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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갈 때 가더라도 강등만은 막아주려고 했는데…"
경질이 발표된 후 자택(대구)에서 쉬고 있던 김 감독과 통화가 연결됐다. 그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구단 발표와는 달리 이 과정에서 '상호합의'는 없었다. 김 감독은 "나도 뒤늦게 전해들었다. 이영표 대표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는데, 이후 발표가 났다. 그 다음에도 전화가 왔지만, 굳이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해임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보다는 '아쉬움'과 '걱정'을 토로했다. 다음은 김병수 감독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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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무엇이고, 걱정되는 점은 무엇인가.
▶굳이 이 시점에, 이런 형태로 (해임을) 결정했어야 하는 점이 우선 아쉽다. 지금 우리 선수들을 보라. 올해 내내 얇은 선수층으로 너무 고생했다. 다들 지쳐서 제대로 뛰지도 못한다. 이 선수들을 이끌고 어떻게든 강등은 면하게 해주고 싶었다.
어차피 나는 올해 계약이 만료되면 떠날 사람이었다. 재계약 미련도 없었다. 그저 강등만 면하게 해주려고 애쓰던 참이다. 위기가 눈앞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 겨우 3경기 남은 시점에 굳이 나를 잘라서 얻을 게 무엇인가. 그것도 일방적인 통보로…3경기 남아있었다. 시즌을 마친 뒤에 (해임)해도 충분하지 않나. 가뜩이나 지친 선수들이 흔들릴까봐 걱정된다.
-올 시즌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는데.
▶외부에서는 우리 전력을 어떻게 평가할 지 모르겠지만, 선수층이 두텁지 않다. 더구나 올해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다. 선수들이 많이 다치고 아팠다. 하지만 보강은 제대로 안됐다. 외부에는 '김 감독이 원해서 뽑았다'고 알려진 많은 선수들이 사실 내 뜻과 상관없이 팀에 합류했다.
그래도 구단에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이 선수들을 이끌고 잘해보려고 했을 뿐이다. 그러나 빠지는 선수가 너무 많았다. 시즌 후반에 공격수 몇 명으로 경기했는지 보라. 지난해 잘해줬던 이영재나 김지현 등만 있었어도 올해 좀 더 해볼 만 했을 것이다. 그런 선수들을 지켜내지 못한 게 아쉽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은 쉬는 것 외에 할 게 있을까. 어차피 12월부터 쉴 생각이었는데, 한 달 먼저 쉬게 됐다. 지금 당장은 속이 상한다기 보다 남겨진 선수들이 걱정될 뿐이다. 잘 해내겠지. 다만, 시즌 중에 엉뚱하게 하지도 않은 폭행 건으로 수모를 당한 건 화가 난다. 그래도 팀을 이끄는 입장에서 팀 강등은 막아보려고 굳이 내지 않아도 될 벌금까지 내면서 참고 버텼는데… 이제는 그게 후회된다. 차라리 '그때 깨끗하게 던지고 나왔어야 했나'하는 생각도 들고. 많이 씁쓸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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