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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합의가 끝났다. 구체적 조건도 나왔다. 3년 6개월, 이적료 21억원 수준이다. 그런데, 전북과 포항의 송민규 이적 최종 결정은 진통을 겪고 있다.
전북은 송민규 이적을 여러 차례 타진했다. 2차례 정도 포항에 문의했고, 그때마다 성사시키지 못했다.
지난 시즌 포항은 강력한 조직력과 공격력으로 정규리그 3위를 차지했다. 객관적 전력에 비해 100% 이상의 성적을 얻었다. 포항 김기동 감독 특유의 팀 플랜과 용병술이 돋보였다. 결국 김 감독은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송민규와 강상우의 이적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구단 측에 간곡하게 "송민규와 강상우는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두 선수의 이적은 없었다.
그러나 전북은 송민규에게 미련을 떨치지 못했다. 즉시 전력감일 뿐만 아니라 22세 카드로도 쓸 수 있었다. K리그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송민규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전북은 구체적 오퍼를 던졌다. 포항은 만족스러워했다. 송민규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큰 틀에서 이적이 동의됐다. 전북 측도 "이번 주말 쯤 최종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포항 김기동 감독은 이 과정에서 철저하게 '소외'당했다. 김 감독은 "(언론보도 이전까지) 나는 정말 몰랐다. 구단 측에 '결정이 난 사항이냐'고 물어봤고, 구단 측은 '아직 아니다. 감독님의 재가가 없는데 어떻게 이적이 합의될 수 있느냐'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구단 측에게 '송민규 올 시즌 이적은 동의할 수 없다. 아직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없던 일로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여름 이적 마감(20일) 3일 전 이미 전북과 포항은 구체적 조건까지 주고 받았다. 이 상황에서 김 감독이 알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현 시점에서 선수 이적은 양 구단측의 합의 뿐만 아니라 해당 감독과 선수의 동의가 필요한 게 '불문율'이기 문이다.
김 감독은 '구단과 각을 세우거나 대립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 알지 못했다. 그냥 (언론에) 있는 대로 얘기했을 뿐이고, 송민규가 올 시즌까지는 포항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적 요청이 왔다면 미리 나와 상의하는 게 맞는 거라는 판단에 구단에게 내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다"라고 했다.
포항 측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원론적 얘기를 하고 있다. "최종보고서를 만든 뒤 김 감독님과 미팅을 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적 보도가 나오면서 미팅이 미뤄진 상황"이라고 했다. 단, 세부적 조건과 함께 양 구단의 합의, 그리고 선수측의 동의까지 얻은 상황에서 김 감독에게 여름 이적 마감 3일 전까지 보고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연히, 포항이 김 감독의 반발을 의식, 전북 측과 합의한 뒤 이후 김 감독 설득 작업에 들어가려고 했을 것이라는 '합의적 의심'이 제기된다.
시즌 전 포항은 수많은 핵심 선수들을 이적시켰다. 포항의 재정 정책 때문이다. 당시 김 감독은 "구단도 살아야 한다. 전력이 약화되는 것은 맞지만, 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전력이 약화됐는데) 우승하라고 구단이나 포항 팬들이 요구할 것은 아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성적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감독의 할 일"이라고 했다.
포항 입장에서 '송민규 이적'은 달콤한 제안이다. 하지만, 김 감독의 '양보'도 마지노선은 있다. 최종 발표를 남긴 채 과연 포항은 어떤 선택을 할까.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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