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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미다스의 손'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53)이 4년 남짓 일한 대한축구협회(KFA)를 떠난다. 현장으로 돌아간다. 말레이시아 대표팀 사령탑으로 일하게 됐다. 정몽규 KFA 회장은 최근 김판곤 위원장과의 작별 미팅에서 "딸을 시집보내는 기분"이라고 했다. 2017년말 KFA에 와 지금까지 김 위원장은 그가 뽑은 각급 대표팀이 놀라운 성적을 냈다. 결과만 보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우승, 2019년 폴란드 U-20 월드컵 준우승, 2020년 도쿄올림픽 8강, 그리고 카타르월드컵 본선 조기 진출 확정, 여자축구대표팀 월드컵 3회 연속 진출(2022년 여자 아시안컵 준우승)을 이뤄냈다. 벤투호 김학범호 정정용호 콜린벨호가 역대급 성과를 냈다.
국내 축구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지도자 보는 눈이 탁월하다고 평가한다. 그는 대표팀 지도자를 뽑을 때 분명한 프로세스와 시스템 그리고 포트폴리오를 갖고 움직였다. 김 위원장은 "대표팀은 짧은 시간 모여 바로 경기를 통해 결과를 내야 한다. 여러 가지를 체크할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게임 모델을 갖고 있어야 하고, 스카우팅, 스태프 활용 능력, 대 언론 능력 등을 두루 살폈다"고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벤투, 김학범, 콜린 벨 등을 발탁했다. 김 위원장은 평소 김학범 감독의 능력과 잠재력을 매우 높게 평가해왔다. 그는 "김학범 감독은 매우 다양한 능력을 갖고 있다. 분명한 색깔을 갖고 있고, 주위에서 잘 도와주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벤투와 김학범 감독이 선수 차출을 두고 충돌할 때 'A대표팀 우선 원칙'을 지켰다.
그는 처음 KFA에 들어왔을 때 기존 직원들과 일하는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잦았다. 김 위원장은 "내가 떠나도 KFA는 잘 굴러갈 것이다. 협회가 어려운 상황인데 나 혼자 떠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크다. 내가 말한다고 해도 안 바뀌는 게 있다. 좋은 기억만 갖고 가려고 한다. 이별의 힘이라는 걸 믿는다. 협회에는 능력있는 직원들이 많다. 기술 행정은 기술 전문가들이 맡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홍콩 축구에서 성공한 지도자이다. 그는 이번에 동남아시아로 간다. 왜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선택했을까. 그는 "늘 때가 되면 현장으로 가고 싶었다. 동남아시아 국가대항전이 스즈키컵에 끌렸다. 2년 마다 열리는데 열광적이다. 말레이시아 대표팀 서포터스 '울트라 말라야' 함성 아래서 팀을 이끄는 그림을 그려봤다. 오퍼를 받고 주저할 게 없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축구협회는 그들의 장기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해줄 인물이 필요했고, 적임자로 김판곤을 찍었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를 넘어 월드컵 본선에 가고 싶어한다.
현재 동남아 축구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은 베트남 대표팀의 박항서 감독이다. 그는 베트남의 축구 영웅으로 자리잡았다. 그럼 김판곤은 박항서의 업적을 타넘을 수 있을까. 김판곤 위원장은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을 이끌고 중국을 이겨버렸다. 이미 많은 업적은 남겼다. 내가 넘어서기는 어렵겠지만 하나씩 해나가겠다. 말레이시아도 잠재력이 있다.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신태용 감독과의 맞대결도 흥미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언젠가 국내로 돌아온다면 그때는 지도자로 오고 싶다. 60세 이후에는 다시 행정가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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