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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4170명 열광한 우루과이전 승리, 벤투의 기본과 전략이 묻어났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10-13 10:29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펼쳤다. 후반 선취골을 성공시킨 황의조가 환호하고 있다.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10.12/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가졌다. 후반 황의조가 선제골을 터뜨리며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0.12/

지난 4년간 A대표팀 수장은 4명이 바뀌었다. 홍명보부터 울리 슈틸리케, 신태용, 파울루 벤투가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사령탑이 자주 바뀌면 그만큼 대표팀은 단단해질 수 없다. 희생양은 선수들이다. 선수들도 새 감독에게 적응하기 위해 혼란을 겪는다.

벤투 감독이 A대표팀 사령탑이 된 지 2개월이 됐다. 그러나 역대 가장 빠르게 팀이 안정된 모습이다. 결과만 놓고봐도 달라지 팀을 느낄 수 없다. 벤투호 첫 출항이었던 9월 A매치에서 코스타리카와 칠레를 상대해 1승1패를 기록했다. 이어 10월 첫 A매치도 승리로 장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 우루과이를 2대1로 꺾었다. 역대 A매치 8번째 만원관중(6만4170명) 앞에서 화끈한 공격축구로 승리를 챙겼다.

사실 선수들은 걱정이 앞섰다. 지난달 칠레의 한 수 위 기량에 혼쭐이 난 태극전사들은 칠레보다 FIFA랭킹이 더 높은 우루과이전에서도 힘든 경기를 예상했었다. 에이스 루이스 수아레스가 빠졌지만 에딘손 카바니와 디에고 고딘, 로드리고 벤탄쿠르 등 주축선수들이 모두 가동될 우루과이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선수들은 9월 A매치보다 더 빠른 공격전개와 작업으로 우루과이를 역대 최초로 꺾었다.

고무적인 건 크게 보면 한 가지, 세밀하게 보면 두 가지다. 큰 그림에선 약속한 걸 모두 이행하려고 노력했고 결과까지 얻었다는 점이다. 벤투 감독은 후방부터 빌드업으로 공격전개를 원한다. 과정을 중시하는 편이다. 때문에 수비수도 집중력을 가지고 중원을 거쳐 최전방까지 이어질 수 있는 최초의 빌드업을 시도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장현수 김영권은 벤투 감독의 주문을 잘 이행했다. 특히 오른쪽 풀백 이 용은 축구에 눈을 뜬 플레이를 펼쳤다. 완벽에 가까운 수비력에다 기회가 나면 공격적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했다. 공격 숫자를 늘렸고 날카로운 크로스를 문전으로 배달했다.

벤투 감독은 중앙 수비수 장현수에 대해 엄지를 세웠다. "장현수의 과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우리와 치른 3경기에선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평균 수준을 상당히 상회하는 선수다. 이 선수는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보호해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미래에 상당히 도움이 될 선수다. 상당히 많이 만족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펼쳤다.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는 벤투 감독.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10.12/
벤투 감독은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실시한 훈련에서 '원터치 패스'와 '세트피스'를 강조했다. 우루과이의 세계적인 조직적 압박을 벗겨내고 공격을 전개하려면 간결한 플레이가 필요했다. 군더더기가 발생하면 그 즉시 패스를 차단당하고 빠른 역습을 당하기 때문에 최대한 상대가 잘하는 걸 못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원터치 패스'를 훈련 때마다 강조했다. 선수들은 고비마다 '원터치 패스'로 탈압박과 공격의 세밀성을 향상시켰다.

첫 골도 원터치 패스에서 나왔다. 후반 19분 왼쪽 측면에서 손흥민의 패스를 아크 서클 왼쪽에 있던 남태희가 최전방에서 돌파를 시도하던 황의조에게 원터치 패스를 전달했다. 황의조를 막던 세바스찬 코아테스는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주고 말았다.

또 세트피스 전략도 제대로 먹혔다. 강팀을 상대로 필드 골을 터뜨릴 확률은 낮다. 때문에 득점을 가동할 수 있는 건 세트피스가 최적이다. 두 번째 골이 그랬다. 용병술과 세트피스가 성공됐다. 후반 중반 교체투입된 석혀준은 수비수와의 헤딩 경합에서 우위를 보이며 헤딩으로 헤딩 슛으로 골문을 위협한 것이 수비수에 맞고 흐른 공을 쇄도하던 정우영이 가볍게 밀어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과 일본이 비교됐던 건 결과도 그렇지만 경기내용이었다. 강팀을 만난 한국은 기본 골조 없이 '선 수비 후 역습'이란 전략만 선택했다. 반대로 일본은 색깔 있는 축구로 강팀과 자신 있게 맞부딪혔다.

한데 한국도 2개월 만에 우리만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벤투 감독도 여전히 색깔 입히기 작업 중이다. 다행히 시행착오가 최소화되고 빠르게 진행 중이다. 기본을 지키면서 결과까지 챙기는 벤투호의 도전은 파나마전에서도 계속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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