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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한국과는 안만나는 게 좋지 않겠나. 하하."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베트남 감독으로 부임 후 동남아 지역 대회를 석권하던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를 한 단계 더 높은 곳에 올려놓으며 영웅이 됐다.
물론, 쉽지는 않다. 한국, 베트남 등 아시아 최고의 축구팀 12개 국가가 최종 예선에서 만난다. 이 중 4.5개팀만 월드컵에 진출하는 영광을 누린다. 최종 예선 첫 진출인 베트남이 당장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도 처음 아시아 최고 레벨 팀들과 경쟁을 한다는 자체로도 베트남에는 큰 의미다.
박 감독은 지난 12일 말레이시아전에서 승리한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제가 베트남에서 해야 할 일은거기까지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해 사퇴설에 휩싸였다. 이에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오해였다고 한 박 감독이었는데, 이날 자리에서도 "털고 갈 문제도 아니다. 갑자기 왜 그렇게 얘기했느냐 궁금증이 많으신 것 같은데, 최종 예선 진출이라는 최대 목표를 앞두고 많은 것을 함축해 한 얘기였다. 우리가 늘 동남아 지역에서는 성적이 났지만, 탈 동남아를 하기 위해서 이번 예선이 중요했다. 나는 내년까지 베트남과 계약이 돼있다. 계약은 약속이고,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 예선은 12개팀이 6개씩 2개조로 나뉜다. 각 조 1, 2위팀은 월드컵 진출 확정이고 3위팀들이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베트남은 한국과 한 조가 될 수도 있다. 만약 한국과 베트남이 맞붙으면 팬들 입장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시나리오가 된다.
박 감독은 이에 대해 "최종 예선은 레벨이 다르다. 나는 겪어봐서 안다. 선수들에게도 설명을 했다. 솔직히 얘기하면 고민이 많다. 망신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다만, 선수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한국과는 안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 부담스럽다. 하하. 만약 만나게 되면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겠다. 하지만 부담스럽다. 이 걸로 답변을 대신하겠다. 감독 레벨도 그렇고, 팀 랭킹도 상대가 되나. 붙게 되면 영광이다. 도전해보는 것이다. 내 조국과 경기를 하면 사람들은 관심을 갖겠지만,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마지막으로 최근 세상을 떠난 2002 한-일 월드컵 제자 고 유상철 감독에 대해 "할 일이 많은데 마음이 아프다. 작년 한국에서 만났고, 베트남이 오기 전 통화하니 호전이 됐다고 해 가뻤다. 개인적으로 고교 후배이기도 하다.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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