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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 토니상 6관왕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 "K뮤지컬 뿌듯, 우리 배우들도 한국어 배우기 시작"

고재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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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24 15:16


[SC현장] 토니상 6관왕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 "K뮤지컬 뿌…
사진=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사상 최초로 제 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대런 크리스)을 포함해 각본상, 연출상, 음악상(작곡·작사), 무대디자인상 등 무려 6개 부문을휩쓸었다. K-뮤지컬의 쾌거라고 할 수 있다.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만들어낸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래의 서울에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서로 사랑을 느끼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의 대본과 작사, 번역까지 책임졌던 박천휴 작가는 24일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진행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어워즈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오늘도 트로피를 식탁에 올려두고 왔다. 그걸 보면서 아침을 먹었다. (아직도) 너무 신기하더라. 이렇게 상징적인 트로피가 내 초라한 뉴욕 집에 있다는 게 신기했다. 또 그 무게만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토니상 수상을 기대했나"라는 질문에 그는 "윌 애런슨 작곡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우리 둘 다 기대했다가 안 될 경우 실망감을 두려워하는 편이다. 기대하지 말자고 했다"며 "막상 수상한 날에는 마라톤 같은 하루였다. 기쁘고 당황스러웠다. 받아도 되나 할 정도 놀라기도 했고 다 끝나서 편하게 잘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복잡미묘한 날이었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브로드웨이 공연이 성사되기까지의 어려움도 설명했다. 그는 "유명한 원작이 없어서 제작하면서도 많이 불안해했고 대런 크리스라는 주인공도 완전히 티켓파워가 있는 배우라기 보다는 젊은 배우에 속했다. 그런데 그런 부분들이 더 참신하게 다가왔었던 것 같다"라면서도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로보트가 주인공인 뮤지컬이라는 점도 개막하기 전에는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었다. '누가 봐'라고 생각했다. 제작자 중에는 '한국이 배경이면 안하겠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에서 '화분'을 영어 번역이 아닌 한국어 'Hwaboon'으로 발음하는 것에 대한 소회도 전했다. 그는 "'플랜트(plant)'로 하니 묘하게 캐릭터라고 느껴지지 않더라. 작곡가 윌 애런슨도 그렇게 생각했다. '화분'으로 하기로 했더니 배우들도 좋아해주더라. 화분 발음을 많이 물어봤다. 캐릭터를 캐릭터로 생각하기 위해 한국 이름을 지켰던 것 같다"고 전했다.


[SC현장] 토니상 6관왕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 "K뮤지컬 뿌…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왼쪽)와 한경숙 NHN링크 프로듀서. 사진=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이날 박천휴 작가는 한국의 배우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손석구 배우가 우리 공연을 보시고 직접 만나본 적이 있는데 작가로서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이 많더라. 그때 내가 많이 창피했다. 배우로서 훌륭하신데 글에 대한 욕심이 있으시구나 해서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경력의 크기와 상관없이 연습실에 가면 완전히 신인 배우에게도 영감을 받을 때가 있다. 저와 가장 호흡을 많이 맞춘 전미도 배우도 만나면 베테랑 배우로서의 영감을 많이 준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K-뮤지컬'에 대해선 "사실 'K뮤지컬'이라는 용어가 아직 전세계적으로 쓰이지는 않다. K팝과는 다르다"라면서도 "극장에 가면 관객분들이 '이 뮤지컬은 사우스코리아 뮤지컬이야' '한국 뮤지컬이야'라고 말하시는데 그런게 뿌듯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주연 배우들도 한국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백스테이지에 가면 '밥먹었어요?'라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이민자로서는 나의 문화가 이들이 공부하는 문화가 됐다"며 "어느 순간부터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뮤지컬이고 한국이라는 말이 들어가서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뮤지컬이 된 것 같다"고 생각을 전했다.


[SC현장] 토니상 6관왕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 "K뮤지컬 뿌…
사진=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2020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공연되며 해외 공연의 포문을 연 '어쩌면 해피엔딩'은 2024년 유명 뮤지컬 제작자 제프리 리처즈의 눈에 띄어 브로드웨이 공연 계약을 맺었다. 특히 한국 감성을 그대로 브로드웨이판 무대에도 담아 눈길을 끌었다. 한국적인 배경과 서사, 한국어 문구까지 그대로 무대에 올려졌다. 400석 미만 3인극에서 1000석 규모의 4인극으로 커졌고 올리버와 클레어의 공간이 각각 만들어지는 변화는 있었지만 반딧불이와 화분의 서사는 그대로 차용됐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브로드웨이 4대 뮤지컬 시상식에서 압도적인 결과를 낳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드라마리그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 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했고 '외부비평가협회상'에서 최우수 신작 브로드웨이 뮤지컬상을 포함한 4개 부문을 석권해다.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는 최우수 뮤지컬상을 포함한 6개 부문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최고 권위의 토니상을 석권하며 K-뮤지컬의 잠재력을 과시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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