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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없던 풍경이다.
절정은 8일 열린 오픈트레이닝데이는 그 절정이었다. 전날부터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밤을 새는가하면, 멀리 제주에서 온 팬들도 있었다. 일찌감치 예정된 500명의 정원이 차자, 대한축구협회는 공지를 띄워 팬들의 파주행을 막을 정도였다. 결국 당초 준비한 인원보다 훨씬 많은 1100명이 함께 했다. 개인 응원 카드와 카메라로 무장한 팬들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반응했다. 웬만한 아이돌 그룹 팬미팅은 저리가라였다.
모처럼 타오른 축구열기, 기폭제는 역시 2018년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승리였다. 스웨덴과 멕시코에 무너지며 고개를 숙인 한국은 최종전에서 당시 FIFA랭킹 1위이자 '디펜딩챔피언' 독일을 2대0으로 제압했다. 투지가 만든 승리였다. 선수들은 세계 최강을 맞아 물러서지 않는 모습으로 팬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결과도 결과였지만, 금메달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보여준 경기력이 돋보였다. 모처럼 한국축구만의 재미를 보였고, 결과까지 얻어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기운은 고스란히 A대표팀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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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여성팬들의 등장은 반갑다. 사실 대한민국 스포츠의 흥행은 '여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팬의 선택에 따라 흥망이 결정됐다. 1990년대 초반 연, 고대를 앞세운 농구가 그랬고, 지금 야구가 그랬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K리그의 유일한 황금기였던 1990년대 후반도 여성팬들이 만든 결과였다. 1998년 등장한 이동국-안정환-고종수 트로이카는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다. 10대를 중심으로 한 여성팬들은 축구 인기의 가장 중요한 축이었다.
그런 여성팬들이 다시 축구로 돌아왔다. 여기에 하나 더, 요즘 10대 소녀팬들은 단순히 응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적극적인 인플루언서가 된다. 개인 SNS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한다. 필요하면 다양한 컨텐츠를 제작하고, 홍보하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팬들이 유입되고, 이 그룹은 팬덤을 형성한다. 이 팬덤의 힘은 막강하고, 폭발적이다. 아이돌에 쏟아졌던 관심이 축구에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그래서 고무적이다. 여성팬들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