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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재료가 없는데 어떻게 요리를 할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는데 이제는 잇몸도 거의 헐었다.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64)은 "어떻게 해서든 개겨봐야죠"라며 미소 지었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학범슨' 김학범 감독은 일단 실리 축구로 방향을 틀었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라인을 바짝 올리라고 하도 소리를 질러서 목이 다 쉬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동계훈련 기간에는 '투 터치시 커피 사기' 조건까지 걸어가며 빠르고 간결한 공격 훈련에 매진했다. 하지만 핵심 선수들이 줄줄이 쓰러지면서 소나기는 피해가기로 했다. 공격력이 워낙 떨어져서 고육지책을 썼다. 나름 성공적이었다. 제주는 강원을 만나기 전 5경기에서 3승1무1패였다. 5경기서 2실점, 1대0 승리가 3회였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김학범 감독은 "지금은 방법이 없다. 골을 넣기가 힘들다. 어떻게 해서든 골을 넣으면 버텨볼 텐데 사실 굉장히 어렵다. 토너먼트 하듯이 경기를 치른다. 일정이 이렇게 퐁당퐁당 이어질 때에는 상대에 따라 전략적으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그게 안 되는 실정이다"라며 아쉬워했다. 체력 안배는 커녕 부상자가 돌아오면 곧바로 경기에 투입하기 급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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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현실에 집중하려 한다. 언제 올지 불확실한 복귀 선수들을 기다리며 뜬구름을 잡을 생각이 없다. "막연하게 기다리다가는 허상만 쫓을 수 있다. 지금 주어진 자원으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어차피 있는 선수들을 활용해 꾸려야 한다. 대안도 찾아보도록 하겠다. 애초에 부상을 당하지 않고 안 좋은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하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철저하게 준비를 더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제주는 6~10일 전남 벌교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16일 17라운드 대구 원정으로 돌아온다. 김 감독은 "일단 휴식 이후 외부에 나가서 집중도 높은 훈련을 할 예정"이라며 후반기를 내다봤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