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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인데 현금배당 19년째 고수하는 '대교', 후계 구도도 '안갯 속'

조민정 기자

기사입력 2022-08-03 07:22 | 최종수정 2022-08-05 08:03


학습지 출판 및 제조, 판매사업체인 대교가 이어지는 적자 기조 속에서도 현금배당에 나서면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회사 측은 현금배당 결정 이유를 주주환원에 따른 것이라 밝혔지만, 오너 일가가 발행 주식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탓에 그 배경을 놓고 의구심을 사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대교가 19년째 연 2회 현금 배당을 고수하는 것은 최근 회사의 경영 상황에 걸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보내기도 한다.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장남 강호준 대표이사는 2021년 취임하며 '디지털화'와 '사업다각화'로 수익 창출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적 반등을 꾀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적자 기조 나아질 기미 보이지 않는데…꾸준한 현금 배당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교는 중간분기 현금배당을 전격 결정했다. 지난달 10일 이사회를 통해 '현금·현물배당을 위한 주주명부폐쇄(기준일) 결정' 관련 안건을 결의한 것. 이어 25일 보통주와 우선주 각각 1주당 30원의 분기 현금배당에 나서겠다고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24억9002만원이다.

이에 따라 대교는 지난 2004년 2월 주식시장에 상장한 이래 중간, 결산 두 차례씩의 배당 기조를 올해에도 이어가게 됐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 수년 사이 대교의 실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배당 정책이 과연 적절한지 여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교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170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은 143억원이나 된다. 당기순손실 역시 113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2% 증가했음에도 적자 규모는 3배 넘게 확대된 것이다. 별도 기준으로 살펴봐도 올해 1분기 영업 적자는 105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5배 가까이 적자 폭을 키웠다.


대교는 법인으로 전환한 지 34년 만이던 지난 2020년부터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연결기준 대교의 매출액은 6384억원, 영업적자는 283억원이었다. 2020년 대비 매출은 1.8% 개선됐지만 영업적자는 늘었다.

대교 측은 적자 폭 확대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회복 지연 및 원가 부담, 광고 확대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 때문"이라며 "디지털 사업과 눈높이러닝센터 등 전통적이던 대면 중심의 오프라인 교육사업을 병행해 실적 회복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적 반등을 위해 시작한 신사업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 대교는 인공지능(AI) 학습 서비스 대교 써밋에 이어 올해 1월 시니어 프로그램 대교 뉴이프 등에 투자를 감행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19년째 동일한 기조로 이어오고 있는 중간배당은 업계 안팎에서 여러 추측과 억측을 낳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교의 최대주주는 지분 54.5%(4617만1200주)를 지닌 대교홀딩스이며, 대교홀딩스의 지분 83.9%는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대교의 전체 발행주식 8470만2850주 가운데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비율은 14.93%인 1263만 9911주에 불과하다. 이와 달리 최대주주는 절반이 넘는 지분 54.5%(4617만1200주)를 확보한 대교홀딩스다.

이와 관련 대교 관계자는 "자사는 상장 이후부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일관된 배당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최근 경영 실적을 고려해 배당 규모는 축소시켜 왔다"면서 "2009년부터는 눈높이 선생님을 비롯한 우수 구성원들에게 자사주 인센티브를 지급, 회사와 구성원 간 동반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대교의 배당액을 살펴보면 5년 전인 2017년에는 216억원에 달했으나 2021년에는 68억원에 그쳤다.

▶적극적인 사업 구조 개편 나섰지만 성과 미미…후계 구도도 '안갯 속'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장남 강호준 대표는 2021년 3월 대교 대표이사로 선임될 당시 회사 실적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2020년 대교는 2004년 코스피 상장 이후 첫 적자를 낸 바 있고, 눈높이 부문 매출 역시 5000억원 아래로 떨어지며 위기를 겪은 바 있다.

2009년 대교에 입사, 대교 아메리카 본부장과 해외사업전략실장, 대교홀딩스 및 대교 해외사업총괄 본부장 등을 역임한 강 대표는 취임 직후 눈높이와 콘텐츠 부문 임원 수를 대거 늘리고, 영유아 놀이 체육 시장 브랜드 트니트니를 인수하는 등 사업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즉각적인 매출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눈높이 부문 매출은 4784억원으로 전년 대비 0.7%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43억원이나 된다.

대표이사 자리에 앉은 장남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대교그룹의 후계 구도도 안갯속에 접어든 모습이다. 차남인 강호철 대교홀딩스 상무가 지난 3월 대표이사로 승진하면서다.

대교홀딩스는 2001년 대교에서 인적분할된 지주사다. 데이터 시스템과 미디어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형지주사로 출발했지만 2005년 사업을 분할, 계열사에 양도하며 순수지주사로 전환했다.

1982년생인 강호철 상무는 2012년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계열사 임원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2014~2016년에는 대교아메리카 법인장을, 2019년에는 대교 재무담당임원이자 대교홀딩스 경영혁신실장직을 맡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업계는 형제 간 후계 경쟁 레이스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지지부진한 실적 속 후계 구도마저 미궁에 빠진 것으로 보여진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교육 사업은 장남이, 전반적 회사 살림은 차남이 챙기는 형식의 공동 경영 체계를 구상 중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대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승계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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