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레이크시티(미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가끔 너무 가볍게 플레이하는 경향이 보인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각) 홍명보호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대비 사전 훈련 캠프지인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근교 프로보의 브리검영대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친선경기를 마치고 이날 '깜짝 활약'한 수비수 이기혁(강원)에게 이같이 충언했다.
홍 감독은 당시 5대0으로 승리하는 경기를 마치고 스리백의 왼쪽 스토퍼로 출전해 날카로운 전환 롱패스를 뿌리며 공격의 활로를 뚫은 이기혁에 대해 "전체적으로 잘했다"면서도 "가끔 너무 가볍게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다. 수비수가 튀는 플레이를 하는 주변 동료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준다. 단점을 줄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기혁은 이날 팀이 큰 점수차로 리드하던 후반 경기 도중 한국 수비 진영에서 상대 공격수를 앞에 두고 공을 잡고 한 바퀴 휙 도는 '마르세유턴'을 선보였다. 대중은 A대표팀의 새 얼굴이 펼친 고난도 개인기에 환호했다. 한국 축구 역대 최고의 센터백으로 평가받는 홍 감독은 한 장면만 보고 '가벼운 플레이'라고 규정한 건 아니었다. "K리그1에서 뛸 때도 꾸준히 지적됐던 부분"이라고 했다.
이기혁은 4일 같은 경기장에서 열린 엘살바도르와의 마지막 모의고사에서도 스리백 전술의 왼쪽 스토퍼로 똑같이 선발 출전했다. 그는 경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르세유턴과 비슷한 장면을 또 선보였다.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선 상대 압박을 벗겨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플레이로 평가할 수 있었지만, 이날 엘살바도르는 전반에 강한 전방 압박 전술을 펼쳤다. 자칫 공을 빼앗겼다면 절체절명의 실점 위기를 맞을 수 있었다.
전반적인 활약도 전 경기와 비교해 미미했다. 홍 감독은 반대 전환 롱패스 능력이 좋은 이기혁의 장점을 다시 살리고자 했지만, 상대 압박에 이기혁이 여유롭게 공을 잡는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전방에 패스 줄 곳을 찾지 못한 이기혁은 센터백 파트너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한범(미트윌란), 미드필더 황인범(페예노르트) 이재성(마인츠) 등에게 짧은 패스만 건넸다. 한데 쉬운 숏 패스의 정확도가 낮았다. 이기혁과 이재성의 반복되는 패스 미스는 한국 수비 진영에 불안감을 키웠다. 상대가 FIFA 랭킹 100위 레벨의 팀이 아니었다면 더 큰 실점 위기를 맞을 뻔한 장면이 반복됐다.
이기혁은 후반 초반 왼쪽 측면에서 시도한 전진 패스가 상대에게 차단을 당했다. 실수를 수습하기 위해 상대 선수를 몸으로 막으려 했지만, 몸싸움에서 밀리며 옆으로 크게 넘어졌다. 상대 공격수의 압박에 고전하는 등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서 경험하지 못한 장면이 반복됐다. 수비수는 패스로만 평가할 수 없다. 수비력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날 이기혁은 후반 17분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와 교체될 때까지 62분을 뛰며 단 1개의 태클, 인터셉트, 클리어링도 기록하지 못했다. 리커버리 1개, 지상경합 성공 1개(3번 시도)를 기록했다. 이기혁은 고지대 실전을 통해 스리백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올랐다. '깜짝 선물'이다. A대표팀이 어떤 식으로든 본선에서 활용할 듯한데, 안정감을 높이기 위한 '특별 과외'가 필요해 보인다.
홍 감독은 후반 12분 이동경(울산)의 프리킥 결승골로 1대0 승리한 경기를 마치고 엘살바도르가 조별리그 첫 경기 상대인 체코와 비슷한 스타일이라 선수들이 얻은 게 많을 거라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체코는 엘살바도르보다 몇 단계 위의 전력을 지닌 팀이다. 이날 한국 수비진이 상대 압박에 고전했다면, 체코전에선 더 힘든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다. 월드컵에 호락호락한 팀은 없다. 6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베이스캠프로 떠나는 홍 감독은 "베이스캠프에선 우리가 부족했던 점, 발전시켜야 할 점, 특히 수비 전술을 집중 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솔트레이크시티(미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