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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창의적이라 더 기대되는 축구신동, 매탄중 구본서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1-03-21 09:46


축구 유망주 구본서 인터뷰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3.14/

'초딩' 뗀 지 얼마나 됐다고, 제법 중학생 티가 난다. 화면 속에서 보던 것과 달리, 키(1m65)가 제법 크다. 인터뷰 내내 촬영소품으로 갖고온 축구공에서 손을 떼지 않을 때 보면, 또 영락없는 '축구소년'이다. 자신에 대해 말하는 건 쑥쓰러워하지만, 축구전술, 새 축구팀, 유명 축구선수 이야기를 할 때는 눈빛이 초롱초롱한 축구신동, 구본서(13·매탄중)를 수원월드컵경기장 내 스카이박스에서 만났다.

구본서는 지난해 3월 'JTBC' 축구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에 출연하며 이미 이름을 알린 축구 유망주. 동영상 사이트에서 이름을 검색하면 다양한 영상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또래 중 유명하다고, 또래에서 축구를 가장 잘한다고 구본서를 창간기획 인터뷰 대상으로 초대한 건 아니다. 수많은 관계자들로부터 구본서는 기존 유망주와는 다른 '무언가'를 지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무언가가 궁금했다.

청주 FCK 등번호 7번 윙어였던 구본서는 10번 골잡이 김예건(금산중)과 함께 초등무대를 휩쓸었다. 한 살 어린 나이에도 주전을 꿰찼다. 우승권과 거리가 먼 청주는 두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모든 이들이 주목하는 팀이 됐다. 그중 구본서의 활약은 단연 빛났다. 으레 꼬마 유망주들은 자기의 실력을 뽐내기 위해 5~6명을 제치는 드리블을 한다거나, 골 욕심을 드러낸다. 하지만 구본서는 어린나이지만 팀을 위한 움직임으로 지도자들의 칭찬을 들었다.

구본서는 "내가 골을 넣을 수 있는 확률이 85%이고 옆에 있는 친구가 넣을 확률이 95%라면, 내가 무리해서 슛을 하기보단 그 친구에게 패스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라고 제법 의젓하게 말한다. 중학교 진학을 앞둔 6학년 형들에게 수도 없이 많은 어시스트를 해서 6학년 학부모들이 "우리 본서, 우리 본서" 하며 끔찍이 챙겼다는 후문이다.


출처=JTBC 영상 캡쳐
이러한 이타성이 몸에 배 있다. 성격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단 말수가 적다. 남들 앞에 서는 걸 즐기지 않는다. 어느 정도냐면, '뭉쳐야 찬다'에서 노랗게 염색한 머리카락 때문에 자신을 알아본다고 생각해 방송 직후 머리를 다시 까맣게 염색했다.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는 주변을 세심히 살핀다. 이러한 것들이 경기장 위에서 넓은 시야와 이타적 플레이로 발현된다. 초등시절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을 소화한 구본서는 중학교 입학 후 패스를 뿌려주는 미드필더로도 중용되고 있다. 문득 '수줍은 천재'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5·빗셀 고베)가 떠올랐다.

"경기장에 서기 전 긴장은 되는데, 시작되면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누가 나를 주목한다, 영상을 찍는다, 이런 건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것 같아요. 경기에선 오직 열심히 해서 이긴다는 생각뿐이에요."

한번은 6학년 형들을 상대할 때가 있었다. 상대 선수들의 키가 한 뼘은 더 컸다. 초등축구 특성상 감독의 전술보단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공격 임무를 맡은 구본서는 0-2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수비 진영으로 내려왔다. 구본서는 "그냥 부딪히면 피지컬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요. 내가 내려오면 한 명이 따라올라 올 것이고, 그때 우리팀 공격숫자와 상대팀 수비숫자와 같아져서 부딪힐 만한 상황이 되요"라고 말했다. 그런 전술적인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느냐는 물음에 구본서는 "머릿속이요"라며 웃는다. 이날 경기에서 청주는 역전승을 거뒀다.

구본서의 부모님은 운동선수의 재능을 타고난 것 같다고 말한다. 운동을 익히는 속도가 달랐단다. 야구에도 재능을 보였다고. 여기에 축구에 대한 관심이 더해져 빠르게 성장했다. 구본서는 팀 훈련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축구에 빠져 산다. 경기 영상을 보거나, 축구 관련 콘텐츠를 접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왼발을 잘 쓰는 친구를 보며 왼발킥을 연마해 지금은 양발을 똑같이 잘 쓴다.


구본서는 청주팀 소속으로 유럽에 나가 현지 꿈나무들과 경기를 치르면서 현지 관계자들로부터 특유의 창의성에 대해 칭찬을 많이 들었다. 네덜란드 명문 페예노르트에서는 입단 테스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다수의 프로팀 산하 유스팀에서 손을 내밀었다. 클럽을 고를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구본서는 최종적으로 수원 삼성 유스팀 매탄중을 택했다. '이기는 축구보단 창의적인 플레이를 지향'하는 팀 색깔에 끌렸다고.


축구 구본서 인터뷰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3.14/
매탄중 생활이 너무 좋아 평상시에도 푸른색 매탄중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닌다는 구본서는 "8대8에서 11대11로 바뀌고, 감독 코치님들에게 전술도 수십 가지를 배웠어요. 체계적으로 훈련을 하는 걸 보고 중학교 축구는 또 다르다는 걸 느껴요. 잘하는 선수도 많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구본서는 당장 해외진출보다는 국내에서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영어는 부담스럽다"며 13세 소년다운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현재의 환경에 만족한다는 게 더 큰 이유다. 수원에 관심을 두다 보니 염기훈까지 좋아하게 됐다고. 초등 시절 한두 손가락에 꼽힌 실력이 중학교 무대에서도 통하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구본서는 말했다.

궁극적으론 국가대표가 되는 게 꿈이다. "국가대표에는 우리나라 최고만 모인다"는 이유에서다. 국가대표가 되면 손흥민(토트넘)처럼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자 "그건 또 괜찮다"며 배시시 웃는다. "자신 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한다. 인터뷰 중 가장 큰 목소리로. "그럼요!"
수원=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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