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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김은중 감독과 아이들'이 대한민국 축구에 새 역사를 썼다.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29일(이하 한국시각) 감비아와의 2023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전에서 0대0으로 비겼다. 한국은 프랑스(2대1 승)-온두라스(2대2 무)에 이어 감비아를 상대로도 승점을 쌓았다. 조별리그에서 1승2무로 한국 축구 역사상 U-20 대회에서 처음으로 '무패'로 토너먼트 통과를 기록했다.
변수도 발생했다. 대회 개막을 불과 100일여 앞두고 개최지가 급하게 바뀌었다. 당초 인도네시아에서 정치·종교적 문제 탓에 아르헨티나로 바뀌었다. 시차는 물론, 기후 등 모든 것이 낯선 장소였다. 이번 대회 참가자 중 배준호(대전하나시티즌)를 제외한 대부분이 소속 클럽에서 제대로 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감각들이 떨어져 있는 게 우려된다"고 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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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두라스와의 2차전, 한국은 0-2로 끌려가다 뒷심으로 2대2 무승부를 만들었다.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은 감비아와의 최종전에서 로테이션을 활용해 무승부를 기록했다. 체력 안배는 물론, 선수단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한국은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위기를 넘기는 힘을 보여줬다. 한국은 페널티킥 두 차례, 퇴장 한 차례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흔들림 없이 경기를 마쳤다.
'김은중호'는 이번 대회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승화했다. 특정 선수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누가 들어와도' 제 몫을 하는 팀으로 거듭났다. 한국은 2차전에서 교체로 들어온 박승호가 천금 결승골을 뽑아 냈다. 최종전에서는 이날 처음 기회를 잡은 골키퍼 문현호가 '선방쇼'를 펼쳤다. FIFA는 문현호의 선방 장면을 콕 집어 '감비아는 오늘 문전에서는 자신들의 날이 아니라고 결론냈다'고 평가했다. '원팀' 한국은 오른발목 부상으로 이탈한 박승호를 위로하기 위해 감비아전에 앞서 박승호의 등번호 '18'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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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재현 노리는 무서운 막내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한국은 6월 2일 B조 2위 에콰도르와 16강전을 벌인다. 에콰도르는 1차전서 미국에 0대1로 패했다. 하지만 슬로바키아(2대1)-피지(9대0)를 연달아 잡고 토너먼트에 합류했다. 눈여겨볼 선수는 '2007년생 재능' 켄드리 파에스(인데펜디엔테 델 바예)다. 파에스는 피지와 경기 시작 7분 만에 수비 뒷공간을 공략해 득점을 완성했다. 현재 첼시 이적설이 뜬 상태다. 한국은 에콰도르 상대로 기분 좋은 추억이 있다. 한국은 2019년 폴란드대회 4강에서 에콰도르를 1대0으로 잡고 결승에 올랐다.
방심은 금물이다. U-20 월드컵은 승패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어린 선수들인 만큼 아직 경기 경험이 많지 않다. 객관적 실력도 중요하지만 경기 내내 분위기를 잘 탄다. '우승후보' 프랑스, '4강 후보' 일본이 조별리그에서 줄줄이 탈락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프랑스는 첫 경기에서 한국에 패한 뒤 흐름을 잃었다. 일본은 1차전에서 승리하고도 2~3차전에서 내리 역전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김은중호'는 4년 전 준우승에 이어 또 한번 영광 재현에 나선다. 선수들은 "우승이 목표"라며 이를 악물었다. 김 감독은 "이제 단판 승부다. 조심스럽지만,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