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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원해" 김기동 "뛰길 원해" 기성용의 '헤어질 결심'…서울 레전드의 포항 이적 임박

윤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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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25 07:50


"변화 원해" 김기동 "뛰길 원해" 기성용의 '헤어질 결심'…서울 레전드…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변화 원해" 김기동 "뛰길 원해" 기성용의 '헤어질 결심'…서울 레전드…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FC서울 레전드 기성용(36)이 서울을 떠나 K리그 타팀 이적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은 국내 축구계, 특히 기성용을 아끼던 서울팬을 충격에 빠트렸다.

축구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기성용의 포항 입단이 급물살을 탔다. 여러 루트로 포항의 영입 의사를 확인한 기성용은 25일 서울 구단 사무실을 방문해 이적에 관한 '마지막 논의'를 펼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 연말까지 서울과 계약이 되어있는 기성용이 시즌 중 이적하려면 원소속팀과 원만한 합의가 불가피하다. 서울과 포항 구단은 24일 늦은 오후까지 이적 협상에 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복수의 관계자는 기성용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이번 만남이 '합의' '협상'보단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가 될 것으로 관측한다. 포항 이적이 어렵지 않게 성사될 것이란 예상이다.

서울에서 은퇴할 것으로 예상됐던 기성용의 타팀 이적은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결코 예견된 일이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 기류가 바뀌었다. 기성용은 4월 대전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뒤 약 두 달간의 치료 및 재활 기간을 거쳐 팀에 복귀했다. 시즌 개막 후 대전전 포함 8경기에 모두 출전(선발 6)한 기성용은 6월 중 복귀전을 치를 것으로 기대했을 테지만, 팀 훈련에 복귀한 이후로도 엔트리에 들지 못하는 경기가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만큼 불만도 쌓여갔던 것으로 보인다. 21일 선두 전북전(1대1 무) 엔트리에도 기성용의 이름은 없었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기성용이 부상을 당한 사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서울은 기성용이 부상을 당한 이후 내리 3연패, 5경기 연속 무승 늪에 빠졌다. 하지만 14라운드 대구전(1대0 승)에서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고, 대구전 포함 최근 7경기에서 단 1패(3승3무)만을 내주는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9위까지 떨어졌던 순위를 파이널A 그룹 진출권까지 점프했다. 20라운드 현재 서울(승점 27)의 순위는 7위지만, 5위 울산(승점 29)과는 2점차밖에 나지 않는다. 기동성을 중시하는 김 감독은 측면과 중원을 오가는 에너자이저 정승원, 젊은 박스투박스 미드필더 황도윤, 전문 수비형미드필더 류재문 등을 중원 자원으로 활용해 효과를 봤다. 풀백 박수일이 이달 초 전역해 팀에 합류한 이후론 풀백 최준을 미드필더로 변칙 기용하기도 했다. 20경기에서 19골에 그친 득점력이 문제였지, 중원 싸움에서 밀리는 경기는 거의 없었다. 자연스레 팀내 최고참인 기성용은 전력에서 배제되기 시작했다.

변화를 주길 바랐던 김 감독, 서울에서 계속 뛰길 원한 기성용. 둘이 훈련장에서 직접 충돌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둘 사이의 불화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다들 '쉬쉬'할 뿐이었다. 선수단 수장과 레전드의 갈등은 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김 감독의 결단이 빨라진 원인이었단 후문이다. 처음부터 김 감독과 기성용의 케미스트리에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포항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김 감독은 2024년 서울 취임 기자회견에서 "FC서울이 기성용이고, 기성용이 FC서울"이라며 재계약 체결 전인 기성용에게 '같이 하자'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전달했다. 패스마스터인 기성용을 중심으로 '기동볼'에 빌드업을 가미하길 바랐다. 김 감독 주변에선 서른 중반이 된 기성용의 기동성 저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부상을 당하지 않는 한 선발 혹은 교체로 꾸준히 투입했다. 지난해 10월 포항전 사전 인터뷰에선 기성용과 서로 자주 통화를 한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서울은 기나긴 부진 터널에서 벗어나 4위를 차지하며 6년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거머쥐었다. 기성용이 서울로 돌아온 이후 최고 성적을 낸 시즌이다.

서울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김 감독과 기성용은 6월 중순 면담을 진행했다. 둘은 이 자리에서 서로 향후 활용 계획에 대한 이견을 확인했다. 면담 후 은퇴보단 이적으로 마음이 기운 기성용은 복수의 K리그 구단과 접촉해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가장 관심을 보인 구단이 포항이었다. 포항은 김종우 한찬희의 동반 부상으로 중원 자원 보강에 대한 니즈가 있었다. 공교롭게 서울은 29일 홈에서 포항과 21라운드를 치른다. 다만 기성용이 어색한 포항 유니폼을 입고 이번 주말 상암을 누빌지는 미지수다. 이적 절차로 인해 '오피셜'이 다음주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경기 출전 여부와는 별개로, 기성용이 다른 유니폼을 입는다는 사실은 서울팬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은 분명하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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