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바르샤, '결정적 한 방' 없었던 무승부

최종수정 2013-10-23 11:02


잊힐 만할 때면 지워질 만할 때면 또 만나는 '질긴' 인연이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에서 열린 13-14 UEFA 챔피언스리그 H조 3차전 AC밀란(이하 밀란)과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의 경기는 1-1로 끝났다. 홈 팀 밀란은 주전들이 대거 빠져 힘든 경기를 예고했고, 원정팀 바르샤는 주말 엘클라시코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 부닥친 두 팀은 크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바르샤가 공격하고, 밀란이 수비하는 그림을 피치 위에 그려 나갔다.

이번 대결이 더욱 흥미로웠던 건 지난 시즌 16강에서의 격돌 때문이었다. 1차전은 '메시 실종사건'이라 불릴 만큼 완벽한 수비를 보인 밀란의 2-0 승리. 예술적에 가까운 라인 컨트롤로 90분 동안 유효 슈팅을 단 1개밖에 내주지 않았고, 보아텡과 문타리가 각각 한 방씩 보탠 결과였다. 하지만 2차전 캄 누에서는 밀란의 중원 자물쇠가 안쓰러울 만큼 잠금 해제됐다. 다시 나타난 메시는 전반 5분 만에 밀란의 멘탈을 붕괴시킬 엄청난 골을 쏘았고, 평상심을 잃은 밀란은 4-0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이번에도 기본 양상은 크게 다르진 않았다. 밀란은 엉덩이를 뒤로 빼 수비적인 기조를 보였다. 측면 공격수들 역시 수비 가담에 많은 땀을 쏟았는데, 특히 카카는 가로채기, 크로스 저지, 일대일 돌파 방어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알베스를 잡아냈다. 이 덕분에 수비 짐이 줄어든 왼쪽 측면수비 콘스탄트는 중앙과 측면을 번갈아 움직이던 메시와 산체스에 대한 견제를 늘릴 수 있었다. 중앙에서는 문타리-몬톨리보 아래 데용을 배치한 역삼각형 조합이 바르샤의 패스 흐름에 제동을 걸었고, 볼이 이 선을 통과했을 때에는 멕세스-자파타가 전진하는 형태를 보였다.

공격을 풀어가는 방식은 조금 달랐다. 지난 시즌 밀란이 바르샤를 무너뜨린 비결은 측면 뒷공간으로 떨군 롱패스와 빠른 발을 활용한 스피드 경합이었다. 알베스의 뒷공간으로 달려든 엘 샤라위는 스피드에서 푸욜-피케에게 우위를 점하며 킥&러쉬를 빛나게 했다. 그랬던 밀란이 이번엔 조금 더 볼을 점유하며 올라가는 방식을 택했다. 후방에서 볼을 소유한 그들은 횡패스와 백패스를 돌리며 상대의 전방 압박 조직을 와해했다. 골키퍼 아멜리아의 킥이 많았던 것도 이 때문. 이후 틈이 벌어질 때 카카를 필두로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이 과정 중 전반 9분 상대 실책으로 터뜨린 선제골에 '왜 카카는 밀란인가' 싶기도 했다.


다만 이런 방식을 추구하기엔 밀란의 안정감이 너무 떨어졌다. 간격이 벌어질 때 가뜩이나 패스 정확도가 떨어지길 마련인데, 동료들끼리 겹치고 충돌하는 장면까지 나왔다. 결국 선제 득점 후 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메시를 풀어놓으며 동점골을 헌납했다. 주지 않아도 뺏어 먹는 메시가 거저 주는 것을 마다할 리 없었다. 특히 부상 복귀 후 순간 가속도나 드리블 탄력이 한창때에 미치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밀란으로선 더 아쉬웠다. 콘스탄트의 위치보다는 공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볼을 빼앗긴 밀란의 팀적인 문제가 컸다. 캄 누에서 당한 4-0 완패에서의 실점과 비슷했던 장면, 바르샤의 전방 압박을 상대로 너무 무리하게 만들어 나오려던 밀란의 대응법은 적절치 못했다.

이후 밀란은 공격도 안 되고 수비도 안 된다. 어찌됐든 밀란 공격의 최대 관건은 플레이메이커 카카에게 볼을 얼마나 투입할 수 있느냐였다. 하지만 잘게 썰어가려던 패턴은 상대에게 읽히며 실패했고, 오른쪽의 비르사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며 한쪽 날개를 잃은 불균형한 공격을 계속해야 했다. 가끔씩 전진 패스를 받은 호비뉴는 미리 예측하고 압박을 가한 마스체라노-피케 라인 탓에 돌아설 수가 없었다. 64분 교체 투입된 발로테리도 이 부분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문타리의 패스가 기가 막히게 들어왔으나 호비뉴가 놓쳤고, 경합 상황에서 나온 문타리의 슈팅마저 힘없이 굴러가며 밀란은 '결정적 한 방'을 날리지 못했다.

수비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적극적인 듯 보여도 본인들의 진영에서 보여준 쫄깃함은 이전과 비교해 훨씬 떨어졌다. 역삼각형의 중원이 특정 한쪽으로 쏠렸을 때, 중앙 수비 라인이 앞으로 나와 커버하고, 그 뒷공간을 다시 측면 수비가 커버하는 식의 유기적인 플레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했다. 바르샤는 지공 시에도 계속 멕세스-자파타 앞에서 볼을 쉽게 잡았는데, 여기에서는 암브로시니와 비교해 데용의 역할 수행도 아쉬웠다. 후반 들어 라인을 올리려 했어도 계속 공간을 내주며 위기에 몰렸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승부를 낼 바르샤의 '결정적 한 방'이 나오지 않으며 리턴 매치는 1-1로 막을 내렸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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