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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루빈)카잔으로 이적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요."
황인범은 "이적시장이 열리고 (김)민재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페네르바체가 지난시즌 유로파리그 조별리그에서 올림피아코스를 만났다. 민재가 고생을 많이 했는데, 나에게 하는 말이 '올림피아코스에 축구도사들이 모여있다'는 거였다. 나도 우연히 그 경기를 봤는데 좋은 축구를 한다고 생각했다. 올림피아코스에 대한 얘기를 꺼냈을 때, 민재가 추천을 했다"고 '동갑내기 절친' 김민재의 조언이 결정을 내리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우승권 팀으로의 이적도 황인범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진 주로 승점 1점을 따기 위해서 노력하는 팀에 머물렀다. 이제는 내 장점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팀으로 가게 된다. 여러가지 조건을 따졌을 때 올림피아코스로 가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단장님과 직접 통화를 하며 올림피아코스에 미드필더 자원이 많다는 사실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다. 단장님은 '리그에서만 활용하기 위해서 너를 데려오는 건 결코 아니다. 유럽대항전에 뛸 것'이라고 얘기를 해줬다. 나를 향한 구단의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어딜 가나 주전 경쟁은 피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카잔 시절 유럽클럽대항전 3부격인 유로파컨퍼런스리그를 누빈 황인범은 올림피아코스 이적이 확정될 경우, 꿈꾸던 유럽챔피언스리그에 나설 가능성이 생긴다.
그리스 최대 명문팀인 올림피아코스는 지난 2021~2022시즌 그리스슈퍼리그에서 우승하며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획득했다. 지난 21일 마카비 하이파(이스라엘)와의 챔피언스리그 2차예선 1차전 원정에서 1대1로 비긴 올림피아코스가 오는 28일 홈에서 치르는 2차전에서 승리할 경우 3차예선에 진출한다. 올림피아코스는 내심 황인범이 2차전에 출전하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범은 "팀을 결정하는 데 있어 챔피언스리그 출전 여부는 굉장히 중요했다. 챔피언스리그는 어릴 때부터 꿈꿔온 대회다. 조별리그 진출이 안되더라도 유로파리그에 나설 수 있다"며 "챔피언스리그에서 (손)흥민이형과 민재를 만나면 꿈같을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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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빈 카잔 소속이던 황인범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 이후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특별 규정에 따라 '임시 자유계약선수(FA)'로 분류됐다. 규정상 내년 6월까지 1년간 자유계약 신분이다. 이후로는 카잔과 계약이 끝나 FA로 풀린다.
주변에선 오는 겨울 개막하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마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어떠냐는 반응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황인범은 "이번에 이적을 결정하면서 월드컵 때문에 주저하진 않았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겨울까지 기다리기보단 6주라도 빨리 이적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FC서울과 두 번의 헤어짐을 경험했다. 6월 30일, 첫번째 단기 계약이 끝난 황인범은 7월 15일 장고 끝에 서울과 두 번째 동행을 결정했다. 하나 지난 주말부로 올림피아코스 이적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대구전 단 1경기를 치르고 작별인사를 하게 됐다. 황인범이 출국 인터뷰에서 활짝 웃어보이지 못한 이유다.
동아시안컵 참가차 일본에 머물던 황인범은 24일 소집해제 후 귀국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구리GS챔피언스파크에서 서울 선수단과 작별인사를 했다. 황인범은 "서울은 나 자신도 몰랐던 내 가치를 일깨워준 구단이다. 이해가 안될 정도로 잘 대해줬고, 끝까지 붙잡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너무 감사하다. 팬들도 과분한 사랑을 줬다.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울진 않았지만, 많이 아쉬웠고, 죄송했던 게 사실이었다. 더 좋은 컨디션으로 팀에 더 많은 기여를 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부디 남은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고, (특히)FA컵에서 우승해 회식에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이어 "(기)성용이형은 정말 존경하는 선수다. 그런 선수와 같이 뛸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성용이형이 아까 빅리그 빅클럽에 진출하라고 말해줬다. 형이 부탁한 만큼 최대한 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제 전성기 나이다. 실수를 줄이고 실력을 다듬어 완성도 높은 선수가 되어야 한다"고 다짐의 말을 남기고 그리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인천=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