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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6.25전쟁이 휴전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54년,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FIFA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랐다. 고(故) 김용식 선생이 이끄는 대표팀은 미국 수송기에 올라타 48시간을 날아 개최지인 스위스 베른에 도착했다. 현지에서 한국을 기다리는 건 지독한 시차 문제와 무거운 몸, 그리고 당대 최고의 팀들이었다. 한국과 같은 2조에는 서독, 헝가리(그리고 터키)가 속해있었다. '전차군단' 서독과 '매직 마자르' 헝가리는 결승에서 다시 맞붙어 서독이 3대2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영화 '베른의 기적'의 배경이 된 바로 그 경기다. 한국으로선 불운하게도 우승팀 준우승팀과 같은 조에 속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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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어느 대회가 가장 까다로웠는지, 대진운이 안 좋았는지 꼽는 작업은 쉽지 않다. 그래서 월드컵 직전 FIFA 랭킹으로 따져봤다. 최악은 미국월드컵이었다. 같은 조에 당시 랭킹 1위였던 독일과 5위 스페인이 있었다. 볼리비아(43위) 정도가 해볼만한 상대로 여겨졌다. 스위스월드컵, 멕시코월드컵과 견줄 수 있는 대회였다고 볼 수 있다. 조별리그에서 만난 세 팀의 평균 랭킹으론 남아공월드컵(13.7위)이 가장 까다로웠다. 아르헨티나(7위) 그리스(13위) 나이지리아(21위)의 랭킹이 모두 허정무호(47위) 보다 높았다. 그 다음이 러시아월드컵(상대국 평균랭킹 14위), 미국월드컵(16.3위), 브라질월드컵(17.3위), 한일월드컵(18.7위), 프랑스월드컵(21.7위), 독일월드컵(34.7위)순이었다. 랭킹만으론 독일월드컵의 난이도가 가장 낮았고, 남아공월드컵이 가장 높았다. 독일에서 좌절을 맛보고, 남아공에서 유일하게 원정 16강 성적을 거뒀단 점은 FIFA 랭킹과 조별리그 성적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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