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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FC서울 레전드 기성용(36)이 서울을 떠나 K리그 타팀 이적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은 국내 축구계, 특히 기성용을 아끼던 서울팬을 충격에 빠트렸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기성용이 부상을 당한 사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서울은 기성용이 부상을 당한 이후 내리 3연패, 5경기 연속 무승 늪에 빠졌다. 하지만 14라운드 대구전(1대0 승)에서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고, 대구전 포함 최근 7경기에서 단 1패(3승3무)만을 내주는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9위까지 떨어졌던 순위를 파이널A 그룹 진출권까지 점프했다. 20라운드 현재 서울(승점 27)의 순위는 7위지만, 5위 울산(승점 29)과는 2점차밖에 나지 않는다. 기동성을 중시하는 김 감독은 측면과 중원을 오가는 에너자이저 정승원, 젊은 박스투박스 미드필더 황도윤, 전문 수비형미드필더 류재문 등을 중원 자원으로 활용해 효과를 봤다. 풀백 박수일이 이달 초 전역해 팀에 합류한 이후론 풀백 최준을 미드필더로 변칙 기용하기도 했다. 20경기에서 19골에 그친 득점력이 문제였지, 중원 싸움에서 밀리는 경기는 거의 없었다. 자연스레 팀내 최고참인 기성용은 전력에서 배제되기 시작했다.
변화를 주길 바랐던 김 감독, 서울에서 계속 뛰길 원한 기성용. 둘이 훈련장에서 직접 충돌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둘 사이의 불화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다들 '쉬쉬'할 뿐이었다. 선수단 수장과 레전드의 갈등은 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김 감독의 결단이 빨라진 원인이었단 후문이다. 처음부터 김 감독과 기성용의 케미스트리에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포항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김 감독은 2024년 서울 취임 기자회견에서 "FC서울이 기성용이고, 기성용이 FC서울"이라며 재계약 체결 전인 기성용에게 '같이 하자'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전달했다. 패스마스터인 기성용을 중심으로 '기동볼'에 빌드업을 가미하길 바랐다. 김 감독 주변에선 서른 중반이 된 기성용의 기동성 저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부상을 당하지 않는 한 선발 혹은 교체로 꾸준히 투입했다. 지난해 10월 포항전 사전 인터뷰에선 기성용과 서로 자주 통화를 한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서울은 기나긴 부진 터널에서 벗어나 4위를 차지하며 6년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거머쥐었다. 기성용이 서울로 돌아온 이후 최고 성적을 낸 시즌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