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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은 승리뿐!" 여중생 축구국대, 日에 2대1 짜릿승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08-07 18:37



[목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한일전이니까요. 무조건 이겨야 된다는 생각만 했어요. 일본을 이겨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지지 않는다'던 언니들의 강인한 정신력이 여중생 동생들에게도 면면히 이어졌다.

인창수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축구 15세 이하 (U-15) 대표팀이 7일 오후 3시 목포국제센터에서 펼쳐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U-15 여자축구 페스티벌 일본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2대1로 승리했다.

EAFF U-15 여자축구 페스티벌은 2년마다 열리는 대회다. 올해는 개최국 한국을 포함, 동아시아 8개국이 2개조로 나뉘어 리그전을 펼친다. 대한민국, 일본, 중국, 대만이 A조에서, 홍콩, 북마리아나제도, 괌, 몽골이 B조에 속했다. A조 한국은 5일 대만에 3대2로 승리하고, 6일 중국에 0대2로 패했다. 3차전, 숙적 일본을 만났다.



저연령 대회인 만큼 별도의 우승팀을 가리지 않지만, 순위와 무관하게 한-일 국가대표의 자존심을 걸었다. 최근 2년간 2차례 한일교류전에서 한국은 각각 2대4, 0대4로 졌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도 2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수은주가 섭씨 35도에 육박하는 찜통 더위 속에 대한민국 15세 소녀들은 '필승'을 다짐했다. 마침 폴란드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일전 승리, 준우승 기적을 이끈 인창수 코치가 7월 여자축구 U-15, U-16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17명의 선수단, 코칭스태프들이 어깨를 겯고 "코리아! 파이팅!"을 외친 후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소녀들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결연했다.

전반 10분만에 한국의 선제골이 터졌다. 박수정(포항 항도중)이 박스 정면에서 날카롭게 쏘아올린 발리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다. 일본의 반격 역시 거셌다. 전반 19분 일본 야마다 아유미의 왼발 중거리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겼다. 20분 사카키바라 고토노의 슈팅을 골키퍼 엄민경(울산 현대 청운중)이 온몸을 받아냈다. 한국은 강한 압박으로 맞섰다. "같이!" "바짝!"를 외치며 협력수비로 질기게 맞섰다. 전반 막판 일본의 파상공세 속에 박수정이 영리하게 공을 빼내며 역습에 나섰다. '캡틴' 전유경(포항 항도중)이 문전쇄도했다. 1대1 찬스, 회심의 슈팅이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1-0으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관중석에선 "좋아좋아" "잘한다" 격려가 쏟아졌다.


후반에도 축구소녀들의 도전은 계속됐다. 후반 2분 박수정이 또 한번 단독 찬스를 맞았지만 아쉽게 불발됐다. 후반 12분, 다시 박수정의 발에서 한국의 쐐기골이 나왔다. 박수정이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멀티골을 완성했다. 2-0, 폭염보다 뜨거운 그라운드에 "대~한민국!" 함성이 터져나왔다. 종료 6분전인 후반 29분 일본 주장 츠노다 푸카가 만회골을 터뜨렸으나 거기까지였다. 한국이 2대1로 승리했다.

이번 대회는 말 그대로 '페스티벌'이다. 전후반 각 35분으로 진행됐다. 전후반 각 5분간의 쿨링브레이크가 주어졌다. 17명의 엔트리 중 11명의 선발 외에 6명의 선수도 전원 교체로 뛰며 17명 전원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날 홈 관중석은 "잘했어!" "좋아! 좋아!" "나이스!" 격려와 칭찬 일색이었다. 불볕더위에 죽을 힘을 다해 달리는 '딸'들을 향한 어른들의 응원전은 인상적이었다. 인창수 감독 역시 애제자들을 향해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현장에서 큰 목소리로 어린 선수들을 응원한 최영준 대한축구협회(KFA) 기술교육실장은 "무더운 날씨속에 우리 선수들의 이기려는 의지가 정말 강했다. 지난 2일 소집돼 짧은 시간 훈련했는데도 팀워크가 잘 다져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여자축구는 소수정예다. 앞으로 더 저변도 확대해야 하고, 해야할 일이 많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경기 직후 만난 멀티골 주인공, 박수정은 일본전 승리의 비결을 묻자 "애국심!"이라고 즉답했다.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우리 홈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주장' 전유경은 "일본에게 절대로 져서는 안된다. 더 강한 정신력으로 한발 더 뛰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며 웃었다. 70분 혈투를 승리로 마무리한 후 축구소녀들은 금세 해맑은 '여중생 모드'로 돌아왔다. "이겼다!"를 외치며 그라운드 위 스프링클러를 향해 일제히 돌진했다. 시원한 물줄기 아래 짜릿한 한일전 승리를 자축했다.
목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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