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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만년 3위 LG유플러스, 탈통신으로 SKT·KT 잡나?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8-01-19 10:58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를 인수에 나선다. 탈(脫)통신을 바탕으로 이동통신업계 만년 3위 꼬리표 떼기에 나섰다. 단순 유무선통신 가입자 수 증가를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케이블TV 등 탈통신 서비스를 바탕으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추진은 케이블TV와 IPTV 시장에서 덩치를 키워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것을 위한 일환이다. 특히 탈통신을 통해 주력사업 분야인 통신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나설 수 있다.

이를 통해 '인터넷과+방송', '통신+방송' 등의 결합상품을 바탕으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5:3:2로 고착된 통신시장 순위 변동도 꾀할 수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업계 1위인 CJ헬로 인수·합병(M&A)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일단 매물로 거론된 CJ헬로는 인수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지난 17일 이뤄졌던 한국거래소의 'CJ헬로 인수 추진설'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케이블TV인수와 관련해 특정 업체에 한정하지 않고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CJ헬로를 인수하겠다고 답변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인수를 하지 않는다고 입장도 아니다. 케이블TV의 인수에 나설 뜻이 분명한 만큼 CJ헬로 인수 가능성은 있다는 얘기다.

이와관련, 증권업계 관계자는 "M&A 시장에서는 계약이 최종 마무리되기 전까지 몸값 인상과 인하를 염두에 두고 특정 발언은 하지 않은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양사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해서 인수 가능성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6년 7월 SK텔레콤의 CJ헬로 M&A가 무산된 이후 CJ헬로 측과 M&A 관련 물밑 작업을 벌여왔다. 최근엔 업계 안팎에서 양사가 M&A 최종 단계에 돌입했고, 인수대금은 1조원 안팎이라는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투자자문사와 법무법인 등의 실명이 거론되기도 했다.

LG유플러스 입장에서 CJ헬로의 인수는 분명 매력적인 카드다. 케이블TV 업계 1위인 CJ헬로를 인수할 경우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려 유료방송사업자 2위인 SK텔레콤을 앞서게 되고, 1위인 KT 턱밑까지 추격 가능하다. 특히 인터넷과 IPTV, 스마트폰의 결합상품 판매를 통해 통신시장 점유율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작년 상반기 기준 IPTV 시장 3위 사업자(점유율 10.42%·가입자 317만명)다. 종합유선방송 1위인 CJ헬로(점유율 12.97%·395만명)를 인수할 경우 총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23.39%, 가입자 수 725만명을 확보해 SK브로드밴드(13.38%)를 제치고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유료방송시장 1위 KT(스카이라이프 포함)의 30.45%와 격차도 줄어든다. 수치에 차이는 있겠지만 LG유플러스가 CJ헬로가 아니더라도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딜라이브(가입자 203만명, 시장점유율 6.66%)를 인수하게 되도 시장지배력은 올라간다.

유료방송시장의 시장점유율은 주력사업인 통신사업 시장 확대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유무선 통신 가입자 수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결합상품 판매 등을 통해 가입자 수 증가를 꾀할 수 있다.

지역 영업망도 탄탄하다. 무엇보다 LG유플러스는 홈사물인터넷(IoT) 시장 선점에 나서며 가입자 수가 100만명에 달한다. 홈IoT의 특성상 통신을 바탕으로 TV를 비롯해 각종 가전제품 등의 연결성을 높일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탈통신을 통해 SK텔레콤과 KT 순으로 고착됐던 이통사 순위 뒤집기도 가능하다. 미디어플랫폼 강화가 향후 통신사의 주요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통3사가 지난해부터 미디어플랫폼 등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텔레콤은 CJ헬로 M&A가 무산된 이후 케이블TV 업체인 딜라이트 M&A를 준비하는 등 미디어프플랫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일단 미디어플랫폼 경쟁력 강화 과정에서 LG유플러스는 경쟁 이통사보다 우위에 있다. 통신시장 1위 사업자도 아니고, 유료방송 관련 업계 1위도 아닌 만큼 방송통신시장의 지배력 전이 논란에서 자유롭다.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 속에 최대 관문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경쟁제한이 문제가 될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도 통신 3위 LG유플러스에 대해서는 경우가 다르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료방송 점유율 합산규제가 올해 6월 일몰되는 점 역시 LG유플러스에 긍정적이다. 특수관계자의 합산 점유율이 33%를 넘으면 가입자를 늘리지 못하도록 한 합산규제가 사라지면 대형 M&A의 걸림돌이 사라지게 된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LG그룹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구본준 LG그룹 부회장과 LG전자부터 LG디스플레이 등에서 호흡을 맞추며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LG유플러스의 탈통신은 LG그룹이 사업 다각화 등을 꾀하고 있는 점과 맞물려 있다. 신사업 발굴을 통해 LG유플러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미디어플랫폼 사업만한 게 없다. 권 부회장이 구 부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어 그룹 차원에서 자금지원도 수월하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탈통신을 바탕으로 미디어플랫폼 중심의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작업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CJ헬로 인수가 가장 좋은 시나리오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매물로 나온 딜라이브 등 케이블TV 인수 등을 통해 이통사 만년 3위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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