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레이크시티(미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월드컵을 앞둔 한국 축구에 부상 악몽이 재발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친선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국가대표 수비수 조유민(30·샤르자)이 부상으로 두번째 월드컵 출전이 아쉽게 무산됐다.
대한축구협회(KFA) 관계자는 1일(이하 한국시각) "조유민은 검진 결과 우측 발바닥 족저근막 기시부 부분 파열 부상으로 전치 8주의 진단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이번 월드컵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며 "조유민은 항공편이 준비되는 대로 소집해제되어 국내에서 치료와 재활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비 명단에 등록된 훈련파트너 조위제(전북)가 대체발탁됐다.
조유민은 5월 31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근교 프로보의 브리검영대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친선경기에서 스리백의 가운데 스토퍼로 선발 출전해 후반 9분쯤 상대 선수의 돌파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인터셉트 후 다리를 절뚝이며 고통을 호소한 조유민은 한쪽 팔을 들어 심판에게 경기 중단을 요청했다. 상대 선수와 별다른 접촉은 없었지만, 오른발을 땅에 디디는 과정에서 발바닥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였다. 결국 잔디 위에 주저앉은 조유민은 오른쪽 다리를 붙잡고 고통을 호소했다. '아'하고 소리를 지르는 육성은 중계 카메라에 잡힐 정도였다. 주장 손흥민(LA FC)을 비롯해 동료들이 다가와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심각한 상황으로 비쳤다.
대표팀 의료진이 급하게 뛰어 들어가 조유민의 부상 상태를 살폈다. 의료진은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결국 조유민은 박진섭(저장)과 교체됐다. 절뚝이며 경기장을 빠져나가던 조유민은 송준섭 축구대표팀 수석주치의와 대화 후 의무트레이너의 등에 업혀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후반 교체투입을 준비하던 1996년생 동갑내기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튼) 황인범(페예노르트) 등 동료들은 조유민에게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조유민은 현지시각 늦은 밤에 경기가 끝나 병원에 가지 않고 선수단과 함께 숙소로 돌아왔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5대0 대승한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조유민의 부상 상태에 대해 "검진 결과를 봐야 알 것 같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같은 날 상대 선수의 깊은 태클에 다리를 다친 배준호(스토크시티)와 비교할 때, 조유민의 부상 상태가 더 심각한 건 분명해 보였다.
조유민은 1일 인근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전치 8주 부상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 나선 조유민의 두번째 월드컵은 개막을 열흘여 앞두고 아쉽게 불발됐다.
조유민의 부상은 월드컵을 앞둔 홍명보호에 큰 악재다. 홍 감독은 사전 캠프를 진행할 때까지 주요 선수 중 이렇다 할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점에 큰 만족감을 표한 바 있다. 조유민은 스리백의 스위퍼, 포백의 센터백을 두루 맡을 수 있는 자원이다. 확고한 주전으로 볼 순 없지만, 스쿼드 뎁스 차원에선 팀에 꼭 필요한 자원으로 여겨졌다. 밝고 유쾌한 성격으로 훈련장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도 도맡았다. 특히 손흥민과 궁합이 잘 맞았다.
월드컵 최종명단 제출 마감일은 한국시각 2일(현지시각 1일)까지다. 축구협회는 5월 18일 선발대와 함께 사전 훈련캠프에 입성한 훈련파트너인 조위제가 포함된 26명 최종명단을 국제축구연맹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간 축구대표팀은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부상의 덫에 걸려 수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1994년 미국대회를 앞두고 주전 센터백 강철이 연습 경기 중 발목 부상을 당해 최종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대형 공격수 황선홍과 이동국은 각각 1998년 프랑스대회와 2006년 독일대회를 앞두고 불의의 부상으로 본선을 밟지 못했다.
수비수 곽태휘의 사례는 조유민과 비슷하다. 곽태휘는 2010년 남아공대회를 앞둔 5월말 베이스캠프인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왼 무릎을 다쳐 눈물과 함께 귀국행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수비수 김진수(서울)는 2014년 브라질대회와 2018년 러시아대회를 앞두고 낙마했고, 현 홍명보호 핵심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도 2018년 러시아대회를 앞두고 정강이뼈 골절상으로 월드컵 출전을 4년 뒤로 미뤄야 했다. 김민재는 동갑내기 조유민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 듯하다.
홍명보호 캡틴 손흥민(LA FC)은 2022년 카타르대회를 앞두고 소속팀 경기 중 안면 부상을 입어 월드컵 불참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지만, 안면 마스크를 낀 채 월드컵에 참가해 16강 진출을 뒷받침했다.
홍명보호는 4일 같은 경기장에서 엘살바도르와 두번째 모의고사를 치른다. 내용, 결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추가 부상자가 발생해선 안된다.
솔트레이크시티(미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