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국 해외여행자들이 스마트해졌다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8-01-25 10:28

<한국 해외여행자들이 스마트해졌다>

우리여행자들이 스마트해지고 있다. 여행사들이 제시한 천편일률적 상품을 따라가는 대신 자신만의 개성과 욕구를 살린 여정을 직접 디자인 하거나 이에 근접한 상품을 구하는 게 보편화 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항공권구입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국적항공기 의존 대신 구글링 등을 통해 전 세계 항공권 가격을 꼼꼼히 비교하며 자신의 일정에 맞는 저렴하고도 합리적인 항공권을 찾는다. 이 같은 여행자들의 스마트한 여행 패턴은 우리 여행관련 업계 구조자체를 바꾸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그 변화의 과정에서 대형 항공사들이 갑질의 모습도 보이고 있어서 이에 대한 극복 당위의 목소리도 드높다. 이에 따라 우리는 최근 여행자들의 트렌드와 업계의 현황, 그리고 그 개선상황 등을 시리즈로 알아본다.<편집자 주>

上. 한국 해외여행자들이 스마트해졌다

<사례1>

"아무리 황금연휴라고 하지만 비행기 티켓 값이 너무 비싸더라고요.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향하는 항공권이 1인당 300만원, 황당했죠. 그렇다고 소중한 가족여행을 포기할 순없었고요. 열심히 구글링을 통해 그 반값도 안 되는 130만원에 표를 구해 가족여행을 떠났습니다."

지난 추석 연휴 해외여행을 다녀 온 회사원 김 모 씨의 얘기다.


이 같은 트렌드가 나타난 것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단군이래 최대 황금연휴라는 지난 추석 휴가기간에 더욱 극명하게 나타났다.

당시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출발해 카타르 도하를 향하는 카타르항공기내에는 엉뚱하게도 한국인 승객들로 넘쳐났다. 기내에는 당시 황금연휴라는 이유로 평소보다 훨씬 비싼 표를 내놓은 국적기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구글링 등을 통해 외항사의 경유항공권을 구입한 스마트 한국여행객들이 대부분이었다.

김 씨도 이들 대열에 속해 있었다. 국적항공기의 항공권 가격이 치솟자 다소의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대신 비용절감에 도전, 홍콩과 카타르 도하를 경유하는 저렴한 항공권을 구입했던 그다. 김 씨의 옆자리에 앉은 젊은 여성 박 모 씨는 필리핀 마닐라를 경유하는 더 긴 노선을 택했다. 더 돌아가는 노정인 만큼 김 씨가 구한 항공권 가격 보다 더 저렴했음은 물론이다.

이 같은 케이스를 반영하는 우리 해외여행자들의 스마트소비 성향은 일련의 수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 세계 여행 가격비교사이트 스카이스캐너(www.skyscanner.co.kr)가 최근 발표한 '2016 아태지역 여행 소비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우리 해외여행자들이 아태지역 국가 중 가장 스마트한 여행객으로 꼽혔다. 아태지역 10개국 여행객 875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한국인 여행자의 39%가 여행 준비 시 할인 이벤트, 프로모션과 같은 알뜰-스마트 소비를 즐기는 이른바 '바겐 헌터족'인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이들 중 20대 젊은 층의 비율(40%)이 상대적으로 높다고는 하지만 상당수의 한국인 여행객들이 저렴하고도 합리적인 여행을 위해 열심히 손 발품을 파는 것으로 파악할 수가 있다.

여행업계에서는 지난 추석연휴에 보였던 우리 해외여행객들의 스마트한 여행 풍속도가 올 설 연휴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가성비를 추구하는 한국인 여행자들의 스마트한 소비 습관은 대한민국 여행업계 구조 자체를 바꾸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형항공사들은 여행사를 거치지 않는 항공권 직판티켓을 확대하고 있다. 물론 항공사 직판 표는 비쌀때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여행사 등을 통해 팔고 있는 간접판매 티켓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시간대의 것들이거나 같은 등급에 저렴한 경우도 있어서 여행자들이 스케줄을 짜기에는 더 편리하다. 때문에 고품격 자유여행을 기획하는 여행사나 개인들이 더 선호하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 변화에 대해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김남조 교수(한국관광학회회장)는 "불황에 스마트 소비와 가치 소비를 즐기는 우리 여행자들의 성향이 국내 저가항공의 노선 확대와 맞물려 꾸준한 해외여행객 증가로 이어지는 중"이라면서 "요즘 국내 여행사들도 스마트해진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이게 현실"이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대한민국 여행자들의 또 다른 스마트 캐릭터는 모바일-인터넷 활용도가 높다는 점에서도 확인 할 수가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여행객은 아태지역 여행객 중 모바일 친숙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인의 68%가 여행 자료 조사 시 모바일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나 아태지역 평균(51%)을 훨씬 웃돌았다. 여기에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을 사용한다고 대답(29%)한 경우를 더하면 우리 해외여행자 대다수가 모바일-인터넷을 통해 여행정보를 구하는 명실 공히 스마트 관광자임을 알 수가 있다.

한편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외여행 트렌드 변화 중 하나는 합리적인 경비 이상으로, 내실 있고 개성 있는 여행 추구다.

한 여행업계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여행객들은 현지인들의 삶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여행(37%)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과 경관을 즐기는 여행(22%), 명소 방문 등 단순 관광(6%), 쇼핑 위주의 여행(5%)이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스마트 소비와 가치 소비를 즐기는 소비자들의 성향은 여행시장의 분위기도 바꿔 나가고 있다. 종래 성행하던 백화점식 깃발여행 대신, 여행프로그램도 직접 짜고 항공권도 직접 구매하는 개성 넘치는 개별자유여행 선호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들어 현지 상주 전문 가이드와 함께 독일~오스트리아 짤즈부르크 등 유럽 주요도시를 오가며 베토벤, 모차르트 등 대가의 작품연주회, 유명 오페라 감상 등을 즐기는 고품격 공연예술기행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트렌드 반영의 대표적 사례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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