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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확 지펴진 축구열기, 중심에 여성팬이 있어 더 반갑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9-09 13:00




전에 없던 풍경이다.

시작은 3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대표팀 귀국장이었다. 김학범호는 일본을 꺾고 사상 첫 2연패에 성공했다. 이른 새벽이었지만, 수백명의 팬들이 인천국제공항에 몰렸다. 열광적인 함성에 선수단의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불과 3개월 전, 날계란이 날아들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졌다.

그 열기는 7일 파울루 벤투 감독의 데뷔전으로 이어졌다. 경기 시작 전부터 무서운 기세로 티켓이 팔렸다. 결과는 5년만의 A매치 매진이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함성의 톤이었다. 붉은악마의 리딩 아래 묵직한 함성이 이어진 예전과 달리, 하이톤의 함성이 응원구호를 압도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과 '한국의 메시' 이승우(헬라스 베로나)를 향한 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경기 막판, 플래시 이벤트까지 펼쳐진 이날 고양종합운동장은 흡사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장 같은 분위기였다.

절정은 8일 열린 오픈트레이닝데이는 그 절정이었다. 전날부터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밤을 새는가하면, 멀리 제주에서 온 팬들도 있었다. 일찌감치 예정된 500명의 정원이 차자, 대한축구협회는 공지를 띄워 팬들의 파주행을 막을 정도였다. 결국 당초 준비한 인원보다 훨씬 많은 1100명이 함께 했다. 개인 응원 카드와 카메라로 무장한 팬들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반응했다. 웬만한 아이돌 그룹 팬미팅은 저리가라였다.

모처럼 타오른 축구열기, 기폭제는 역시 2018년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승리였다. 스웨덴과 멕시코에 무너지며 고개를 숙인 한국은 최종전에서 당시 FIFA랭킹 1위이자 '디펜딩챔피언' 독일을 2대0으로 제압했다. 투지가 만든 승리였다. 선수들은 세계 최강을 맞아 물러서지 않는 모습으로 팬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결과도 결과였지만, 금메달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보여준 경기력이 돋보였다. 모처럼 한국축구만의 재미를 보였고, 결과까지 얻어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기운은 고스란히 A대표팀으로 이어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7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펼쳤다. 축구 대표팀이 코스타리카에 2대0으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를 건내고 있는 선수들. 고양=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9.07/
눈 여겨볼 것은 눈에 띄게 여성팬들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특히 10대 소녀팬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코스타리카전과 오픈트레이닝데이에서 나온, 전에 볼 수 없던 높은 데시벨의 응원은 이들의 몫이었다. 역시 시작은 아시안게임이었다. 아시안게임에서의 선전은 여성팬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 대표팀의 중심이었던, 잘생긴 선수들은 새로운 우상이 됐다. 10대 팬들의 이승우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이승우는 실력과 외모, 그리고 요즘 10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웨그까지 갖췄다. 실제 코스타리카전에서 가장 큰 비명이 쏟아진 순간은 후반 이승우가 교체투입 됐을 때였다.

이같은 여성팬들의 등장은 반갑다. 사실 대한민국 스포츠의 흥행은 '여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팬의 선택에 따라 흥망이 결정됐다. 1990년대 초반 연, 고대를 앞세운 농구가 그랬고, 지금 야구가 그랬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K리그의 유일한 황금기였던 1990년대 후반도 여성팬들이 만든 결과였다. 1998년 등장한 이동국-안정환-고종수 트로이카는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다. 10대를 중심으로 한 여성팬들은 축구 인기의 가장 중요한 축이었다.

그런 여성팬들이 다시 축구로 돌아왔다. 여기에 하나 더, 요즘 10대 소녀팬들은 단순히 응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적극적인 인플루언서가 된다. 개인 SNS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한다. 필요하면 다양한 컨텐츠를 제작하고, 홍보하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팬들이 유입되고, 이 그룹은 팬덤을 형성한다. 이 팬덤의 힘은 막강하고, 폭발적이다. 아이돌에 쏟아졌던 관심이 축구에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그래서 고무적이다. 여성팬들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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