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엄준상, 김지우 다 미국 가버리면...
두산 베어스 고영섭 사장은 올시즌을 앞두고 실시한 시무식 겸 창단 기념식에서 강도 높은 코멘트를 날렸다. 고 사장은 "지난 시즌 우리는 9위를 했다. 두산 이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숫자였다. 얼마 전까지 왕조 시절을 보냈기에 너무 아쉬운 성적이었다"고 강조했다.
9위. 야구 잘하는 두산에는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하위권으로 떨어지면, 딱 하나 좋은 게 있다. 바로 신인드래프트. 앞 순위에서 좋은 유망주를 선발할 수 있다. 꼴찌권 팀들의 거의 유일한 기쁨이다.
두산이 작년 9위를 했다는 건, 올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 지명권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을 걸로 보였다. 올해 하현승(부산고)-엄준상(덕수고)-김지우(서울고) 빅3 거물 유망주들이 나오는 해이기 때문. 1순위 키움 히어로즈가 누굴 뽑아도, 남은 두 선수 중에 한 명을 선택하면 될 일이었다. 세 사람 모두 투-타 모두에서 월등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하현승은 좌완으로 150km 넘는 빠른 공을 던지는 동시에 타자로도 뛰어나 '부산고 오타니'로 불리운다. 하현승에게 오퍼를 던진 뉴욕 양키스는 타자로서의 재능을 더 높이 평가했다고. 엄준상과 김지우도 우완으로 빠른 공을 던지는데, 두 사람은 투수보다 타자쪽으로 더 특화된 선수들이라는 평가다. 초고교급 타격 능력을 갖췄다.
문제는 두산이 세 사람 중 누구도 품지 못할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생기고 있다는 것. 하현승은 일찌감치 KBO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1순위가 매우 유력하다. 그런데 엄준상과 김지우가 미국 메이저리그행에 대한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엄준상의 경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150만달러(약 23억원) 계약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우 역시 복수의 팀이 오퍼를 건넸다는 후문이다. 최근 메이저리그 팀들이 국제 아마추어 선수 영입 자금을 많이 확보해놓은 상황이라, 공격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만약 두 사람이 미국행을 결정하면, 두산이 9위를 한 효과(?)가 전혀 없어진다. 그렇다고 선수들의 미래가 걸린 일, 강요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직업, 회사 선택은 자유다. 선수로서의 큰 포부, 당장 거절하기 힘든 계약금 규모 등을 생각하면 미국행이 욕심 나지 않을 수 없다.
이 세 사람만 유망주로 인정받는 건 아니다. 또 다른 상위 지명 다크호스 후보들이 있다. 타자 중에서는 경남고 거포 이호민이 눈에 띈다. 타격 자질 하나로만 놓고 보면, 위에 언급된 빅3 세 사람에 밀리지 않는다고. 경남고 선배 이대호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하다는 평가도 있다. 투수에서는 유신고 좌완 이승원이 있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았음에도 최상위 라운드 지명 후보로 손꼽혔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소위 '타자를 가지고 놀 줄 안다'는 평가를 여기저기서 받을만큼 투수로서의 센스가 넘친다고 한다. 당장 ABS 시스템이 가동되는 프로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