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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과 초등학생 차이' 54홀 23언더 실화냐...세계 1위 셰플러 경기, 현장에서 직접 지켜보니... [댈러스 현장]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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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04 12:21 | 최종수정 2025-05-04 21:23


'대학생과 초등학생 차이' 54홀 23언더 실화냐...세계 1위 셰플러 …
사진=김용 기자

[맥키니(미국 텍사스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대학생과 초등학생 차이같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맥키니에서 열리고 있는 PGA 투어 더 CJ컵 바이런넬슨(이하 더 CJ컵)은 특급대회가 아니다. 그래서 스타 플레이어들이 대거 불참했다. 세계랭킹 10위 이내 선수는 단 1명이 출전했다.

그런데 이 1명이 너무 중요하다. 스코티 셰플러. 세계랭킹 1위. 그리고 고향은 댈러스.

이전 바이런넬슨 대회 때부터, 댈러스-포트워스 지역 접근성이 좋아 갤러리가 많은 대회이기는 했다. 하지만 올해는 흥행 '대박'이다. 조금 과장을 하면, 100명 중 99명은 셰플러를 보기 위해 대회장을 찾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생과 초등학생 차이' 54홀 23언더 실화냐...세계 1위 셰플러 …
1번홀 출발 직전, 연습 그린에서 퍼팅을 점검하고 있는 셰플러.  사진=김용 기자
셰플러의 조에만 갤러리들이 집중적으로 모인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부담되지 않을까.

아니었다. 셰플러는 고향팬들 앞에서 자신의 경기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으로도 감사해했고, 자신감이 넘쳤다. 상위 랭커들이 찾지 않는 이 대회에 일찌감치 참가 신청을 한 이유였다. 그리고 경기력으로 보답했다.

대단했다. 1라운드 10언더파. 2라운드 8언더파. 그리고 3라운드 5언더파를 쳤다. 이 대회 2라운드 합계, 3라운드 합계 최저타 기록을 깨버렸다. 36홀 기록은 15언더파였고, 54홀은 18언더파였다. 4라운드에서 1타만 더 줄이면 대회 72홀 최소타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무려 8타차 선두라 사실상 우승 예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생과 초등학생 차이' 54홀 23언더 실화냐...세계 1위 셰플러 …
셰플러의 그린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는 갤러리.  사진=김용 기자
정말 신들린듯 티샷을 정확히 페어웨이에 보내고, 홀컵에 공을 붙이고, 퍼팅을 집어넣었다. 셰플러도 사람. 실수가 나온다. 하지만 그의 최고 강점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리커버리 능력이다.


셰플러의 플레이를 바로 옆에서 직접 지켜봤다. 1라운드 후반 9홀, 그리고 3라운드 전반 9홀을 함께 돌아본 관전기.

가장 궁금한 건 드라이버 거리. 장타자 셰플러는 1, 2라운드를 김시우, 조던 스피스와 함께 플레이했다. 일관됐다. 김시우와 스피스가 비슷한 거리를 보내면, 셰플러가 항상 5~10m 앞에 있었다. 큰 차이는 아니고, 세 사람 모두 거의 비슷한 가운데 셰플러의 근소한 우위. 3라운드 장타자들인 스티븐슨, 카스티요(이상 미국)와는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대신 정확성이다. 페어웨이를 거의 놓치지 않는다. 또 파5 3번우드 세컨드샷이 기가 막히다. 1라운드 9번홀, 남들이 보면 웨지로 붙인줄 알만큼 홀에 가까이 공을 가져다놓고 탭인 이글을 성공시켰다.


'대학생과 초등학생 차이' 54홀 23언더 실화냐...세계 1위 셰플러 …
오른쪽 1개 공이 셰플러의 것. 뒤에 나란히 있는 공이 김시우와 스피스의 공.  사진=김용 기자
가장 눈에 띈 건 위기에서의 집중력이었다. 1라운드 전반에는 타수를 7개 줄이다가, 후반에는 조금 주춤했다. 아이언샷이 계속 우측으로 밀렸다. 하지만 타수를 잃지는 않았다. 2라운드까지 노보기 플레이. 말 그래도 그린을 놓쳐도 어프로치를 쳤다 하면 홀컵 주변 착착 붙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1라운드 11번홀. 어려운 포대 그린에, 핀과 공 사이 공간도 별로 없었다. 거기서 공을 띄워 스핀까지 먹여 홀컵 옆에 붙이는데, 많은 팬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3라운드 6번홀은 짧은 파4홀, 찬스홀이다. 대부분 선수가 드라이버 티샷을 치면 그린 근처까지 간다. 하지만 셰플러의 티샷이 왼쪽으로 갔다. 이번 대회는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러프를 매우 거칠고 길게 길러놨는데, 셰플러는 뭐가 대수냐는 듯 그 깊은 러프에서 핀으로 붙여버리는 어프로치를 선보였다.


'대학생과 초등학생 차이' 54홀 23언더 실화냐...세계 1위 셰플러 …
드라이버든, 아이언이든 셰플러 특유의 저 피니시 동작은 언제든 변함이 없다.  사진=김용 기자
물론 셰플러도 기계는 아니었다. 실수도 있었다. 3라운드 보기 2개가 나왔다. 파3 4번홀. 티샷을 하려는데 뭔가 문제가 있었던 듯, 자세를 풀었다. 다시 루틴에 들어갔지만, 집중력이 깨졌는지 그린 앞에 짧게 떨어졌다. 또 포대 그린. 어프로치로 제법 가까이 붙였는데, 마지막 짧은 퍼팅을 앞두고 계속해서 라인을 체크하는 등 불안해했다. 결국 짧은 퍼팅을 놓쳤고 이번 대회 첫 보기를 기록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하지만 셰플러가 무서운 건 그 다음 파5홀 손쉽게 투온에 성공하며 버디로 바운스백 했다는 것이다.


'대학생과 초등학생 차이' 54홀 23언더 실화냐...세계 1위 셰플러 …
셰플러를 따라다니는 수많은 팬들.  사진=김용 기자
수많은 팬들이 셰플러를 따라다니며 "고! 스코티"를 외쳤다. 댈러스 지역에서 그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몸소 체감할 수 있는 장면. 셰플러는 대회 최종라운드 남아공의 에릭 반 루엔과 마지막 조로 플레이를 한다. 우승을 밥먹듯이 한 셰플러도 이 대회 우승은 없었다. 더 많은 팬들이 TPC크레이그랜치로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인상적이었던 건,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갤러리 에티켓은 완벽했다는 것. 친구들과, 가족들과 시끌벅적 대화를 나누다가도 샷 순간에는 다들 몰입했다. 뜨거운 환호성보다는, 좋은 플레이가 나왔을 때 박수로 격려했다. 크게 소리치며 선수나 주변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대학생과 초등학생 차이' 54홀 23언더 실화냐...세계 1위 셰플러 …
사진=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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