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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뗀 지 얼마나 됐다고, 제법 중학생 티가 난다. 화면 속에서 보던 것과 달리, 키(1m65)가 제법 크다. 인터뷰 내내 촬영소품으로 갖고온 축구공에서 손을 떼지 않을 때 보면, 또 영락없는 '축구소년'이다. 자신에 대해 말하는 건 쑥쓰러워하지만, 축구전술, 새 축구팀, 유명 축구선수 이야기를 할 때는 눈빛이 초롱초롱한 축구신동, 구본서(13·매탄중)를 수원월드컵경기장 내 스카이박스에서 만났다.
구본서는 "내가 골을 넣을 수 있는 확률이 85%이고 옆에 있는 친구가 넣을 확률이 95%라면, 내가 무리해서 슛을 하기보단 그 친구에게 패스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라고 제법 의젓하게 말한다. 중학교 진학을 앞둔 6학년 형들에게 수도 없이 많은 어시스트를 해서 6학년 학부모들이 "우리 본서, 우리 본서" 하며 끔찍이 챙겼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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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6학년 형들을 상대할 때가 있었다. 상대 선수들의 키가 한 뼘은 더 컸다. 초등축구 특성상 감독의 전술보단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공격 임무를 맡은 구본서는 0-2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수비 진영으로 내려왔다. 구본서는 "그냥 부딪히면 피지컬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요. 내가 내려오면 한 명이 따라올라 올 것이고, 그때 우리팀 공격숫자와 상대팀 수비숫자와 같아져서 부딪힐 만한 상황이 되요"라고 말했다. 그런 전술적인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느냐는 물음에 구본서는 "머릿속이요"라며 웃는다. 이날 경기에서 청주는 역전승을 거뒀다.
구본서의 부모님은 운동선수의 재능을 타고난 것 같다고 말한다. 운동을 익히는 속도가 달랐단다. 야구에도 재능을 보였다고. 여기에 축구에 대한 관심이 더해져 빠르게 성장했다. 구본서는 팀 훈련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축구에 빠져 산다. 경기 영상을 보거나, 축구 관련 콘텐츠를 접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왼발을 잘 쓰는 친구를 보며 왼발킥을 연마해 지금은 양발을 똑같이 잘 쓴다.
구본서는 청주팀 소속으로 유럽에 나가 현지 꿈나무들과 경기를 치르면서 현지 관계자들로부터 특유의 창의성에 대해 칭찬을 많이 들었다. 네덜란드 명문 페예노르트에서는 입단 테스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다수의 프로팀 산하 유스팀에서 손을 내밀었다. 클럽을 고를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구본서는 최종적으로 수원 삼성 유스팀 매탄중을 택했다. '이기는 축구보단 창의적인 플레이를 지향'하는 팀 색깔에 끌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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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서는 당장 해외진출보다는 국내에서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영어는 부담스럽다"며 13세 소년다운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현재의 환경에 만족한다는 게 더 큰 이유다. 수원에 관심을 두다 보니 염기훈까지 좋아하게 됐다고. 초등 시절 한두 손가락에 꼽힌 실력이 중학교 무대에서도 통하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구본서는 말했다.
궁극적으론 국가대표가 되는 게 꿈이다. "국가대표에는 우리나라 최고만 모인다"는 이유에서다. 국가대표가 되면 손흥민(토트넘)처럼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자 "그건 또 괜찮다"며 배시시 웃는다. "자신 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한다. 인터뷰 중 가장 큰 목소리로. "그럼요!"
수원=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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