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지옥 같은 1년2개월이었다.
시작은 정강이 피로 골절이었다. 대전하나시티즌에서 임대를 마치고 돌아온 후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정강이에 통증을 느꼈다. 동계훈련 도중 조기 귀국해 시술을 받았다. 급하게 복귀해 경기를 치렀는데 결국 탈이 났다. 3개월 동안 휴식만 취했다. 여름 복귀를 바라보고 준비했지만, 또 다시 쓰러졌다. 결국 4경기 출전이라는 씁쓸한 기록을 남긴채 시즌을 마쳤다.
절치부심했다. 새롭게 부임한 이정효 감독 앞에서 눈도장을 찍기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훈련장에 나섰다. 커리어에서 가장 착실히 보낸 겨울이었다. 몸상태도 좋았다. 하지만 또 다시 부상악령이 덮쳤다. 개막 일주일 전 햄스트링을 다쳤다. 한달을 또 쉬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팀훈련에 다시 합류했는데 연습경기를 앞두고 또 햄스트링에 통증이 왔다. 3주 동안 또 치료와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좌절하지 않았다. 이를 더 악물었다. 때마침 찾아온 휴식기, 이 감독이 태도를 눈여겨 봤다. 그리고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천안시티FC와의 '하나은행 K리그2 2026' 13라운드, 후반 35분, 등번호 92번이 교체로 투입됐다. 이름이 호명되자 수원 서포터스석에서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수원 아이돌' 이상민(22)이 다시 빅버드 잔디를 밟은 순간이었다.
이상민은 20여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팀의 3대2 승리를 함께 했다. 경기 후 만난 이상민은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는 "모든게 다 감사하다. 말씀 드리기 어려운 상황도 많았고, 그냥 정말 힘들었는데 주변에서 도움을 주신 덕에 다시 뛸 수 있게 됐다"고 웃었다. 이상민은 팬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매탄중, 고 출신에 '레전드' 곽휘주의 29번을 물려 받은 수원의 '성골'이다. 팬들은 긴 부상에도 응원을 잊지 않았다. 이상민은 "보여드린 것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오늘도 경기 나오기 전부터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셨다.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오랜만의 시합이었던만큼, 힘든 부분도 있었다. 그는 "솔직히 준비가 100%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경기라 호흡 트는 부분에서 힘들었던 것 같다. 아직 준비가 덜된 것 같아서 동료들한테 미안하더라. 짧은 시간이었지만,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고, 수비로라도 팀에 도움을 주려고 했다"고 했다.
이상민은 '정효볼'에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 이상민은 "정말 다르다. 내가 어린만큼, 이런 축구를 접할 수 있게 돼 너무 영광이다. 훈련 장면마다 개인 톡으로 조언을 주고, 심지어 아스널 선수들 영상까지 보내서 비교해준다. 무슨 발에 어떤 강도로 패스를 주는지까지 세세하게 잡아주시니, 열심히 안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밖에서 보면 축구가 쉬워보이지만, 안에서 직접 뛰어보면 답답한 순간들이 있다. 지금 팬들이 보시기에 아쉬워 보이겠지만, 그래도 선수들 스스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만큼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식상한 말이겠지만, 목표는 당연히 승격이고 우승이다. 코리아컵에서도 최대한 높이 올라가고 싶다"며 "개인적으로는 어떤 포지션에 들어가든 감독님, 스태프들, 그리고 팬들이 '이상민이 저기 뛰면 잘할거다'라는 믿음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