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경기장 내 재사용이 가능한 개인 물병(텀블러 등)의 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5일(한국시각) 디애슬레틱, 메트로 등은 해당 소식을 전하며 "잉글랜드 축구팬들은 FIFA의 '최신식 돈벌이 수단'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FIFA 측은 이번 조치가 '선수와 관중의 부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 대책'이라고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경기가 치러질 16개 경기장 중 14곳 기온이 위험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로 인해 경기 중 선수들이 전·후반 각각 3분씩 갖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수분 섭취를 위한 휴식 시간)' 때 목을 축이려던 팬들은 이제 경기장 내에서 물 한 병당 무려 5파운드(약 1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선수 보호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FIFA는 매 경기 전·후반 중반 시점에 3분간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세계기상특성(WWA) 소속 학자들은 극심한 폭염이 선수와 팬들의 건강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으며, 특히 경기장에 방치되는 관람객들이 열사병 등 온열 질환에 가장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당초 티켓 소지자 행동 강령에는 1리터 이하의 용량을 가진 투명한 빈 재사용 물병의 반입이 허용된다고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의 최초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일 티켓 소지자들에게 발송된 업데이트 안내를 통해 재사용 물병 반입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FIFA 대변인은 "FIFA는 모든 선수, 심판, 팬, 자원봉사자 및 스태프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이번 물병 반입 금지 결정은 선수와 관람객의 위험 및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이미 여러 개최 경기장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외부 물병 입장을 제한하고 있으며, FIFA는 이번 대회 전 경기장에 이 안전 기준을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FIFA는 개최 도시 위원회 및 현지 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팬들을 위한 폭염 완화 대책을 마련 중이다. 경기장 외곽 구역에 미스트 분사대, 선풍기, 수분 공급소, 쿨링 텐트 등의 시설이 포함될 수 있다. 경기장 내부에서 판매되는 2026 FIFA 월드컵 생수 가격은 해당 경기장에서 열리는 다른 일반 이벤트의 가격과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디애슬레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클럽 월드컵 당시 경기장 내 생수 가격은 3파운드에서 4.50파운드(약 6100원~9200원) 사이였다.
잉글랜드 대표팀이 크로아티아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를 달라스 스타디움의 생수 가격은 4파운드(약 8200원)이다. 가나와의 두 번째 경기가 열리는 질레트 스타디움, 파나마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이 열리는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의 사정도 비슷하다. 한편 잉글랜드 팬들이 이 경기들을 관람하기 위해 지불한 티켓 가격은 160파운드에서 450파운드(약 33만원~92만원)에 달한다.
FIFA의 새로운 정책에 대해 잉글랜드 서포터즈 단체 '프리 라이언스(Free Lions)'는 SNS를 통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다음엔 또 무엇을 금지할 셈인가? 선크림까지 반입을 막고 경기장 안에서 사서 쓰라고 강요할 것인가?" "선수들을 위해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까지 도입하는 정성을 들이면서, 정작 팬들에게는 이토록 뒤늦게 이상한 지침 변경을 내린단 말인가" "그동안의 협의 과정에서 경기장 내 무료 식수대 이용 가능 여부는 핵심 사안이었고, FIFA 역시 팬들이 개인 물병을 지참해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확약한 바 있다. 그러니 서포터들이 이를 두고 '또 시작된 돈벌이 수단'이라고 직감하는 것은 당연하다. 수많은 경기장이 야외에 있어 엄청난 더위가 예상되는데, 물병을 가져오고 싶어 하는 팬들에게 그냥 허용해 주면 될 일이다. 경기장 내 식수대라도 계속 무료로 운영되기를 바란다. 설마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돈을 매기진 않을 것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팬들은 살인적인 티켓 가격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이번 대회 입장권 가격이 4년 전 카타르 대회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주장한다.
7월 19일 뉴저지 메트라이프스타디움에서 결승전 티켓의 최저가는 4185달러(약 642만원)부터 시작한다. 이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결승전의 가장 저렴한 티켓 가격과 비교했을 때 무려 7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수요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 시스템과, 티켓 재판매 시 판매와 구매 양측 모두로부터 수수료를 챙기는 FIFA의 리셀 정책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뉴저지와 보스턴 등 일부 개최 도시의 경우 악명 높은 교통비 문제로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이번 월드컵은 48개국 체제로 확대돼 6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열린다. 경기수도 기존 64경기에서 토너먼트 한 라운드가 추가되면서 총 104경기로 대폭 늘어났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