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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년 클리닉]K리그 레전드X영암 아이들의 축구로 추억 쌓기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8-11-26 05:56


"선생님, 사인해 주세요!"

25일, 2018년 K리그와 함께하는 유소년 축구클리닉이 펼쳐진 전남 영암군 영암공설운동장 및 보조구장. K리그 레전드 선생님들을 향한 사인 공세가 줄을 이었다. '소원'을 푼 아이들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레전드들과 함께한 1박2일의 특별한 시간이 소중한 추억으로 저장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하는 유소년 축구클리닉이 첫 발을 내디뎠다. K리그의 축구교육을 접하기 어려운 유소년 선수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한 첫 걸음이다.

▶"축구 배우고 싶어요" 영암 아이들의 바람

첫 번째 수업은 전남 영암군에서 열렸다.

인구 5만7000명. 사실 영암 지역 아이들에게 '축구 선수와 만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 같은 이야기다. 전북, 광주, 전남 등에 K리그 구단이 있지만 거리상 만만치 않다.

지역 경기도 썩 좋지 않다. 영암은 지난 5월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됐다. 2016년 이후 지속돼온 조선업 불황이 직·간접적으로 지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자연스레 아이들이 축구를 배우고 즐길 기회도 줄어들었다.

그런 면에서 K리그가 마련한 이번 행사는 뜻깊다. 클리닉에 참가한 중학교 1학년 (염)다소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풋살 대회에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함께 나갈 선수가 없어서 출전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영암의 아이들에게 꿈과 같은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상윤 김병지 유상철 이민성 김은중 김형범 등 K리그 레전드들이 선생님으로 깜짝 변신해 아이들에게 축구의 즐거움을 전달했다. 클리닉에 참가한 영암 지역 초등학생 및 중학생 250여 명은 환호했다. 24일 오전 영암 일대에 거센 바람과 제법 굵은 빗줄기가 뿌렸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비바람 조차 아이들의 뜨거운 축구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최)규은이는 "학교에서 준 안내장을 보고 왔다. K리그 레전드 선생님들이 온다고 해서 배우고 싶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이번 클리닉에 참가한 아이들은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합류했다. 참가 선수를 모으는 것보다, 이들을 추리는 것이 더 힘들었단다.

▶K리그 레전드, 직접 만나러 갑니다!

아이들의 간절한 바람이 이뤄진 것일까. 먹구름 사이로 서서히 햇빛이 모습을 드러냈다. 실내체육관에 모여 있던 아이들은 공설운동장으로 이동해 K리그 레전드 선생님들과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수업은 '맞춤형'으로 진행됐다. 아마추어 저학년부와 고학년부, 엘리트부 등 총 세 그룹으로 나뉘어 이어졌다. 레전드들도 열정을 불태웠다. '1박2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어린 선수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것은 사실. 하지만 선생님으로 변신한 레전드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축구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들은 아이들의 연령대 및 실력에 맞춰 눈높이 수업을 진행했다.

비교적 어린 초등학교 3~4학년 학생들은 기술보다는 놀이에 초점을 맞췄다. 유상철 전 전남 감독은 "사실 하루 이틀 배운다고 해서 실력이 확 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축구가 참 재미있다'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상윤 유상철 레전드가 진행한 저학년 수업은 꼬리잡기, 패스 이어 받기 등 아주 기본적인 훈련부터 차근차근 진행됐다.

초등학교 5~6학년 및 아마추어 중학교 선수들은 기본적인 축구 기술을 전수 받았다. 많은 아이가 방과 후 풋살 동아리에서 뛰고 있었기 때문. 이민성 김은중 레전드는 개인 및 팀 전술 이해를 높이기 위해 볼 감각 훈련을 진행했다. 엘리트 선수들은 전지훈련을 방불케했다. 강도 높은 체력 훈련에 이어 김형범 레전드의 '원 포인트 레슨'으로 노하우를 습득했다.

끝이 아니었다. 두 번째 날에는 선수들과 아이들의 미니게임도 진행됐다. 일정상 조금 늦게 도착한 김병지 레전드까지 힘을 보태 6대6 경기를 펼쳤다.

몸을 아끼지 않는 레전드들의 열정에 현장을 찾은 학부모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김영훈 씨(38)는 "처음에는 그저 '레전드와의 만남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생님으로 변신해 그라운드 위에서 직접 가르쳐 주셔서 정말 좋다.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엄지를 세웠다.

▶열정이 만들어낸 마법, 축구 열정은 더 커졌다

1박2일. 물리적으로는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K리그 레전드들과 아이들의 축구 농도는 매우 짙었다. 그라운드를 떠나서도 축구 이야기는 계속됐다. '토크 콘서트'를 통해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다.

김형범 레전드는 "중학교 1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남들보다 시작이 늦었다. 그래서 나만의 무기를 갖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유소년 시기부터 차근차근 기초를 쌓아간다면 훌륭한 축구선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상철 레전드 역시 "축구를 하다 보면 힘든 시간도 있다.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좋아서 하는 축구인 만큼 그 즐거움을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고 진심을 다해 조언했다. 김은중 레전드는 "초등학생 때였다. 황보관 선배께서 학교를 방문해 축구 시범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 장면을 잊지 못한다. 여기 모인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추억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클리닉에 참가한 선후배들 역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진심을 다한 가르침에 아이들도 화답했다. (최)재혁이는 "레전드 선생님들을 보면서 정말 자랑스러웠다. 함께 축구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스타의 열정 속에 꿈같은 이틀을 보낸 미래의 꿈나무들, 축구에 대한 열정을 한 뼘 더 키운 소중한 시간이었다.

영암=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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