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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인터뷰]"내 자신을 칭찬한 적이 없다" 엄격했기에 버텼던 강승조의 13년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1-02-08 06:30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선수' 강승조(35)는 늘 치열하게 살았다.

매번 스스로를 한계로 몰아붙였다. 철저하게 자기를 관리했다. 심지어 아파도 쉰 적이 없었고, 참고 뛰었다. 그 결과, K리그에서 197경기에 나섰다. 화려한 숫자는 아니지만, 강승조에게는 의미가 크다. 연습생으로 출발해 13년간 이뤄낸 값진 성과였기 때문이다.

강승조가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축구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소년이 이제 성인이 돼 축구화 끈을 풀려고 한다'며 은퇴를 발표했다. 초등학교 5학년 선수 생활을 시작해, 24년만에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강승조는 "몇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 매번 겨울만 되면 똑같은 고민을 했다. 올 겨울 들어 '내가 너무 잡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 현역이라는 타이틀을 놓아주기로 했다"며 "마음의 준비를 미리 했는데도 막상 결심을 하니까 그 사실이 믿기지가 않더라. 심장 반쪽이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아내와 은퇴 이야기를 하다가 정말 펑펑 울었다"고 했다. 이어 "많은 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직접 알려드리는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다음 단계를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강승조는 2008년 부산에 입단해, 13년간 K리그를 누볐다. 특급 스타는 아니었지만, 가는 팀마다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빅클럽에서도 뛰어봤고, 해외생활도 해봤다. 2012년 경남에서는 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평가받기도 했다. 강승조는 "나보다 좋은 선수들도 많았는데, 그 속에서 참 잘 버틴 것 같다"며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그 기회가 왔을때 잡는게 중요한데, 그런면에서 나는 참 운이 좋았던 선수 같다. 가진거에 비해 많은 사랑도 받았다"고 했다.

스스로는 '운'을 이야기 했지만, 강승조가 버텨온 비결은 '관리'였다. 그는 자신에게 항상 엄격했다. 스스로 "내 자신에게 칭찬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강승조는 "경기 뛰고 모니터링하면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만 했다. 축구를 하면서 이길때도 있고, 질때도 있고, 성공도 하고, 실패할 수도 있는데, 한계에 다달았을때마다 내 자신을 막다른 골목에 몰아붙였다"고 했다. 이어 "부상때도 많이 참았다. 부러지지 않으면, 그냥 했다. 선수라면 이정도는 다 아프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가 이토록 지독하게 했던 이유, '축구를 잘하고 싶어서'였다. 그는 "처음에는 이런 성격이 아니었다. 프로에 와서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구나 싶어서 변했다. 무엇보다 축구를 잘하고 싶었다. 아무렇지 않은 상황에서 미스를 하는게 싫었다. 다른 선수들은 장점이 많았는데, 나는 평범했다. 그래서 더 절박할 수 밖에 없었고, 실수에 더 집착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축구가 미울법도 했지만, 강승조는 여전히 축구를 사랑했다. 그는 "축구가 너무 좋았다, 지금도 사랑한다. 축구는 내 인생의 전부였다, 축구가 나에게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줬고, 매순간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축구를 했다는거 자체를 후회한 적이 없다"고 했다.


강승조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는 "축구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내 덕분이었다. 아내가 나 대신 많은 것을 희생해줬다"고 했다. 이제서 밀린 남편, 아빠 역할을 하고 있다. 강승조는 "첫째가 6살, 둘째가 2살이다. 아빠가 집에 있어서 좋아한다. 밀린 육아를 하면서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더 크다"고 웃었다. 이어 "애들한테 아빠가 축구선수였다는 걸 보여줬으면 하는 생각이 좀 들더라. 조금 더 잘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강승조는 지도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유소년부터 프로까지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운 좋게 좋은 지도자만 만났다. 느낀 것도 많다. 나처럼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이나 후배들에게 내 경험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공부를 해서 더 준비하고 싶다"고 했다.


끝까지 자신에게 모질었던 강승조는 다 내려놓은 지금, 비로소 자신에게 칭찬을 건냈다.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니, 그래도 칭찬받을 구석도 있더라. 승조, 정말 고생 많이 했다. 경주마처럼 옆은 가리고 앞만 보고 달렸다. 돌아보니 내가 행복한 선수였더라. 사랑도 많이 받았고, 그랬기에 앞으로 주변도 돌아보고, 보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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