는다. 해당 방송은 MBC의 '언론으로 신뢰 회복'이 시험대에 오른 무대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에서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시청률 10%를 넘기며 '권력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으로 떠올랐다. MBC 시청자위원을 담당하고 있는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대학 교수도 "계엄 선포 이후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보여주듯,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국가 위기에 대한 우려와 정국에 대한 불안이 그동안 정권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던 MBC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고(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사망 사건으로 신뢰가 흔들렸던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이번 개표방송은 MBC가 다시 보도의 신뢰도를 시험하는 분기점이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 결과, MBC는 '선택2025'를 통해 기술과 기획에 모두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잘 만든 방송'이 무엇인지를 입증했다. 수치로도, 내용으로도 존재감을 각인시킨 무대였다.
MBC 측도 이번 개표방송의 시청률 승리를 전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12·3 계엄 이후 MBC의 메인뉴스는 타사 대비 꾸준한 우위를 유지해 왔으며, 이번 선거 보도에서도 이러한 시청자 신뢰의 흐름이 그대로 이어졌다"며 "단순히 개표 결과를 빠르게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거라는 국가적 사건을 통해 사회 전체의 흐름과 고민을 함께 들여다보려는 시도였다. 기술, 콘텐츠, 시청자 경험, 공익적 가치가 유기적으로 작동한 이번 방송은 선거방송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사례로 남을 것"이라 자평했다.
하지만 방송의 완성도나 시청률과 별개로, 그 방송을 만든 조직이 신뢰받을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이재명 당선인과 함께 새 정부가 출범하는 지금, MBC가 '믿고 볼 수 있는 언론'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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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