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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승부사'다.
2020년에도 고비가 있었다. 전년도 여름이적시장에서 영입한 일류첸코, 팔로세비치 등이 적응하며 순항하는 듯 했지만, 주전 풀백인 심상민 김용환이 한꺼번에 군에 입대했다. 당초 예상보다 입대시기가 빨라지며 시즌 중 좌우 풀백을 모두 잃었다. 김 감독은 스리백이라는 묘수를 통해 위기를 넘겼고, 여름이적시장 동안 적절한 보강을 통해 3위 자리에 올랐다. 김 감독은 1, 2위팀 감독을 제치고 K리그1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는 다들 힘들 것이라 했다. 김 감독이 아무리 '잇몸'으로 버티는데 능하다고 해도, 너무 많은 '이'들이 빠져 나갔다. 지난 시즌 도합 45골을 책임진 일류첸코(전북)-팔로세비치(FC서울) 듀오가 팀을 떠났고, '주장'이자 '중원의 핵'이었던 최영준은 원소속팀인 전북으로 복귀했다. '원클럽맨'이자 '수비의 축'인 김광석마저 인천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척추가 모두 빠져나갔다. 근근히 버티던 여름에는 가장 강력한 송곳니 였던 '송스타' 송민규마저 전북으로 향했다. 주축들의 계속된 이적에도 "별수 있나요. 그래도 해야죠"라고 의연하게 넘기던 김 감독 조차 충격에 빠진 이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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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부임 후 가장 스쿼드가 약한 올 시즌 조차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미 확보된 준우승 상금 24억원은 덤이다. 김 감독은 울산전 이후 "나는 한 것이 없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하지만 올 시즌 포항의 놀라운 성공은 어떻게든 위기마다 해법을 찾아낸 김 감독의 힘이다.
2009년 선수로 아시아 챔피언을 경험한 김 감독은 또 다른 드라마를 예고하고 있다. 상대는 유럽무대를 호령한 고미스, 마레가 등에 한국 국가대표 핵심 수비수였던 장현수, 사우디 현역 국가대표가 즐비한 '아시아 최강의 스쿼드' 알 힐랄이다. 누가봐도 한쪽으로 쏠리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그래도 포항은 믿는 구석이 있다. '기동매직'이 있으니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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