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결국 '자진 퇴장'을 결정했다. 그는 29일 2026년 북중미월드컵 폐막 후 KFA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2013년 막이 오른 '정몽규 시대'가 1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북중미월드컵 개막을 불과 10여일 앞둔 시점에서 축구 수장의 사퇴 선언은 충격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의 운명이었다. 누구든 '공과'는 있다. 영욕의 세월이었다. 물질적인 지원을 떠나 한국 축구는 4년 전 카타르에서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고,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도 그의 시절 쌓은 공든탑이다. 충남 천안에 들어선 코리아풋볼파크는 한국 축구의 새로운 100년을 그려나갈 작품이다. 정 회장의 최대 역작이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은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 시도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잡음에 직격탄을 맞았다. 정 회장은 파울루 벤투 전 감독에게 역대 최장기간(52개월) 지휘봉을 맡겼다. 그러나 '정치권 입김'에서 출발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선임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또 달랐다. 전력강화위원회가 홍 감독을 내정했지만 정 회장은 외국인 감독 후보의 직접 면접을 지시했고, 이에 반발한 정해성 위원장이 사퇴해 버렸다. '1순위'였던 홍 감독이 선임됐지만 이미 상처가 난 뒤였다. 극단의 대척점에 선 이들에게 '공격 빌미'를 제공했다.
그럼에도 축구인들은 정 회장을 재신임했다. 지난해 초 85.6%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4선에 성공했다. 유효 투표 182표 가운데 156표를 득표했다. 하지만 동력이 없었다. 등 돌린 팬심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정 회장은 월드컵을 앞두고 '집 나간' 팬심에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꼈다. 사퇴의 변에서 '여러 가지 논란과 비판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다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더구나 축구는 '정치'에 오염된 지 오래다. '아무 말'이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다. '듣고 싶은 말'만 취사선택한다. KFA는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든, 못내든 더 큰 '태풍'이 예고돼 있다. 사퇴 외에 탈출구가 없었다. 다만 처지는 늘 바뀌기 마련이다. '땀'이 아닌 '세치 혀'로 흥한 자의 말로는 굳이 설명할 필요없다.
정 회장의 사퇴에 가장 큰 걱정은 태극전사들이다. 각국 축구 수장은 월드컵 때 얼굴이다. 축구 외교는 기본이고, 대표팀 지원 업무에서도 최종 책임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도 흔들려선 안된다. 국가대표팀은 말이 필요없다.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이야기하면 된다. 정 회장은 자신의 거취를 발표하기 전 화상 미팅을 통해 홍 감독은 물론 선수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홍 감독은 "굉장히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우리가 해온 대로 우리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첫 발걸음에서 그 약속을 지켰다. 홍명보호는 31일(한국시각)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친선경기에서 침묵을 깬 '캡틴' 손흥민(LA FC)과 '월드컵 사나이' 조규성(미트윌란)의 멀티골을 앞세워 5대0으로 대승하며, 분위기를 다잡는 데 성공했다.
정 회장이 사직서를 제출하면 KFA는 60일 이내에 새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벌써 하마평이 무성하지만 '여'든 '야'든 월드컵 기간에는 오롯이 한국 축구를 응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