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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분석]무엇이 레알을 '챔피언→16강 마드리드'로 추락시켰나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19-03-06 11:02


로이터연합뉴스



챔피언스리그 트로피 사냥꾼이 사냥감이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당일 경기력과 감독의 전술만으로 아약스와의 16강전 2차전 1대4 충격적 대패를 설명할 수 없다. 챔피언스리그 3연패 중이던 '챔피언 마드리드'를 다시 '16강 마드리드(*)'로 돌려놓은 '선택'들을 살폈다.

▶ 지단과 호날두의 선택

6일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아약스전에서 1대4로 패하며 종합전적 3대5로 무릎 꿇은 뒤 레알 팬들이 떠올린 이름 중에는 지네딘 지단 전 감독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있다. 둘은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합작한 다음 각각 지난해 6월과 7월 팀을 떠났다.

레알은 챔피언스리그 최근 5시즌 중 4차례 우승했다. 2013-14시즌 당시 감독은 카를로 안첼로티(현 나폴리)였지만, 레알 선수 출신인 지단 감독이 수석코치로서 라데시마(챔피언스리그 10번째 우승)에 일조했다. 호날두는 레알이 유럽을 제패한 시즌에 챔피언스리그에서만 각각 17골, 16골, 12골, 15골을 넣었다. 이날 특히나 지단 감독의 동기부여와 아우라, 호날두의 득점이 그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라모스의 선택

레알의 주장이자 주전 센터백 세르히오 라모스는 팀이 치욕스러운 패배를 당하는 장면을 관중석 스카이 박스에서 지켜봤다. 카드 트러블에 걸렸다. 레알이 2-1로 앞서던 16강 1차전에서 후반 45분께 경고를 받으며 '카드 세탁' 논란을 일으켰다. 한 수 아래 아약스를 상대로 원정에서 승리를 거뒀으니 16강 2차전은 건너뛰고 8강전에 참가하겠다는 계획이라는 의심을 받았다. 물론, 본인은 부인했다.

결과적으로 레알은 팀의 핵심 수비수 없이 2차전을 맞이해야 했다. 에릭 텐 하그 아약스 감독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라모스 없는 상황이 차이를 만들지도 모른다고 말했고, 경기는 그의 말대로 흘러갔다. 라파엘 바란과 나초의 센터백 조합은 개인기가 뛰어난 하킴 지예흐, 두산 타디치 등 아약스 공격수들의 맹공에 속수무책이었다. 전반 18분만에 2골을 허용하고 후반에 2골을 더 내주며 와르르 무너졌다.

▶ 솔라리와 페레스의 선택


예견된 참사로 볼 여지도 있다. 레알은 이미 지난주 바르셀로나와의 두 차례 엘클라시코를 통해 약점을 노출했다. 과거 레알 사령탑을 맡은 조세 모리뉴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스리 미들(모드리치-크로스-카세미로)의 부족한 공격 가담과 카림 벤제마의 컨디션 난조를 엘클라시코 연패의 이유로 분석했다. 하지만 산티아고 솔라리 레알 감독은 기존 선수들로 스쿼드를 꾸렸다. '자이언트 킬링'을 꿈꾸던 아약스가 레알의 약점을 분석했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마땅한 대체 카드가 없기도 했다. 이는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회장의 패착이기도 하다. 페레스 회장은 매 시즌 40~50골을 책임지던 호날두를 대체할 에이스급 선수를 영입하지 못했다. 7번을 물려받은 선수로 마리아노 디아스를 낙점했는데, 마리아노는 이적 후 어떠한 존재감도 뽐내지 못한다. 영입을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일지도 모른다. 전략적으로 20대 전후 젊은 선수를 영입하는 중이다. 브라힘 디아스, 알바로 오드리오솔라, 호드리고, 안드리 루닌,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등이 대표적이다. '미래'를 살피다 '현실'을 놓친 셈이다.

* 레알은 2004-05시즌부터 2009-10시즌까지 6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했다. '16강 마드리드' 별명이 이때 붙었다. 2010-11시즌부터 최소 준결승에 올랐으나, 9시즌 만에 16강에서 탈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팀 예산이 가레스 베일 한 명의 몸값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아약스에 발목이 잡혔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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