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빨리 태어난 아기가 국내에서 보고됐다.
은혜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성장은 의학계에서 기적 그 자체로 불린다.
은혜의 부모는 결혼 13년만에 여러 차례의 인공수정 끝에 어렵게 은혜와 기쁨이를 얻었다. 하지만 두 아이는 너무 일찍 세상에 나온 탓에 폐가 제대로 펴지지 않는 등 몸의 각 장기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함께 태어난 기쁨이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간 것도 그래서다.
은혜 역시 호흡을 혼자서 못해 폐 계면활성제를 맞고 고빈도 인공호흡기를 달았지만 무사히 이겨냈고, 500g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몸으로 미숙아 망막증 수술을 비롯해 각종 치료를 견뎌냈다. 젖을 빨 힘조차 없어 튜브를 통해 코로 수유를 했지만 하루 하루 성장했다.
은혜를 치료한 박원순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빨리 태어난 경우가 없어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면서 "은혜가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은혜가 이처럼 큰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삼성서울병원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 그동안 쌓아 온 경험 덕분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은혜에 앞서 지난 2008년 22주 3일-440g으로 태어난 허아영양, 225일-570g으로 태어난 김무빈 군 등 21주에서 22주 사이에 태어난 9명을 치료해, 이들은 현재도 잘 자라고 있다.
박원순 교수는 "신생아 생존한계인 23주를 극복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한 두 사람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신생아집중치료실 관련 모든 의료진들이 '아기중심, 가족중심 치료'라는 한마음으로 24시간 집중치료와 팀워크로 일궈낸 결과"라고 말했다.
장윤실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생존한계인 23주 미만 신생아를 잘 살려낸 것이 의학성과 면에서 중요하지만 앞으로 태어날 더 많은 조산아 부모들에게 '우리 아이도 잘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는 점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어머니 안지환씨(42)는 "의료진들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이렇게 작은 아기가 생존한 경우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오직 매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뿐이었다"며 "수많은 크고 작은 위기와 고비들을 무사히 잘 이겨내고 이렇게 기적처럼 우리 아기를 건강하게 잘 치료해 준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보살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은혜 이전까지 국내에서 임신주기가 가장 짧은 초미숙아는 부산백병원에서 22주+0일, 530g으로 태어난 아기(2011년)였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152일만에 태어난 은혜가 무사히 퇴원해 지난 2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마련한 어린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 왼쪽부터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병원장, 장윤실 소아청소년과 교수, 은혜와 은혜 어머니 안지환씨, 박원순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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