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현장에서]경험→월반→투자, 미래 희망 밝히는 '선순환 고리'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9-08-04 08:35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계속해서 경기에 나서고 싶어요."

지난달 23일부터 3일까지, 포항 일원에서 2019년 K리그 15세 이하(U-15) & 14세 이하(U-14) 챔피언십이 펼쳐졌다. 이 대회에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사회에서 승인한 프로클럽의 산하 유소년 24개 팀(U-14는 19팀 참가)이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뜨거운 성원이 이어졌다. 이유가 있다. K리그는 지난 2015년부터 18세 이하(U-18) & 17세 이하(U-17) 챔피언십을 진행하고 있다. 중등부 선수도 뛸 '기회의 장'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이에 K리그는 지난해 U-15 & U-14 챔피언십의 돛을 올렸다.

경기에 나선 아이들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피었다. 그라운드 위에서 부딪치고 넘어지며 하나둘 배워가는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K리그는 선수들이 '더 많이' 뛸 수 있도록 경기 운영 방식을 수정했다. 2회째를 맞은 올해 대회에는 토너먼트 제도를 폐지하고, 리그 방식으로만 진행한다. 그 결과 모든 팀이 U-15은 6경기, U-14은 5경기 등 총 11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올해에는 총 72경기가 펼쳐져 지난해(53경기)보다 출전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했다.

경기 수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월반'도 이뤄지게 됐다. 그 대표적인 예가 수원FC U-15팀의 (유)병헌이다. 2006년생 병헌이는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한 '막내'다. 중학교 3학년, 2학년 선배들 사이에서 병헌이가 뛸 기회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U-14 경기는 물론이고 U-15 경기도 소화했다.

펄펄 날았다. 병헌이는 두 살을 뛰어 넘어 울산 현대 U-15와의 경기에 출전했다. 비록 울산 U-15에 0대3으로 패했지만, 병헌이에게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병헌이는 "이번에 처음으로 중학교 3학년 경기를 뛰었어요. 패하기는 했지만, 배운 것이 많아요. 당시 매치업된 선수의 킥과 움직임이 매우 좋더라고요. 경기 중에도 많이 배웠어요"라고 돌아봤다. 경험을 쌓은 병헌이는 아산 무궁화 U-14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황장근 수원FC U-15 감독은 "병헌이가 가능성을 보여 기회를 줬다"고 칭찬했다.

현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삭 대구 U-15 감독은 "경기 수가 많다. 우리 팀은 이번에 상위권 그룹과 격돌했는데, 강팀과 경기하면서 배운 게 많다. 결과를 떠나서 선수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남궁도 성남 U-15 감독 역시 "선수들은 경기를 통해서 발전한다. 우리 선수들도 이번 대회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K리그의 유소년 정책은 세계적 수준이다. 2008년 본격 도입한 유소년 정책은 해외연수, 준프로계약 제도, K리그 22세 이하(U-22) 의무출전제도 등을 통해 발전을 거듭했다. 그 결과 2019시즌 기준으로 K리그1(1부 리그) 149명, K리그2(2부 리그) 95명 등 총 244명의 유스 출신 선수가 활약하고 있다. 팀 평균 유스 출신 선수 비율은 31.9%에 달한다. 스페인(23.7%), 프랑스(19.4%, 이상 2016년 기준) 등과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단순히 양적 증가만 이룬 것은 아니다. 질적 성장도 이뤘다.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 당시 K리그 유스 고등학교 출신 선수만 12명에 달했다는 것이 입증한다.

엄격한 질적 평가 덕분이다. 연맹은 지난 2017년 7월 유스 트러스트(유소년 클럽 평가·인증제)를 도입했다. 클럽 라이선스와 같은 개념으로 2년 마다 구단의 유소년 클럽을 평가한다. 코칭스태프 자격 역시 아시아축구연맹(AFC) 라이선스 보유자로 한정하고 있다.

구단의 미래를 육성하는 일이자, 자존심이 걸린 유소년 정책. 자연스레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수원FC는 U-15팀만 두 개를 운영하고 있다. 더 많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다. 현장을 찾은 울산 현대 유스팀 관계자는 "울산은 유스가 강하다는 인식이 있다. 김현우(디나모 자그레브) 박규현(브레멘) 등이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앞으로도 강팀의 지위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 삼성 관계자 역시 "수원 유스팀은 명문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에 걸맞게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번 대회는 폭염에 따른 선수단 건강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몇 가지 장치를 도입했다. 모든 경기는 야간(오후 6시 이후)에 진행했다. 조명 시설이 갖춰진 경기장에서만 대결이 펼쳐졌다. 또한, 쿨링 브레이크 및 하루 이상의 휴식일을 보장해 어린 선수 인권에 앞장섰다.


포항=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