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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우승팀'을 상대했던 대선배들…다시 살펴본 한국의 월드컵 '대진운'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2-03-31 13:52 | 최종수정 2022-04-01 06:03


◇2006년 독일월드컵 조추첨식에 나선 차범근.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6.25전쟁이 휴전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54년,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FIFA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랐다. 고(故) 김용식 선생이 이끄는 대표팀은 미국 수송기에 올라타 48시간을 날아 개최지인 스위스 베른에 도착했다. 현지에서 한국을 기다리는 건 지독한 시차 문제와 무거운 몸, 그리고 당대 최고의 팀들이었다. 한국과 같은 2조에는 서독, 헝가리(그리고 터키)가 속해있었다. '전차군단' 서독과 '매직 마자르' 헝가리는 결승에서 다시 맞붙어 서독이 3대2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영화 '베른의 기적'의 배경이 된 바로 그 경기다. 한국으로선 불운하게도 우승팀 준우승팀과 같은 조에 속했던 셈이다.

그 이후 32년의 기다림 끝에 한국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 진출권을 따냈다. 멕시코에서도 대진운이 따르지 않았다. 전전대회인 19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에서 우승한 아르헨티나, 전대회인 1982년 스페인월드컵 우승국 이탈리아와 같은 조였다. 당시 '빗장수비'로 유명한 유럽 최강국과 세계 최고의 선수 디에고 마라도나를 앞세운 남미 최강국을 동시에 상대하게 된 것이었다. 이변없이 두 팀을 상대로 패한 한국은 불가리아전(1대1)에서 사상 첫 월드컵 승점을 딴 것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은 멕시코대회 이후 1986년대회부터 2022년 카타르월드컵까지 10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힘겹게 본선 티켓을 거머쥔 뒤에는 어김없이 조추첨의 긴장되는 순간을 맞이했다. 한 조에 묶인 상대팀 면면에 따라 희비가 갈리곤 했다. 세계 최강팀들이 모조리 출전하는 월드컵 특성상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한국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스페인 벨기에 우루과이,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독일 스페인 볼리비아,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멕시코 벨기에, 개최국 자격으로 참가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포르투갈 미국 폴란드,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프랑스 스위스 토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그리스 나이지리아,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 가장 최근 열린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 스웨덴 멕시코와 각각 만났다.

이중 어느 대회가 가장 까다로웠는지, 대진운이 안 좋았는지 꼽는 작업은 쉽지 않다. 그래서 월드컵 직전 FIFA 랭킹으로 따져봤다. 최악은 미국월드컵이었다. 같은 조에 당시 랭킹 1위였던 독일과 5위 스페인이 있었다. 볼리비아(43위) 정도가 해볼만한 상대로 여겨졌다. 스위스월드컵, 멕시코월드컵과 견줄 수 있는 대회였다고 볼 수 있다. 조별리그에서 만난 세 팀의 평균 랭킹으론 남아공월드컵(13.7위)이 가장 까다로웠다. 아르헨티나(7위) 그리스(13위) 나이지리아(21위)의 랭킹이 모두 허정무호(47위) 보다 높았다. 그 다음이 러시아월드컵(상대국 평균랭킹 14위), 미국월드컵(16.3위), 브라질월드컵(17.3위), 한일월드컵(18.7위), 프랑스월드컵(21.7위), 독일월드컵(34.7위)순이었다. 랭킹만으론 독일월드컵의 난이도가 가장 낮았고, 남아공월드컵이 가장 높았다. 독일에서 좌절을 맛보고, 남아공에서 유일하게 원정 16강 성적을 거뒀단 점은 FIFA 랭킹과 조별리그 성적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한국은 지난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5승8무14패를 기록했다. 5승 중 4승을 유럽팀을 상대로 따냈다. 유럽 팀 상대로 4승5무8패를 기록했다. 유럽팀을 2번 만나 1번 정도 패했다는 얘기다. 남미(1무3패) 북중미(1무2패) 팀과의 경기에선 승리한 적이 없다. 나머지 1승은 아프리카를 상대로 가져왔다.(1승1무1패) 4월 2일 새벽 1시 카타르에서 실시될 이번 조추첨에서 유럽팀 2팀을 만나는 게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역사는 말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디펜딩챔피언 프랑스(3위)와 포트2의 독일(11위)을 동시에 만나는 일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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