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님이 날 원한단건..." '젊고 빠른' 울산 97라인,이동준X이동경[진심인터뷰]

기사입력 2021-02-17 13:55


홍명보 감독이 이끌 젊고 빠르고 새로운 울산의 중심,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 이동경(왼쪽)과 이동준이 울산 현대 엠블럼 앞에서 울산의 시그내처 '호랑이 발톱'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구단

"젊고 빠르고 역동적인 공격축구."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 새해 취임과 함께 표방한 새 시즌 울산의 팀 컬러다. 홍 감독은 가장 먼저 '부산 에이스' 이동준 영입에 공을 들였다. 이와 동시에 MLS 복수구단의 러브콜 속에 해외 진출을 열망해온 이동경을 설득해 붙잡았다. 그리하여 새 시즌 1997년생 이동준, 이동경이라는 대세 공격수들이 울산에서 동고동락하게 됐다. 대한축구협회 전무로 일하며 각급 대표팀, K리그 경기를 매의 눈으로 모니터링해온 홍 감독이 가장 원했던 '젊고 빠른' 공격자원이다. 카타르 클럽월드컵에서 돌아온 후 지난 14일 코호트 격리에서 해제된 울산 선수단은 17일부터 첫 '완전체' 훈련을 시작했다. 클럽월드컵에서 울산 데뷔전을 치른 이동준과 부상을 털고 돌아온 이동경이 새 시즌을 위해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새 시즌, 이동준의 이적, 이동경의 잔류에 '홍명보'라는 이름 세 글자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이동준은 "울산은 아시아 챔피언이고, 무엇보다 홍 감독님이 원하신다는 말씀에 울산에서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적 이유를 밝혔다. 이동경 역시 "외국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컸고, 좋은 제안도 있었다. 나갈 생각을 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홍 감독님께서 강하게 설득하시면서 미래에 좋은 방향을 제시해주셨고 마음이 이끌렸다. 감독님과 함께 해보고 싶었다"고 잔류의 이유를 털어놨다.

이 97년생들에게 '2002년 한일월드컵 레전드' 홍명보는 대체 어떤 존재일까. 이동경은 "2002년에 한국 나이로 여섯 살이었는데 그때까진 축구를 별로 안좋아했다. 한일월드컵을 보면서 축구를 엄청 좋아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감독님을 실제로 뵌 건 작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아챔피언십 우승 때가 처음이었다. 협회 전무님으로 오셨는데 카리스마가 넘치셨다. 저희한테 다가오셔서 조언도 해주셨다. 멋진 분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동준은 "말 그대로 '한국축구의 레전드'"라고 정의했다. "우리 세대에겐 2012년 런던올림픽에 대한 인상이 강하다. 내가 고 1때였는데 최초로 동메달을 따셨다"고 기억했다. "그런 감독님께서 함께 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다니 정말 영광이었다. 하루 빨리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울산행을 결심한 속내를 전했다.

이동준, 이동경에 원두재까지 김학범호의 핵심전력이 홍명보 감독의 울산에서 의기투합했다. 울산에서의 찰떡 호흡은 김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의 시너지로 직결된다. 이동준은 "동경이와는 서로 오래 봐왔다. 서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스타일인지 잘 알기 때문에 호흡 면에선 걱정이 없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소속팀과 올림픽대표팀에서 호흡을 잘 맞춰가면 올해 양팀 모두에서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목표도 같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이동경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동준이형과는 말하지 않아도 마음적으로 통한다. 그런 면에서 기대도 많이 된다. 올림픽대표팀이나 대표팀에선 소집기간 때만 발을 맞춰왔는데 날마다 팀에서 발을 맞추게 되면 훨씬 더 좋은 효과가 날 것"이라고 공감했다.

측면에서 빠르고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쉴새없이 뒷공간을 파고드는 '에너자이저' 이동준과 호쾌한 왼발, 넓은 시야, 감각적인 패스로 중앙을 시원하게 뚫어내는 '영건' 이동경의 조합은 전 구단을 통틀어 가장 기대되는 최강의 공격라인이다. 서로에게 뺏고 싶은 장점을 묻자 이동준은 대번 "이동경의 축구지능"을 탐했다. "왼발 능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축구지능이 정말 좋다. 그 축구지능을 뺏고 싶다"고 했다. 이동경은 "동준이형의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 능력을 뺏고 싶다"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무엇보다 동준이형의 흔들림 없이 노력하고 계속 발전하는 모습, 그런 태도를 갖고 싶다."


이동경은 자타공인 울산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울산 유스다. 지난해 유럽 이적이 성사 직전 불발되고 팀에서도 어려움을 겪던 때 울산 팬들은 문수월드컵경기장에 "동쪽하늘 빛나는 별, 동경"이라는 걸개로 이동경의 아픔을 위로했다. 이동경은 팬들을 향한 고마움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프로에 들어온 후 유럽이나 해외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늘 품어왔다. 나가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선수를 예쁘게 안봐주실 수도 있는데 팬들은 늘 한결같이 응원해주셨다. 그 부분이 감사하면서도 늘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울산 새내기' 이동준도 이미 팬심을 예약했다. "팬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선 먼저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잘 적응해서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 자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시즌 이동경은 '중원사령관' 원두재의 울산 적응을 적극 도우며 '두재아빠'라는 별명으로 회자됐다. 새 시즌 '두재아빠'에서 '동준아빠'로 변신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동경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 클럽하우스에서 10년 넘게 살았다. 알려줄 것이 있다면 기꺼이 알려주고, 필요한 부분은 도와주겠다"고 자청했다. 이동준은 "프로에 온 후 첫 이적인데 '친구들'이 있다는 게 큰 힘이 된다. 의지하면서 잘 준비할 수 있을 것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함께 있을 때 두려울 것이 없는 이 '친구들'의 올 시즌 목표는 오직 우승이다. 이동준은 "리그 우승은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울산에 온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싶고,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프로 입단 후 울산에서 2번의 뼈아픈 준우승을 경험한 이동경은 결연했다. "2019년, 2020년 아쉽게 우승을 놓치면서 이제 내게 개인 목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올해 팀 잔류를 결심하면서 세운 목표는 오로지 리그 우승뿐이다. 리그 우승만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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