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연예인의 가십을 비롯해 데이트 폭력 등과 연관되어 자주 접하게 되는 단어,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현실 감각, 상황 등을 교묘하게 조작해 자신을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신이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거나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진 않은지 경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희 전문의는 "가스라이팅의 피해자는 지속적인 자기의심, 자존감 하락 등의 심리적 불안 상태로 모든 잘못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결국 가해자의 의견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며 "따라서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고 빠져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에 주변의 도움과 함께 정신과적 상담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스라이팅'은 부모-자녀, 상사-부하 등 불균형한 권력 상황에서 나타나기 쉬운데 부부나 연인, 친구 관계에서도 서서히 불균형한 권력 상황이 구축되면서 나타나기도 한다. 가해자는 상대방을 비난하면서도 '나 정도 되니까 너를 받아준다'라며 피해자를 안심시키고, 길들이는 반면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구도가 된다.
이때, 가해자는 부족하고 못난 피해자를 자신이 받아주었다는 자기애적 욕구를 충족하고 심지어 스스로 너무 착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반복적인 비난으로 인해 자기의심을 지속하고, 결국 가해자가 자신을 받아주었다는 만족감으로 의존 욕구를 충족한다. '가스라이팅'이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며 피해자, 심지어 가해자도 가스라이팅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다.
평소 자신이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느라 늘 불안하고 우울감을 느낀다면 스스로 가스라이팅의 피해자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가스라이팅의 피해자는 가스라이팅 과정에서 자존감 상실, 심한 경우 인격의 황폐화까지도 경험하면서 괴로운 상황에서도 다시 가해자를 찾거나 또 다른 가스라이팅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 정신과적 상담, 치료 등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다.
한규희 전문의는 "물론 자신이 가스라이팅의 피해자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반대로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가스라이팅'하고 있지는 않은지 경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내가 어떤 상황에서 적절하고 바른 소리를 했는가를 생각하기 전에 상대방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했는지 자신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스라이팅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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