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4월 극장가에서 공포 장르의 흥행 기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박윤서 감독이 '기리고'로 안방극장까지 그 열기를 이어간다.
4월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는 소원을 이뤄주는 어플리케이션 기리고의 저주로 인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예고받은 고등학생들이 그 저주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킹덤' 시즌2 B감독과 '무빙' 공동연출을 맡은 박윤서 감독의 첫 메인 연출작이다.
'기리고'는 공개 이틀 만에 국내 넷플릭스 톱10 시리즈 1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박 감독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 기쁘다. 제가 직접 체크를 안 하더라도 아내가 기사를 보고 알려주거나, 장모님이 체크를 해주고 계신다"며 "힘들게 촬영한 작품인데,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고생한 거에 보답을 받는 것 같아서 더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첫 메인 연출작부터 공포물을 도전하게 된 계기에 대해 "영화 '특별시민' 때부터 박인제 감독님과 함께했다"며 "'킹덤' 시즌2는 감독님이 'B감독 한번 해볼래?'라고 먼저 제안을 주셔서, 많은 분량은 아니었지만 조감독과 B감독을 같이 했다. 또 '무빙' 때는 '아예 반 씩 나눠서 할 생각이 있니?'하고 물어봐주셨다. 감독님이 저를 많이 이끌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컸다. '무빙'이 끝나고 나서는 독립해 보고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기회가 왔다. '기리고'의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며 "신인감독인 저에게 CJ ENM 스튜디오스와 넷플릭스에서도 자유를 많이 주셨다"고 말했다.
또 신인배우들을 중심으로 캐스팅을 꾸리게 된 이유도 전했다. 박 감독은 "메인 캐스트를 기성 배우들로 해야 할지, 신인배우들로 꾸려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처음 대본 의뢰를 받았을 때 '전부 신인배우들로 캐스팅해도 되냐'고 여쭤봤는데 제작사에서 괜찮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 당시에 스케줄이 되는 고등학생부터 23세 이하 성인 배우들까지 미팅을 많이 했다. 근데 그중에서 전소영이 주는 에너지가 굉장히 밝았다. 아무래도 보기가 힘든 장르이다 보니 그런 부분을 상쇄시킬 수 있는 이미지가 필요했는데, 밝은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줬다. (전소영은) 저와 미팅만 네 번에서 다섯 번 정도 했고, 연기도 능수능란하게 잘 따라와 줬다"고 극찬했다.
극 중 형욱 역을 맡은 이효제는 작품을 위해 체중을 20㎏ 가까이 증량해 놀라운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이에 박 감독은 "형욱이 캐릭터 설정이 너무 오버스럽거나 유치해 보일까 봐 우려가 됐다. 아무리 오타쿠라고 해도 캐릭터를 비하하고 싶진 않았고, 빙의 됐을 때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배우를 뽑고 싶었다. 메인 캐릭터 5명 중 효제가 가장 늦게 뽑혔다. 계속 형욱 역에 맞는 배우를 못 찾고 있었는데, 우연히 '콘크리트 유토피아' 클립에서 효제의 눈빛을 보고 형욱이의 느낌을 받았다. 미팅 후에도 큰 고민이 없었다. 다만 효제한테 '지금 모습은 별로 오타쿠스럽지 않아서 체중을 증량해 줄 수 있겠니?'하고 물어봤는데, 가능하다고 하더라. 제가 '무빙' 때도 봉석(이정하)이 때문에 얼마나 증량이 힘든지 잘 알고 있었다. 정하도 그 짧은 기간 동안 30㎏ 증량했고, 효제도 20㎏ 가까이 증량했다"고 말했다.
특히 '기리고'가 공개된 이후, 이효제가 아역 시절 출연한 영화 '사도'도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박 감독은 "'사도'를 재밌게 봤는데, 이효제가 세손 역할이었던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보통 배우와 미팅하기 전에 어떤 작품에 출연했는지 다 꼼꼼하게 조사를 하는 편인데, 효제의 필모그래피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이효제를 비롯한 신인배우들의 열연에 스태프들의 감탄이 쏟아지기도 했다고. 박 감독은 "전 개인적으로 현장에서 잘 오케이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스스로에게 깐깐한 편이고, 테이크를 많이 가는 편이다. 근데 제 뒤에 있던 현장 편집 기사님을 비롯해 PD님들이 너무 잘한다고 칭찬을 하더라. 한 명이 칭찬한 게 아니라 여러 명이 칭찬을 해줘서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지만, 작품 공개 하루 전날까지 걱정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공포 호러 장르물의 흥행은 극장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 '살목지'(감독 이상민)가 4월 27일 누적관객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에 박 감독은 "저도 '살목지'를 너무 보고 싶다"면서 "그동안 OTT도 해왔지만, 영화 쪽에서 스태프 일을 오랫동안 해와서 애정도 많고 신인감독들을 환영한다. '살목지' 감독님 역시 저를 환영해 주시지 않을까 싶다(웃음). 오히려 이슈가 되면서 서로 시너지가 나는 게 기분이 좋더라"고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이어 업계 상황에 대해 "신인배우들보단 신인감독들이 들어오기 더 어려운 것 같다. 작품의 예산이 점점 높아지고, 제작사나 배급사에서는 검증된 연출자를 원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살목지'도 새로운 얼굴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작품과 플랫폼이 다르다고 해서 일부러 구분 짓지 않고, 저는 하나로 본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기리고에 빌고 싶은 소원이 있는지 묻자, 박 감독은 "소원을 빌고 싶지 않다. 아기가 태어난 지 아직 50일 밖에 안되어서 오래 살아야 한다"고 딸바보 면모를 자랑했다. 이어 감독으로서는 "'기리고' 시즌2를 선보이게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