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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승격이 확정된 뒤, 김도균 수원FC 감독(43)은 눈물을 흘렸다.
김 감독은 지난해 11월 수원FC 지휘봉을 잡았다. 힘들게 시작한 프로 지도자의 길이었다. 올림픽대표, 국가대표까지 거친 김 감독은 탄탄한 커리어를 가졌지만, 밑바닥부터 경험을 쌓았다. 2007년 서남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김 감독은 2009년부터 4년간 울산 현대 산하 현대중학교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울산 코치, 유스총괄부장 등으로 5년이라는 세월을 더 보냈다. '괜찮은 지도자'라는 평가가 이어졌지만, 프로 감독의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김 감독은 "프로 감독이라는 자리가 참 쉽지 않더라. 능력만 갖고 되는 자리도 아니고, 인맥 등 장벽이 많더라. 그래서 마음을 내려놨었다. 울산에서 유소년 디렉터로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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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전지훈련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안병준은 마지막 퍼즐이었다. 김 감독은 "전체적인 스쿼드 구성이 나쁘지 않았다. 안병준이 돌아오면서 전방 무게감도 생겼다. '이 정도면 해볼만 하겠다' 싶었다. 1부팀들과 연습경기 내용도 좋았다"며 "시즌 들어가기 전 선수단과 미팅을 하면서 '내 목표는 2위'라고 했다.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하면 그 이상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다 이룬 셈이 됐다"고 했다.
사실 내심 기대는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았다. 김 감독은 "제주 유나이티드, 대전 하나시티즌, 경남FC, 전남 드래곤즈 등 승격할 만한 팀이 너무 많았다. 우리를 승격 후보로 보는 분들이 거의 없었다. 그게 나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대전과의 개막전에서 1대2로 역전패를 했다. 김 감독은 이 경기를 올 시즌 터닝포인트로 꼽았다. 김 감독은 "졌지만 자신감을 얻었다. 패하기는 했지만 경기는 우리가 훨씬 잘했다. 대전이 좋다고, 승격후보라고 다들 얘기했는데, 실제 붙어보니 우리가 더 좋았다. 선수들에게 '다른 팀들 무서워 할 필요 없겠다'고 했고, 실제 선수들도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 후 수원FC는 승승장구했다. 김도균식 공격축구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안병준은 매경기 득점포를 쏘아올렸다. 김 감독은 "올 시즌 MVP는 안병준이다. 한명으로 축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병준이 있기에 승격까지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사실 안병준에 대해 잘 몰랐다. 영상을 본게 전부였는데, 주위에서 기대가 크더라. 제주에서 보고 생각보다 괜찮다 싶었다. 파워가 부족했는데, 많이 뛰더라. 기대는 했지만 솔직히 이정도로 득점해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팀에 도움이 될 선수라고만 생각했는데, 잘해줘서 참 고맙다"고 했다.
제주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던 수원FC는 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김 감독은 "연패도 3번이나 있었는데 잘 극복하면서 올라갔다. 개인적으로는 10월 전남과의 경기에서 3대4로 패한 게 아쉬웠다. 그 경기만 잡았다면 다음 열린 제주전에서 더 전략적으로 나갔을 것 같다. 그랬으면 제주가 더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고, 운이 좋으면 다이렉트 승격도 가능했었을 것 같다"고 했다. 시즌 전 목표를 달성했지만, 부담감은 더욱 커졌다. 김 감독은 "단장님은 2위면 만족한다고 하셨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그랬다. 2위도 했고, 최다득점팀도 됐다. 선수들에게 더 바라기 미안할 정도로 잘해줬다"며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승격하지 못하면 실패나 다름없었다. 그런 부분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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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 감독은 끝내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그 전에 김 감독에게만 보인 특별한 힌트가 있었다. 김 감독은 "후반전 불안하게 경기를 보는데, 갑자기 햇살이 확 비치더라. 그때 속으로 '이게 나에게 행운이 될 수 있을까' 싶었다. 전반에 눈이 내리지 않았나. 그 때는 '설'기현 감독에게 유리하게 작용했고. 이 햇살은 나의 편이었다"고 웃었다.
"힘들었지만, 감독하길 잘한 것 같다"며 웃은 김 감독은 올 시즌 자신의 축구에 '80점'을 줬다. 그는 "팀 색깔도 원하는 대로 만들었다. 사실 공격축구라는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외부 평가가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실제 득점을 만들어냈고, 그 과정에 만족한다. 여기에 승격까지 했으니 이 정도 줘도 되지 않을까. 물론 200%를 해준 선수들에게는 만족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다음 시즌 잔류 이상의 성과를 바라보고 있다. 결과가 가장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1부에서도 공격축구를 펼치고 싶다는 목표를 숨기지 않았다. 김 감독은 "팬들이 한번 오고 다음에도 찾을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 즐겁게 팬들이 찾을 수 있는 경기력,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자신 있냐"고 물었다. 말 보다는 행동이 앞선 김 감독이기에 "100% 자신은 못하지만, 자신 없다고도 말 못하겠다"는 말이 더 믿음직하게 들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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