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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회장의 야심작 '베지가든' 왜 하필 롯데월드몰에 첫 선? 농심-롯데의 해묵은 갈등 털어 새로운 협력관계 모색 '신호탄'

이미선 기자

기사입력 2021-12-30 08:30 | 최종수정 2022-01-04 08:27


왜 하필 롯데월드몰일까?

최근 농심이 신동원 회장의 야심작 '베지가든(Veggie Garden) 레스토랑'의 매장을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오픈한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래 전 해묵은 갈등이 해소되면서, 농심과 롯데그룹 간 화해모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고 신춘호 농심 회장이 생전 사이가 각별했던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는 종종 협업에 나섰던 사례도 있기에 양사의 새로운 경영 체제에 맞춰 협력관계가 본격화되리라는 전망이다.

▶신동원 회장의 야심작 베지가든 매장 1호를 롯데월드몰에 오픈하는 이유는?

오는 4월 문을 여는 베지가든 레스토랑 잠실 롯데월드몰점은 여러모로 큰 의미를 지닌다. 먼저 소비자의 반응과 평가를 엿보는 테스트베드(시험장)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1대에 시작됐던 갈등에 종지부를 찍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를 터닝포인트 삼아 향후 농심과 롯데그룹의 다양한 협업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도 주요한 의미 중 하나다.

재계에 따르면 신춘호 회장은 1965년 '라면 사업' 추진을 놓고 형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의견 충돌을 겪었다. 신격호 회장은 당시 라면사업이 '시기상조'라는 점에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신춘호 회장은 롯데공업을 설립하며 독립했고, 신격호 회장이 롯데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자 1978년 사명을 농심으로 바꾸면서 롯데의 이름을 지워버렸다.

이후 두 형제는 선친의 제사도 따로 지내는 등 오랜 기간 동안 교류가 없었다.

2020년 1월 별세한 신격호 회장 빈소에도 신춘호 회장은 끝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대신 신춘호 회장의 장남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이 3일 내내 빈소를 지켰다.

이에 대해 농심 측은 신춘호 회장이 고령인 만큼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형제 간 갈등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다 지난해 3월 별세한 신춘호 회장의 빈소에는 '범 롯데가' 임원이 집결하면서, 본격 화해모드가 조성되는 조짐을 보였다.

일본에 체류 중으로 입국 시 2주간의 자가격리 때문에 현실적으로 귀국이 불가능한 신춘호 회장의 조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조화를 보내 조문을 대신했다. 이와 함께 '롯데 임직원 일동' 명의의 조화도 빈소 외부 한편에 놓여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도 신격호 회장의 장녀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이 빈소를 찾았다.

업계에서는 사촌 지간인 신동원 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1세대와 달리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일찌감치 승계 작업을 끝낸 농심은 지난해 7월 대표이사 회장에 신동원 부회장을 선임했다. 신동원 회장은 1997년 농심 사장 자리에 오른 뒤 2000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 사실상 그룹을 이끌어왔다.

신동원 회장은 지난해 7월 회장 취임사를 비롯해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대체육 사업을 강조하는 등 비건 식품 사업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은 2022년 신년사를 통해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내기 시작한 대체육 등 신규 사업을 세밀하게 가다듬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해 나아가야 한다"며 "주력사업의 핵심가치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의 미래사업을 육성하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따라서 신동원 회장의 야심작을 롯데월드몰에서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2022년 본격 전개될 양사간 협력 관계의 출발로 볼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롯데월드몰은 입지적 조건도 좋고 유동인구도 많은 곳으로 소비자들에게 베지가든 제품을 알릴 수 있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며 "1세대 체제에서 서로 사이가 안 좋았다고는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롯데마트에 농심 제품을 납품해오는 등 기업 간 거래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고 말하며 '갈등 봉합'의 맥락으로 보는 의견에 대해 강하게 선을 그었다.

▶농심, 베지가든 브랜드 알리기에 총력…"매장 오픈은 외식사업 확장 아닌 마케팅 일환"

농심은 지난해 1월 베지가든 브랜드를 론칭, 비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베지가든은 농심 연구소와 농심그룹 계열사인 태경농산이 독자적으로 개발해낸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간편 식품에 접목한 브랜드다.

농심은 대체육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과 시장의 확장세에 주목, 오래전부터 비건 식품 개발에 힘 써왔다.

론칭 당시 농심 관계자는 "2017년 시제품 개발 이후 채식 커뮤니티, 서울 유명 채식식당 셰프들과 함께 메뉴를 개발하고, 소비자의 평가를 반영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제품의 맛과 품질 완성도를 높였다"며 "다양한 제품군으로 소비자들이 채식을 간편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베지가든은 식물성 대체육과 조리냉동식품, 즉석 편의식, 소스, 양념, 식물성 치즈 등 총 18개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대표제품은 식물성 다짐육과 패티다. 떡갈비, 너비아니와 같이 한국식 메뉴를 접목한 상품도 있다.

한편 농심은 '베지가든 레스토랑'의 추가 출점에 대해선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농심 관계자는 "비건 시장이 성장세긴 하나 대중화 단계는 아니다"라며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해 비건 문화와 베지가든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우선이라 판단했다. 외식사업 확장이 아닌 마케팅 사업의 개념으로 봐달라"고 전했다.

실제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30만 달러(한화 약 122억원)에서 올해 1390만 달러(한화 약 165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세는 30%를 웃돌지만 전체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면서도 농심은 "향후 자체 기술을 이용해 비건 사업을 계속 확장시켜나가는 과정에서 베지가든 레스토랑 추가 출점 등 다양한 방향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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