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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썰전]'코로나로 EPL 중단' 리버풀, 우승 인정해야 해? 말아야 해?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0-03-17 05:00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츠조선 윤진만, 박찬준 기자]'리버풀 우승'. 코로나 정국으로 4월 4일까지 일시중단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재개 여부를 뛰어넘는 최대 이슈다. 리그가 아예 중단될 경우, 29라운드 현재 선두인 리버풀의 우승을 인정해야 한다는 쪽과 리그를 완주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승 여부를 가릴 수 없다는 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자의 논리는 간단하다. 당장 리그가 중단되더라도 '사실상 우승'에서 '사실상'을 빼주자는 거다. 리버풀은 EPL이 일시중단되기 전인 29라운드에서 27승1무1패, 승점 82점으로 2위 맨시티(승점 57점)를 승점 25점차로 따돌렸다. 남은 9경기에서 단 2승만 챙겨도 우승 확정이었다. EPL 긴급회의에서 20개 구단 대표들은 올시즌 리그 우승팀이 리버풀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이턴 회장 폴 바버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린 리버풀이 얼마나 환상적인 시즌을 보냈는지 안다. 그들이 우승하지 못하는 건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반대파'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캐런 브래디 공동 부회장은 '더 선' 칼럼에서 "코로나19 사태는 잉글랜드 1부리그와 2부리그에 전체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유일한 방안은 시즌 전체를 무효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PL 통산 최다득점자인 앨런 시어러도 "리그를 끝마치지 못한 상황에서 위너(우승팀)와 루저(강등팀)를 가리는 건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완주'를 해야 진정한 우승팀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볼만찬기자들'(해외축구 전문 유튜브 방송)의 윤진만 기자(이하 만)와 박찬준 기자(이하 찬)가 이 뜨거운 논쟁에 뛰어들었다.


윤진만 박찬준 기자

찬=우리 툭 터놓고 이야기해보자. 리버풀 우승 인정해줘야지~ 2승, 아니 다음경기 결과에 따라 한 번만 이겨도 우승하잖아. 30년 기다렸잖아.

만=ㅋㅋㅋ 30년으로 은근히 동정심 유발하네. 그건 그렇고 왜 올시즌에 이런 일이 터지는데.

찬=이 타이밍에 웃는다? 콥(KOP; 리버풀 팬 통칭)들이 무섭지 않나보네.


만=음. 누가봐도 리버풀 우승 맞지. 역대 EPL 최고의 팀 논쟁 불러일으킬 정도로 완벽했고, 승점차가 25점이면, 뭐, 이건 '빼박'이지. 그.런.데….

찬=불안하게 그런데가 왜 나와, 뭔데.

만=시즌이 안 끝났잖아. 100m 육상에서 70m까지 압도적인 차이로 선두로 달린 선수가 있다고 쳐. 그런데 결승선 앞에서 넘어졌어. 우승이야, 아니야? 친구와의 저녁 약속에 늦었어. 친구 안심시키려고 '다 왔어~'라고 둘러대. 그런데 사실은 두 정거장 남았어. 도착한 거야, 안 한거야?

찬=뭘 약속 드립까지ㅋㅋ. 상식선에서 접근해보자고. 올 시즌 리버풀 1위가 남은 라운드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잖아. 결승선 앞에서 넘어졌다고? 그래도 느릿느릿 기어가도 역전 안 당하잖아. 뒤따라오는 선수들이 쫓아오지도 못하고.

찬=그리고 브래디 부회장의 말대로면 시즌을 통째로 삭제하자는 건데. 그건 2019~2020시즌의 정통성을 부정하겠다는 거 아냐. 2018~2019시즌의 다음시즌이 2020~2021시즌이 되는 거야? '뉴럴라이저'(영화 '맨 인 블랙'에 등장하는 기억을 지우는 장치)라도 있는거야? 팀과 선수들이 작성한 수많은 기록은 어쩔건데. 손흥민의 번리전 80m 질주골도 역사책에서 지우자는 거지?

만=야비하게 손흥민 카드를…. 사실, 기록적인 면이 마음에 걸리긴 해. K리그 현직자에게 "만약 K리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K리그는 어떻게 대응했을까"라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가장 먼저 기록을 언급하더라고. 우승, 유럽챔피언스리그, 강등 여부를 떠나 기록을 지우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찬=바로 그거야. 기록.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이 이달 초 리그 중단설이 나돌았을 때 했던 말을 들어봐. "우리 팬들이 그런 이야기 믿을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이번 시즌 결과를 지운다는 게 말이나 되냐." 8개월간의 피땀눈물을 단 한 번의 결정으로 씻어버린다고? 말도 안되지.

만=아니 근데, 인정을 해주더라도 리그가 아예 중단된 상태에서 우승팀으로 결정나면 리버풀도 달갑지만은 않을걸? 보나마나 '반쪽짜리 우승' '중단된 시즌의 우승팀'과 같은 조롱이 쏟아지지 않겠음? 리버풀 핵심 판 다이크도 그 얘기를 하더만.

찬=사실 그게 마음에 걸리긴 해. 하지만 완주를 하지 못했더라도 시즌을 치렀다는건 분명한 팩트고, 거기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팀에게 우승컵을 주는건 그 시즌의 정통성을 위해서라도 분명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만약 코로나19가 아니고 전쟁이었다고 해도 이같은 논란이 나왔을까?

찬=물론 리버풀로선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가 어떻게든 시즌을 완주하는 거지. 대표자 회의에서 그런 스탠스를 취한 걸로 알고 있고. 올해 내 어떻게든 리그를 끝마칠 수 있다면, 그게 최선! 당당하게 트로피 들어야지.

만=일단 분명한건 리그가 끝나지 않았다는거. 그래서 어떤 결정도 내리기 힘들다는거야. 19일 두 번째 대표자 회의에서 높으신 양반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궁금하다.

만=그건 그렇고, 리그가 재개되긴 하는거야? 도통 감이 안 잡히네. 경기가 안 열리면 우린 뭐 먹고 살아ㅋㅋ.

찬=일단 4월 4일까지 연기한 상태에서 추이를 살피고 있는 중이긴 한데, 힘들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영국에서 10~14주 정도 더 코로나19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더라고. 5월말 또는 6월초까지 연기될 수도 있다는 건데, 그러면 사실상 리그 중단각 아닐까 싶네.

만=리그 중단이면 어휴, 1조15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보도를 본 것 같은데. 끔찍하다.

찬=주최측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거 같긴 해. ▶리그 연기 ▶플레이오프 ▶현 순위로 시즌 마감 ▶시즌 무효화 등 4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음. 유럽챔피언스리그 및 유로파리그 진출권 팀, 강등권 팀들간의 플레이오프가 개인적으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 같은 느낌. 다음시즌 22개팀 운영설은 경기수 등등의 이유로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만=오, 이건 동의. 분명 각 구단별 입장차가 있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다고 봐야 할 것 같고. 그래도 경기를 통해 티켓 주인을 가리는 게 합리적이긴 하지. 어디까지 플레이오프에 포함할 건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겠어. 가령 16위 웨스트햄과 강등권인 18위 본머스가 승점 27점으로 똑같잖아.

찬=만약 플레이오프로 진행한다면 아마도 순위가 앞선 팀들에 어드밴티지를 주는 식으로 치를 것 같은 느낌이긴 한데, 또 모르지. 2부까지 신경써야 하니까. 분명한 건, 지금 이거 계산하느라 머리 꽤나 아플거야ㅋㅋ.

만=19일 이후를 지켜보자고~. 리버풀 우승 인정할지 안할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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