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생산 방식이 바뀌고, 유통 성공 방정식이 바뀌었습니다. 소비자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일방적인 공급자 주도형 상품은 시장에서 외면 받습니다.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읽어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인플루언서(influencer, SNS 등에서 많은 팔로워를 통해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들이 새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동대문의 작은 매대에서 시작한 브랜드들을 유치하기 위해 내로라하는 백화점들이 삼고초려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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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물건을 파는 것보다는 팔로워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인플루언서가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투영(2youngs)'이란 아이디로 활동 중인 김소영 마케터다. 그렇다고 팔로워 수가 적지도 않다. 이미 5만명 이상이 그녀의 포스팅을 매일매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투영을 만나 그녀가 꿈꾸는 인플루언서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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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패션 비즈니스를 공부한 김소영 마케터는 귀국 후 신규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이던 패션회사에 입사를 했다. 원래는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제품을 전시하는 등 매장 전체를 꾸미는 직종인 VMD(visual merchandiser)가 되고 싶었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인사·마케팅이었다.
하지만 이 곳에서 김 마케터는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해외에서 활동 중인 패션 블로거들을 처음 접하게 된 것. 그들이 어떻게 새로 나온 옷들을 알리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노하우를 하나하나 배우게 됐다.
그러면서 김소영 마케터는 취미로 자신의 블로그를 열고 각종 패션 소식 등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블로그에 네티즌들의 방문이 급속히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수입도 늘었다. 또 직접 모델이 되어 패션 사진 촬영까지 하게 됐다. "블로그를 하면서 얼굴이 알려져 몇몇 잡지에 모델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평소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때부터 나를 모델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블로그로 다져진 포스팅 실력은 고스란히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으로 이어졌다. 패션부터 뷰티, 여행까지 다양한 주제로 만들어진 그녀의 사진 콘텐츠에 다시금 많은 팔로워들이 모여들었다.
전문가들도 투영 김소영의 인스타에 호감을 보인다. 11번가 리빙팀 차승훈 매니저는 "본인을 콘텐츠화 하는 능력이 남다른 것 같다. 외모의 매력이 뛰어난 데도 외모만을 부각하지 않고 배경과 인물, 그리고 콘텐츠를 믹스매치해 메시지화하는 부분에 직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플루언서인 곰도리양 유혜현 대표는 "마치 한권의 고퀄리티잡지를 보는것 같다. 눈이 즐겁고 피드 하나하나 정성들여 올린 느낌이라 자꾸 보게된다"고 칭찬했다.
팔로워 중 상당수는 블로그 때부터 인연을 맺었던 이들이다. 그만큼 김소영 마케터에 대해 잘 알아 사진을 올릴 때마다 많은 댓글을 남겨주지만 일일이 감사의 답글을 남기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김소영 마케터는 인터뷰 시간을 내기도 힘들 정도로 하루하루가 스케줄로 가득 차 있다. 그만큼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많다.
우선 남편이 운영하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바이팅 핑거스'에서 마케팅 디렉터로 활동하며 국내외 패션 브랜드 업체들과 수시로 미팅을 한다. 또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카페 '오리앙떼'를 직접 운영하는 사장님으로 매장을 지킨다. 여기에 잘나가는 인플루언서로 수시로 사진 촬영을 해 팔로워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덧붙여 지난해 결혼해 남편을 내조하는 아내로서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말 그대로 '1인 4역'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
'하는 일이 너무 많은거 아니냐?'는 질문에 그녀는 "예전에는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이 맞았을 수도 있다. 요즘은 여러 경험을 한 뒤 그것을 엮어내는 능력, 즉 기획을 해내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인 것 같다. '수박 겉 핥기'라도 관심사를 다양화 하는게 필요하다"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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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영 김소영 씨의 인스타를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제품에 대한 사용 후기는 있지만 인플루언서들이 흔히 하는 팔로워들을 대상으로 한 공동구매 포스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플루언서들이 수시로 물건을 판매해 일정 부분 수수료를 챙기는 현실에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행보다.
'물건을 왜 팔지 않느냐'는 질문에 투영은 "내 인스타는 정보전달을 메인 콘셉트로 한다. 팔로워들이 뭘 원하는지 모르는 만큼 나는 그저 여러 제품을 소개할 뿐이다"며 "사실 이런 과정을 통해 팔로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마케팅 측면에서 공부를 하는 중이다"고 말한다. 이어 "보여지는 제품들 역시 일부 협찬을 제외하면 내가 좋아하는 것 위주다. 그러다보니 투영 인스타는 보는 재미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고 덧붙였다.
개인 인스타와는 별개로 직접 운영하는 카페의 인스타는 별도로 운영 중인 것도 상업성과는 일정 부분 선을 긋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티몬 지역사업팀 이인철 MD는 "여러 SNS에서의 마케팅을 살펴보면 너무 맹목적으로 마케팅만 하거나 누가 봐도 평범한 상품을 과대포장 하는 경우가 많은데 투영은 정보 위주로 알려줘 보는 입장에서 부담이 없다"고 평가했다. 곰도리양 유혜현 대표는 "카페 오피셜 계정과 분리된 점도 상업적 공간과 분리되어 팔로워들에게 더 호감을 주는듯 하다"고 밝혔다.
몸이 열개라도 부족하는 말이 딱 어울리는 김소영 마케터지만 내년 봄에는 직업을 하나 더 추가할 예정이다. 바로 인플루언서들을 위한 에이전시인 '유 메이드 마이 데이'(UMMD)라는 회사를 론칭하는 것.
바쁜 가운데 또다시 일을 벌이는 것은 자신이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겪은 어려움과 이후의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이 컸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다보면 협찬 제품을 소개하는데 집중하느라 자신의 끼를 다 펼치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동시에 팔로워들이 진짜로 좋아하는 제품을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었다"는 김소영 마케터는 "인플루언서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자신의 캐릭터를 더욱 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신개념의 에이전시 회사를 직접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위해 UMMD는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의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시켜 다양한 도전을 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투영 김소영의 거침없는 도전에 업계 관계자는 "앳되 보이는 얼굴과 달리 대단한 추진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인스타에서 보여준 콘텐츠를 만드는 탁월한 감각이 에이전시로도 고스란히 발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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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아이디가 '투영(2youngs)'이다. 무슨 의미인가.
▶미국 유학시절 친구들에게 이름을 '소영'이라고 말하니까 발음을 어려워하더라. 그러면서 얼굴이 앳되보인다고 " '투 영(too young)'이라고 부르는게 좋겠다"고 해서 그때부터 '투영'이란 닉네임을 갖게 됐다.
-피부가 정말 좋아보이는데 관리 비법을 알려달라.
▶피부과 등 별도의 관리를 받지 않고 있다. 특별한 관리 비결이라면 잠을 많이 잔다는 정도다. 하루에 8시간을 자려고 한다.
-인스타에 보면 운동하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모델 같은 몸매인데도 관리가 계속 필요한가.
▶요가는 7년 정도 계속 하고 있고 요즘은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나이를 먹으니 조금씩 살이 찌는 것 같아 운동을 꾸준히 한다. 그러다보니 관심사도 자연스럽게 건강으로 이어지는 부수적 효과가 있다.
-패션 소품이 다양하던데 얼마나 소유하고 있나.
▶신발과 모자를 아주 좋아한다. 특히 모자는 300개 가까이 갖고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소품은 출장을 가서 사오는데 인스타 사진을 찍을때 어울릴 만한 것도 많이 고르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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